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설 명절, 며느리를 위해서 준비한 단 한 가지 음식.

모과 2015. 2. 22. 18:03

 

 

서울 사는 막내아들 부부가 설날 전날에 온다고 했다.  
나는 자정부터 반찬 만들고 냉장고와 싱크대 가스렌지 청소 하느라고 10시간 동안  계속 일했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 쓰느라고 집안 일은 늘 뒷전이고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어 마냥 늘어놓고 살았으니 치울게 너무 많다. 내가 서울 아들 집에 가면 며느리 동글이도 하루종일 집을 치운다. 본래 깔끔한 성격인데 시어미에 대한 예우를 깍듯이 한다.

 

화장실 청소는 남편이 해준고 해서  세 시간 자고, 화장실에 가보니   세제를 풀지 않고 락스로만 청소를 해서 다시 새로 청소를 했다.  점점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아들 부부를 맞이 하기 위해 집을 치우고 반찬 두어개 하는 일이 즐겁다. 우리 집의 가장 귀한 손님은 며느리 동글이이다. 본가와 큰집이 대전에 있어서 우리가 주로 본가로 가기 때문에 우리집에 오는 시집 식구는 거의 없다.

 

 만약 막내아들이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나는  집안을 대충  치우고 아들들을 맞이 했을 것이다. 나는  소중한 며느리 동글이에게 시어머니가  최선을 다해서 정성껏 반겨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며느리로 인해서 설명절을 깨끗하고 정갈하게  맞이하는 그 준비 기간이 정말 좋았다. 그 즐거움은 몸의 힘듬을 상회하는 것이다.

 

차례를 지낸 후 남자들만의 식사.

 

나는 며느리를 위한 단 한 가지 음식을 했다. 아들과 며느리는 우리 집에서 저녁 한 끼만 먹는다. 설날 아침에 큰집으로 가기 때문이다.  나는 한우 갈비찜을 우리 네 식구가 충분히 먹을 만큼 준비했다. 그외에 된장찌개만 끓였다. 김장김치 동치미 풋고추 상추 깻잎 마늘 ... 이게 전부였다. 설날에 큰집에 가서 분명히 과식을 할 것이므로  평소에 자주 해먹지 않는 갈비찜을 푸짐하게 준비했다.  

 

 남편은 집에 도착한 아들과 며느리를  30분 거리에 있는 본가의 할아버지에게 데리고 갔다. 선물로 사온 곳감  두 박스 중에 한 박스를  가지고  갔다.  남편은 아들부부에게 할아버지에게 드릴 용돈을 봉투에 넣어서 준비하게 했다. 설날에 차례를 지내고  바로 친정에 가니까 미리 할아버지와  대화를 할 시간을  준비한 것이다.

 

나는 식사 후에 아들 며느리가 오면 입으라고 사둔 잠옷을 갈아입으라고 주었다. 10시 부터 일찍  자라고 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큰집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바로 친정집에 가려면 푹 자야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큰집에는  두 며느리가 와서 막내 동서와  함께 전을 부친다. 큰동서 형님이 일주일 전부터  차례에 필요한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나 같이 요리 솜씨가 서툰 사람이 할 일은 거의 없다. 남편의 형제들이 모두 대전에 살기 때문에 아침에 차례를 지내러 간다. 우리집이 제일 먼거리에 살고 대부분 본가 근처에서 걸어서 10분거리에 산다.

 

 

큰집의  손자 손녀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모습.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한 후,  아들부부를 바로 서울로 보냈다. 그때 떠나지 않으면 길이 막혀서 늦게 도착하기 때문이다. 딸만 둘인 집의 맏딸인 우리 며느리 동글이가 점심식사 전에  친정에 도착하게 하고 싶었다. 평소에  가까이 살면서 아들 부부를 섬세하게 돌봐주는 사돈에 대한 나의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설에 도착한  아들과 통화를 하니 처가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바로 집에 가서 잤다고 했다. 동글이는 뻘쭘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자기에게 시어미인 내가 말을 자주 걸어주어서 감사했다고 한다.

 

 결혼 38년차인 나도  본가에 가서 편하게 된지 몇 년 안 된다.  새색시인 며느리 동들이에게 시집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자꾸 눈이  가고 보호하고 싶었다. 내며느리 내가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겠는가? 

 

나는  며느리와의 관계를 지금같이 예우하고 배려하면서 천천히 가까워지고 싶다. 모든 인간관계는 시간과 정성이 쌓여야 돈독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나는 며느리에게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며느리를 대접하고 싶다.

 

 

 

 ** 블로그 홈에 노출 돼서 댓글이 새롭게 달렸습니다.

 

1.우리 며느리 동글이는  두 달 간이나 폐렴을 앓고 겨우 나았는데도  설명절을 시집에서 보내려고

왔습니다.  동글이는 먼지 아르레기로 먼지에 민감해서  제가 청소에 더 치중한 겁니다.

2.그리고 큰집 형님은 당신의 며느리들도 일을 거의 시키지 않습니다.  설날 전날  큰집 며느리들도 전만 부치고 모두 찜질방에 보냈습니다. 막내 동서가 함께 전을 부쳤구요. 모두 설날 아침 식사만 하고 돌아가기 때문에 전도 많이 부치지 않습니다.

3.저는 객지에서 오래 생활해서  다른 형제보다  시집에 자주 못갔습니다. 그러나 매주 한번은 시집에 가서 아버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옵니다.

4.아버님은 큰시누이형님과 함께 사십니다. 큰동서형님이 매일 저녁식사를 가까운 본가에 가서 아버님과 함께 합니다.

5. 막내시누이는  20년동안 매주 한번씩 아버님을 모시고  외식을 합니다.

6.  37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간 시동생은 매주 토요일 아침에 아버님에게 안부 전화를 드립니다.

7. 막내 서방님은 큰시누이형님이  안계실 때 아버님과 함께 잡니다.

8. 둘째 동서형님은  일주일에 한번 시집을 방문하며 곰거리  과일 등 푸짐하게 찬거리를 사옵니다.

 

**  우리 시집은 자기 형편에 맞게 효도를 있습니다. 아버님이 보시기에는 또 다르겠지요. 그러나 제가 보기엔 다들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