문화/영화

완득이 ,89세 시아버님을 모시고 다시 본 영화

모과 2011. 12. 7. 06:00

 

 

 나는 한 달 전에 혼자 '완득이'를 봤다.  마음이 갑갑해지면 나는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습관이 있다.

 

영화가 입소문이 좋게 나서 흥행 중이기도 했지만 원작인 소설'완득이'가  일 년이 넘게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었기 때문에  내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큰 동서 형님도 영화는 좋아하지만 혼자는 못간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영화를 보러가자고 하면  늘 좋아하시고  보온병에 커피를 넣어오곤 했다. '완득이'를 보면서 나는 큰동서 형님과 시누이 형님을 모시고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완득이'는 그렇게 재미가 있고 관객에게 주는 메세지가 강했다.

 

 12월 4일은  시아버님의 89회 생신이었다.  큰형님 집에서 아침을 먹은 후 나는 시집 어른들을 모시고  가까운 곳에 있는 롯데시네마 가오점에서 '완득이'를 봤다.  시아버님(89세),  시어머니( 77세) ,큰동서형님 (67세),  큰시누이형님 (64세), 그리고 나 (60세) 모두 5명이  함께 영화를 봤다.

 

1. 89세 시아버님의 영화평 

 

 " 요즈음에는 선생이 그렇게  욕을 잘 하냐? 그게 마음에 안든다. 영화는 가슴이 아픈 내용이더라  " 하셨다.

 

아버님은  1990년 대전 여고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하셨다.  존경받는 교사였고,  대전지역의 원로 체육인이시다.   한때 충남 육상의 대부로 불리기도 했던 분이시다.

 

그러나  시아버님이 근 40년 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신 것 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2.   큰동서 형님(67세) 의 영화평

 

큰동서 형님에게 부산 출신인 김윤석이 '거북이 달린다'에서 능청스럽게   충청도 사투리를 잘하더라고 내가 말했더니...... . 

 

" 거북이 달린다 의 시나리오 작가가  내 동창 아들이야.  엄마가 예산 사람이라서 엄마에게 사투리를 배웠나 보네

 큰동서형님은  여학교 동창들과 매달 모임을 하고 있다. 그 친구 분들 중에  한 분과  시나리오작가 어머니는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했다. (거북이 달린다의 주연이 동창아들인 줄 아셨는데  오늘 전화로 확인 하시더니 시나리오작가 랍니다. 죄송해요)

 

 

" 공부를  꼴찌를 하는 아이도 사랑을 받으면 바르게 자라는구나. 꼽추 아버지라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자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구나. 필리핀 엄마를 가게 주인에게 엄마라고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잘자랐구나 생각했어. 아버지가 선하게 살아서 아들이 바르게 컸구나 생각했어 " 

 

 큰동서 형님의 영화 관람 평이다. 큰형님은 '완득이'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로 삐뚜로 나가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3. 영화를 보면서 계속 울었다는 큰시누이 형님(64세)의 영화평

 

주중에는 친정에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시누이 형님은 며느리들이 모두  고맙게 생각해야 할 분이다. 형님의 시어머니도 근 5~6년을 치매로 고생하다  올해 돌아가셨다. 이어서 친정어머니가  같은 병을 앓고 있다.

 

" 영화가 참  가슴 아픈  내용이지. 장애인 아버지와 얼굴도 몰랐던  필리핀 엄마와 얼떨결에 삼촌이 된 좀 부족한 삼촌 , 가난 ...... 아이가 어디 한군데 마음을 둘 데가 없는  집안이잖아. 너무 딱해서 자꾸 눈물이 나더라구. 그런데도  아이가 삐뚤어지지 않고 아버지를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효자잖아. "

 

사실 관객들은 유머어 있는 대사 때문에  자주 폭소를 터트렸지만 내용은 무척 슬픈 내용이라고 나도 생각한다. 

 

앞날의 희망이 없는 집 안의  전교 꼴등인 완득이를 동주선생님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돌보고 있다. 같은 이웃에 살면서 가난에 함께 동참하며 살면서 제자와 다문화 이웃을 위해서 뭔가 하려고 노력한다.

 

이 시대가 동주 선생같은 교사를 원하고 있어서 영화가 흥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4.  내가 두 번째로  '완득이'를 보고 느낀 점  

 

처음에 볼 때는 유아인과 김윤석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주인공이니까 자연스럽게 그리 됐었다. 그런데 두 번 째로 '완득이'를 보면서 나는   지난번에 영화를 보면서 놓친 부분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조연들이 눈에 자세히 들어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영화'완득이'는 이제는 도외시 하기엔 너무 많아진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이다. 전국의 10% 가정이 다문화 가정이라고 하는데 , 우리가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소중한 이웃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모국의 친정 식구를 위해서  먼 타국으로 시집을 온 완득이 엄마같은 주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쓸 데 없는 고집 중에 우리 것만 무조건 좋다는 자만심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한다. 우리보다 경제가  낮은 나라에서 국제 결혼한 여성들을 학대하고  무시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제 결혼한 여성들도 모두 우리나라 국민이다. 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역할을 영화나 드라마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완득이' 에서 완득이 엄마는 필리핀에서 배울만큼 배운 여성으로 나온다. 무시하면 안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배우지 못한 여성이라도 무시하면 안될 것이다.

 

감독은 '완득이'를 통해서  우리의 소외된 이웃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생각된다. 모두 한번은 깊게 생각하고 깨달아야 할 문제, 바로 다문화 가정과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완득이'를 세상의 모든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두 번을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