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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 부자와 행복한 휴가 여행

모과 2009. 8. 2. 20:47

큰 아들은 직장일로 바빠서 못가고 남편과 나 그리고 막내 아들과 셋이서  휴가를 갔다.

1박 2일로  서산 해미 읍성을 가보기로 한 것은 시골집에서 30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대전집에서 출발해서  덕산 농협에서 부자가 장을  볼 때부터  자기들 위주로 했다.

덕산 막걸리 3병, 충청도 소주 린 3병,켄맥주 3개, 삼겹살 1kg, 풋고추, 쌈장, 하드 아이스케키, ..묵은지에  막걸리를 먹고 사랑방에 장작을 살짝 때고 푹 잔다는 계획이다.

 

 

 시골집으로 들어 가는 동네 어귀 : 저 윗쪽에 자리 잡은 시골 집은 산속이라서 밤이면 춥다.

마을 입구는 논이 죽 있고, 그 위로 밭이 있고 집들이 있는 전형적인 한국의 농촌이다.

뒷 곁에 있는 텃밭에서 상추와 쑥갓, 깻잎을 띁어서  슬쩍 씻고 평상 위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다.

부자가 합심해서 열심히 준비했고 나는 냉장고에 있는 묵은지만 썰어서 내놨다.

 

 

 사랑방에 불을 때서 연기가 나오고 있고 부자는 우선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막걸리를 먹은 후 소주로 끝맺음을 했다.

" 야~ 우리 식구끼리 오니까 팬티 바람으로 있어도 돼고 좋다~"

막내는 사각 팬티 차림으로 남편은 고쟁이 바람에 런닝 셔츠 차림으로(집에서는 늘 기본적인 차림) 기억에는 남지 않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이 때부터 끈끈한 부자의 정을 돈독히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오늘은  좋은 말만 하고 즐겁게 먹고 자자고 했다.

 

 저 멀리 보이는 산 뒤가 충남 도청이 이사 오는  곳  : 삽다리(삽교) 라고 한다

 

  마누라 보다 엄마보다 더 사랑하는 담배를 피우는 부자, 예의를 갖추느라고 막내 아들이 다른 방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아들이 대문 밖으로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남편도 조금 있다 나가서 피우고 있다.

밥도 먹기전에 해장 담배를 하는 모습이 걱정을 하게 한다.

 

 

 사랑방에 장작을 때서 연기가 나는  정겨운 모습. 새벽에는 추워서 코감기가 들었다.

" 추우면 문을 닫고 잘 줄도 몰라?"

남편이 내게  잔소리를 했다.

 

남편의 특징은 내게 하는 잔소리는 훈계이고 ,내가 하는 잔소리는 잔소리로만 듣는 점이 특이한 사람이다.

 

 

 시골집에서 20여분 걸리는 해미 읍성을 결혼 32년만에 가보는 나:

" 우리 식구 중에서 성안 까지 들어 간 사람들은 우리 세 사람 밖에 없다"

" 시골에 모이면 일만 묵묵히 하고  말을 하는 것도  별로 없고 ,밥만 먹고 간식도 별로 없고,, 내가 비구니야 묵언 수행을 하게?"

더워서 죽는다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부자 사이에서 [천주교 박해 성지]인 점을 새롭게 알게 된 나는 꼼꼼히 살펴보고 사진도 찍었다.

8월 16일에 세례를 받는데  천주교 박해 성지를 우연히 찾아 온 내가 신기했다.

 

 

명나라 황제 홍치 4년에 건조했다고  뒷쪽에 새겨 놓은 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조 말기에 대원군이 천주교도인 박해가 심했는데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도 박해 당했다고 기록 돼 있었다.

 

 입장료를 받지 않고  민속촌 모습으로 가꾸고 있는 천주교 박해 성지 [서산 해미 읍성]

 

 

 

 

 남편의 뒷모습: 키가 10cm만 더 컸으면 완벽한 미중년일 텐데....아쉽다.

 

뒷모습이 60세 할아버지 같습니까?

요즘 일이 힘들어서 배가 쑥 들어 가고 매주 시골 가서 맛있는 공기를 마시고 200m 암반수로 목욕을 해서 피부도 좋아진 박씨 아저씨.(남편^^)

 

 

 

 앞서 가는 까만 옷을 입은 막내와 내 여행 가방을 든 남편의 모습: 이세를 위해서 키큰 나와 결혼을 했다는데 그 점은 확실히 성공했다.

외탁을 해서 잘 놀고 성격 좋은 막내를 친척들은 박씨 집안에 없는 인물이 나왔다고 칭송이 자자하다.

키들이 모두 작은 편이고 인물도 평범한 시댁식구들^^

 

두 아들은 엄마가 시대를 잘못 만나서  태어나서 그렇지 요즘 태어났으면 장난이 아니게 잘 놀았을 사람이라고 말한다.

1968년도 고2 때 학교 앞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다 들켜서 3일 정학을 받은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전성기 시대가 너무  오래 된 사람이다. 마음은 안그런데.....구시대가 됐다.

 

 

천주교의 포교를 막기위해 천주교도들에 대해서 단호한 조치를  명하는 회의 장면.

 

 천주교인들을 모두 잡아 들여서 처형하라는  엄명을 내리는 동헌 안의 회의 중: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처음부터 여자 어나운서의 나레이터와 성우 목소리의 회의 내용이 라디오 방송 같이 나온다.

 

 

 

 무료로 말타기:  해미 읍성은 입장료도 받지 않고 화장실등 시설이 청결해서 인상적이었다.

 이씨  조선  때의 가정집 모습

 

 변소와 광: 똥지게,똥바가지, 똥장군, 오쟁이가 놓여 있다.

광에는 머슴이  짚신을 만들고 있고 농기구가  있다.

 

 

 투옥되 있는 천주교 여신자의 모습.

 

해미 읍성을 구경하는 동안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서 아이스케익 하나씩 먹자니까 좀 가다 먹자고 했다.

마트를 몇개나 지나치고 편의점이 나왔다.

"편의점은 비싸니까  그냥 가자"

막내 아들이 그러자  남편이  그곳을 휙 패스했다.

남편은 네비양의 말을 경청하며   열심히 운전을 하더니 어느새 상가를 벗어났다.

" 아니 아이스케익 하나 먹자는데  왜 그냥 가고 지랄 이야"

" 서산에서는 설농탕

을 먹었으니  홍성에 가서 사먹자. 한군데서 하나씩  팔아줘야지"

" 아이구! 내가 더워 죽겠다는데 아이스케익 하나 못사주나?  아이스케익 하나에 얼만데?"

"700원" 막내가 앞자리에서 대답을 했다.

"내가 꼴통들하고 여행을 하니 기가 막히네. 700원하는 데 안사주고 그냥 왔나?"

"내가 꼴통이야"

"그럼 네가 꼴통이 아니란 말이가?'"

" 꼴통맞아." 하며  아들놈이 씩 웃었다.

" 그럼 당신은 통꼴이겠네?" 남편이 약을 올리며

" 주유소 나오면 시원한 물 주니까 그것 먹자"

 

 

부산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섞여 나온다.

 

 기름이 다 됐는지 노란불이 들어 와 있다.

"아 ! 이것 또 기름이 떨어져서 길바닥에 서는 것 아니야?"

" 그럼 OO카에서 와서 다 해결해줘"

"그걸 말이라고 해? 그 사람이 오면서 어떻게 생각하겠냐?"

" 그사람들은 그게 일인데 뭘?"

" 아! 미리 기름 넣으면 되지, 이 더운데 왜 사람을 고생을 시키려고 그래"

"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가만 있으라니까. 덕산으로 다시 왔네. 시골집에 가서 냉장고에 넣어 둔 아이스케익  먹고 갈까?"

남편이 약을 올렸다.

네비양의 말을 너무 신뢰해서 홍성으로 가는 지름 길을 두고 빙 둘러서 가고 있다.

 

아슬 아슬하게 주유소에 도착 해서 5만원어치 주유하고 생수 얻어 먹고 홍성으로 갔다.

 

시할아버님 제사라서 홍성 고모님 내외분을 모시고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막내가 휴가이고 우리 가족끼리 시골집에 처음으로 가는 날이 제사와 겹쳐서 큰형님께 양해를 구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결국 나는 홍성에서야 팥으로 된 아이스케익을 하나 얻어 먹을 수 있었다.

 

홍성 고모님에게 김치 두 통을 선물 받고 사촌 시누이가 살고 있는 둔산의 한우리 아파트로 출발했다.

 

집에 오니 오후 6시였다.

큰형님 께 전화를 했더니 제사 준비를 다 마치고 저녁식사를  한다고 해서 밤 12시에 맞춰서 가기로 했다.

가까운 아파트에 살고 계신 막내 고모님을 모시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만 하루의 짧은 휴가를  복잡하게  보내고 맑은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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