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육

공무원 합격자 발표, 술에 취해 절망하는 노량진 여학생

모과 2011. 6. 19. 06:23

집을 떠나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여러분의 자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아들들이  직장에서 가까운 노량진에  투 룸을 얻은 후 저는  매주 노량진에 갑니다. 막내 아들의 친구가 노량진에서 회계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막내는  노량진에 가끔 친구를 만나러 다니다  그곳에 집을 얻어서 형과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일주일에 한 번 노량진 거리를 걷다보니 깨달은 게 있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지나가지만 얼굴에 웃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음식점에가도, 커피점에 가도 ,길거리에도  모두 무표정, 혹은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지나다닙니다.

 

저는 며칠 전  공부를 마치고 아들집으로 돌아가다 참으로 가슴이 아픈 모습을  봤습니다. 밤 11시쯤 된 시간이었습니다.  버스가 다니는 큰 길가에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학생이 주저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참을 서서 여학생을 보고 있었습니다. 지방의  공무원 시험 발표를 한지가 얼마되지 않습니다.  여학생의 절망이 전해져와서 저도  마음이 징해졌습니다.  저 여학생도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있을 텐데 저러고 있으면 어쩌나? 저는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 주변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무심히 보고 갔습니다.

 

막내 아들에게 물으니 노량진에서는 흔히 볼 수있는 풍경이라고 합니다.  시험에 불합격한 학생들이 더 많겠지요.

여러분의 자녀를 이번 주말에 찾아가서 따뜻한 밥 한끼 사주고 위로해 주셔야겠습니다.

 

며칠 전 5년 만에 대전시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막내의 여자 대학후배에게 전화가 왔답니다. 발표 전에 혹시 몰라서 서울에서 한번 더 시험을 봤다고 했답니다.

 

저는 지난주  노량진에 있는 목욕탕에 갔었습니다.  우연히 사우나 실에서 공무원 시험중인 딸과 지방에서 올라온  엄마와 대화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사우나 안에는 우리 세 명 밖에 없었습니다.

공무원시험에 떨어진 딸에게 포기하고 집에 가자는 엄마에게 딸은 일년만 더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점수가 아슬아슬한 차이로 떨어졌답니다.

 

"떨어진 사람은 다 그렇게 말하지"

" 나이 제한이 없으니까 엄마가 한 번 공무원시험을 한 번 보지?"

 

모녀가 웃으며 주고 받는 대화를 들으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지 1년이 됐다고 합니다.

그 여학생은 그 지방도시에서 단 두 명채용하는 시험에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모녀는  서로 등을 밀어주며 오손도손  대화를 주고 받아서 평화로워보였습니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이 4,5년이 되면 부모도 자녀도 지치기 시작합니다. 전국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공무원이 되려고 공부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집을  떠나서  취업준비를 하는 자녀를 찾아가서   밥도 사주고 속 마음도 들어 주어야합니다. 나이가 30이 다 되가도 마음이 여리고 어디에 마음을 둘 데가 없는 그 젊은이들을  어쩌면 좋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