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육

수능보는 날 아들을 위해서 한 특별한 방법

모과 2010. 11. 17. 06:30

 수능이 내일로  다가왔다. 큰 아들 수능 전에  마음이 설레고 두근두근 했던  기억이 난다.  재수까지 했으니  13년 공부가 한 판 승부로  결정이 나는 일이니  잘 봐야 할텐데  걱정이었다. 97년에  수능을 보는 날 집에 와서 바로 채점하고 재수를 결정했었다.  큰 아들은 독하게 마음을 먹고 재수학원과 집만 오가며 공부를 했다. 모의고사 성적도 점점 상승해서 마지막에는 전국 3%이내에 들었다.  이제 실수하지말고 차분하게 시험을 보면 된다.

 

** 사진은 모두 다음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엄마로서  시험을 잘보게 뭘 해주어야 하나?  곰곰히 생각하다 전화를 했다. 큰아들은  예비 소집에 다녀와서 집에 있었고 나는 가게에 있었다. 사교육은 커녕  고3 내내  부부싸움을 자주해서  자식 속을 부모가 썩인게 무척 미안했다.

 

1. 재수학원과 아들의 모교에 전화를 했다.

 

재수학원 반 담임에게 부탁을 했다.  아들은 10월말까지만 학원에 다니고 11월은 집에서 복습을 했었다.

"저. 용이 엄마인데요. 우리 아이가  내일 시험을 잘보게 선생님께서 전화 한 통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재수를 해서 마음이 더  간절합니다."

재수학원이 크고  한반에 90명정도  되는데 담임은 우리 아이를 잘 기억했다.

" 아 ! 용이요? 차분하고 성실해서  이번  수능 시험은 잘 볼 겁니다."

"  학원에서 선생님들이 잘가르쳐 주셔서 모의고사 성적도 많이 올랐습니다. 고맙습니다"

 

큰 아들의 모교인 고등학교에도 전화를 해서 고3 담임과 똑같은 내용의 통화를 했다. 얼마 후 큰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 엄마! 재수 학원 담임과 고3담임에게 전화가 왔어"

"뭐라구?  정말 고맙구나. 뭐라고 하시던데?"

" 시험 잘 보라고  평소대로 보라고 하셨어. 고3담임 선생님은 모의고사 성적이 많이 올랐냐고 물었어"

큰아들은 감동해서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선생님들 기억에 남었나보구나. 네가 워낙 착실하니까 . 정말 고맙구나"

 

2. 수능당일에  교문 앞에 한 시간 서있다 왔다.

 

98수능날 아침밥을  평소같이 먹이고  도시락도 학교에 다닐 때와 비슷하게 보온 도시락에 싸주었다. 수능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서 재수를 한 아들과 함께 시험보는 중학교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수능같이 중요한 날에 지각을 하는 학생이 해마다 있었다. 참 이해를 못 할 일이었다.

 

아들을 시험장에 들여 보내고  교문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표시나게 기도를 하지 않고 마음 속으로 가만히 간절하게 기도했다.

 

 

교문앞에는  교회다니는 엄마는  기도를 하고 절에 다니는 엄마는  맨 땅에서 절을 하기도 했다. 한 10명정도 서 있었으나 점점  집으로 갔다.

 

나는 일교시 언어영역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엄마의 마음이 차분해지면 내 아들의 마음도 차분해지길 바랬다.  아들과 엄마는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믿었다.

 

3. 수능 시험장 가까운 교회에  찾아가서  기도를  간절하게 했다.

내가 아들을 위해서 해줄 것은  기도라고 생각했다. 큰 교회당 일 층에는 기도실이 여러 개 있었다. 작은 기도방으로 들어가서 눈물콧물을 흘리며  소리내서  기도를 했다. 이번 시험에는 꼭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해서  열심히 기도를 했다.

4. 수능 시간표를  가게의  책상에 부착해 놓고 일을 하면서 기도를 했다.

 

"  O용아! 실수를 하지말고 아는 것은 다 쓰고.... 이제 10분 남았다.  답안지 확인해라"

" 이제 점심시간이다 꼭꼭 씹어서 먹고 깊은 숨 쉬고 심호흡해라"

 

 

" 이제 외국어 영역이다. 잘 해라"

" 이제 마지막 시간이다 지치지마라. 더 차분히 문제를 풀어라"

 

 수능 시간표를 보고 마음속 으로 중얼거리면서 시험보는 아들에게 게속 말해주었다. 엄마와 아들은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믿었고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시험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아들이  시험보는 중학교로 갔다. 아들에게 간다고 말하지  않아서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큰아들을 데리고 우동집에 가서 따뜻한 우동을 한 그릇씩 사먹고  돌아왔다.

 

 많은 학생들이 시내로 몰려 나갔다.  큰 아들은 오후 7시 부터 하는 교육방송을 보고 수험표에 써온 답을 맞추었다.

 

 가게에 있는 나에게 아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엄마! 언어영역 한개 틀렸어" 

그해  언어영역은 어렵게 나왔다고 했는데 초등학교부터 고3까지 국어는 늘 1등을 하더니  시험을 잘 봤다. 

한 과목 채점 할 때마다 전화를 하며 서로 졿아 했다.

"엄마! 형 미쳤나봐 . 이렇게 시험을 잘 볼 수가 있어. 대박이야"

이번에는 막내가 전화를 했다.

채점결과  전국  상위 1.9% 였다. 97년도에는 전국 12%였었다.  재수에 완전 성공한 것이다.

 

고등학교 재학할 때 사교육이라고는  고2때  수학과외 두 달 밖에 못했다. 공부시간이 모자라는 아이에게 일요일에는 책방도 보게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미련하고  생각이 부족했다. 97수능을 보고 모두 재수를 말렸지만 나는 아들의 성실성과 머리가 아까워서 재수를 선택했다.

 

큰아들은 최선으로 노력했고 하늘은 우리 모자의 간절함을 보고 보너스로  대충 찍은 문제도 몇 개 맞게 해주었다. 기도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하는 것이라는게  증명되서 정말 고마웠다.

 

** 이글은 몇년 전에  비슷한 내용으로 송고한 적이 있으나  소중한 경험이라서 다시 새로 썼습니다. 막내아들 수능 때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했습니다. 막내도 재수를 했고 큰아들같이 성적이 많이 올랐습니다.수험생과 학부모님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각자의 신앙대로  자녀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 다음메인,교육코너 베스트로 선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험생들 모두 시험 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