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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 중간 점검을 한 땅끝 마을

모과 2009. 10. 28. 07:29

주말에 남편과 땅끝 마을로 여행을 갔다.

오래 전 부터 해남과 땅끝마을에 가보고 싶었다.

많은 문인을 배출한 우리 땅의 끝나는 곳이며 ,시작하는 곳이기도 한 땅끝마을.

 

나주 평야를 지나며 남편에게 말했다.

" 광주에 처음에 왔을 때는  사투리가 낯설었어. 부산에서 오래  살아서 경상도 사투리가 귀에 익었기 때문일거야. 두 세 번 올수록 정이 많고 친절한 도시라고 느껴지네. 가식적인 게 아니고 몸에 친절이 배어 있는 느낌이야"

" 땅이 평야 라서 그럴거야"

" 물이 좋아서 그런가 ? 미인들이 많은 것은 확실해"

 

남편과 이런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마음 편하게 여행을 간 적이 얼마만인가?

살면서 마음 한 쪽에 근심이 없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누구나  힘든 과정을 다 겪는 것이지만 나 또한 힘든 과정을 지나 왔다.

올 봄에 막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나니  큰 근심은 없어졌다.

 

광주로 출장 중인데 주말에 내려온 남편과  함께 떠났다.

늘 바쁜 남편이 아내에 대한 배려로 계획 된 것이다.

 

 

 

 

 

 

여행을 하며 느끼는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참 열심히 묵묵히 일들울 하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곳에서 ...벼를 말리는 농부, 길가에서  나주배, 무화과, 호박 고구마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 수많은 상점들, ...어디에 눈을  돌려도 모두 열심히 살고 있었다.

도로를 확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이든 아주머니들이 형광등을 들고 서서 교통 안내를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힘들고 한이 되는 인생을 살아 온 것을 알아 볼 수가 있었다..

[나 혼자 더 힘 든 생활을 했다고 착각했구나!]

 

옆에서 운전을 하는 남편을 바라 보았다.

남편의 일생이 개관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남편의 고단한 삶이 전해져 왔다.

마음이 애잔해져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 야! 가로수가 참 예쁘다. 단풍이 예쁘게 졌네"

노랗게 물들어 가는  은행잎을 보며 내가 두손으로 박수를 치며 좋아 했다.

남편은 묵묵히 운전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참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서남해의 다도해에는 많은 섬들이 보였다. 

대부분의 섬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생활의 불편과 문화생활의 차이가 느껴져 왔다.

 

고기 잡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아주머니들, 관광객들을 위해서 수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주머니들의 고단함이 느껴 왔다.

 

 우리가 묶었던 모텔: 주말이라서 좀 비쌌다.

 땅끝 마을에서는 그 날  "삼치 축제" 가  열리고 있었다.

 

 

 

영화속에서 자주 보았던 등대 가까이에는 전복 양식장들이 많았다.

 항시 대기 중인 "해양 경찰"  작은 순찰정을 타고 수시로 주변을  돌아 다니고 있다.

" 해양 경찰" 은  위험을 감수하고 근무해야 하는 직업임을 느꼈다.

 

 

 

전망대까지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서 먼 바다를 바라 보았다.

"내고향 남쪽 바다 ...저 푸른 물결위에..."

고등 학교 음악 시간에 배웠던 가곡이 자연스레 떠 올랐다.

섬 많은  서 남해 바다를 보며  내 인생을 중간 점검 하는 생각들이 떠 올랐다.

남편과 결혼 생활이 32년 ..앞으로 20여 년을   둘이 살아가야 한다

이 시점에서 남편과의 사이가  완전히 좋아 진 것이 감사했다.

 

남편은 갑자기 변경된  인생길에 우왕 좌왕하면서 가족을 힘들게 했었다.

둘의 사이가 급격히 멀어 지면서 급기야 서로 미워 하는 사이가 됐었다.

 나와 아이들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남편은 십여년을 노력했다.

나의 화가 사그러 들기를 기다리며 변함없이 가족에게 헌신적으로 대했다.

그리고 성실하게  일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늦은 아침 식사를 했다.

해남의 음식 "매생이 국"은 독특한 맛이었는데 좋았다.

가까운 "완도" 를 가보기 했다.

늘 꿈꾸던 해변을 끼고 바다를 보며 드라이브하는  여행을 했다.

나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손벽을 치며 웃었다.

" 야~ 내가 꿈꾸던 여행이다. 당신은?"

"당신이 좋으면 나도 좋지."

" 당신 고민이 있는데 나만 좋아 하는게 아니야?. 서점이 운영하기 힘들어? "

" 늘 걱정은 있지 . 그럭 저럭 현상유지는 되는데 . 고마운 일이지"

" 그래. 나는 우리가 일을 할 수 있는게 좋아. 더 이상 힘든일이야 생기겠어?"

"맞어. 모든게 고마워" 

 바닷가 근처에 있는 논는 이미 추수가 끝나고 깨끗이 정리 돼 있었다

밭에는 마늘의 새 잎들이   마치 난처럼 올라 오고 있는  밭들의 풍경이 새롭게 보였다.

 완도에 있는 "명사 십리 해수욕장" : 밀려 오는 파도를 보며 너무 오랜 시간 화가 나 있었던 나와 내 남편의 시간들을 파도위로 보냈다.

이제 나는 인생의 4/4 분기를 이곳에서 새로 시작한다.

남편과 함께 노후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넉넉하게 보내고 싶다.

 

 해변을 따라 자라고 있는 처음보는 식물들: 이름을 모르겠다.

 

 여행중에 " 마누라를 어떻게 하면 편하게 해 줄까 늘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준 박씨 아저씨.  ( 마누라 보다 인상도 좋고 겸손하다고 말들을 해서 정면노출을 안합니다.)

 

해남지방의 특산물 무화과 를 한 상자에 20,000원에 샀다.

무척 달고 맛이 좋았다.

결혼 생활 32년을 보내는 동안 온전히 편안하고 행복한 여행을 20여년만에 한 것 같다.

그러나 괜찮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 속에서 여행을 좀 더 할애 하면 된다.

남편에 대한 나의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을 확인한 고마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와 아들들을 위해  끝없이 노력을 해준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한 때는 인생을 포기 하고도 싶었으나 지금 느끼는 것은 한번 살아 볼만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