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육

기인의 아내 목순옥여사의 귀천

모과 2010. 8. 28. 06:30

귀천 (歸天)의 작가 천상병 시인의 아내  목순옥씨가  귀천을 했다.

 

평생무직이었던  무능력한 남편을  모시고 살며  출근할 때마다  담배 한 갑과 맥주 한 병 값을 주고 갔다.서울 상대 를 다녔던 수재가 동백림사건으로 구속되어  전기 고문으로 몸도 마음도 망가졌다.친구의 동생인 목순옥여사와 결혼해서 평생을 의탁하며 살다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2.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인생은 아름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귀천은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쓴 시일 것이다.

 

귀천/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란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시 귀천 전문 ]

 

나는  시 귀천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모든 고난과 아픔을 덮어두고 구태여  지극히 적었던  아름다운 날을  기억하며  쓴 시같이 느껴진다.

 

소풍을 갔다가 일행을 잃고   산을  헤메다  산짐승에게 물어 띁기며  간신히 도망을 오니 엄마가 반겨 주었다. 그 모든  악몽을 잊고 잠들 수 있었을 것이다. 목순옥은 천상병 시인의 어머니 같은 아내였다. 중앙정보부에서 조작했다는 동백림 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되어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폐인이 되서 아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10년을 넘게 살다 세상을 떠났다.

내가 읽은 자서전에서는  목순옥씨는 의정부에서 인사동까지 먼거리를 통근하며  전통 찻집 귀천을 운영했다.주로 문인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3. 시인의 아내의 일생도 시인의 운명과 같다.

 

문학이란 무엇일까? 천상병시인은 살아 생전 시를 써서 얼마의 돈을 벌었을 까?

어느 시인의 아내는 남편과 각 방을 쓴다고 했다. 남편이 너무 예민해서  조금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도 잠을 깨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인은 천재이고 천재의 아내는고달프다.

 목순옥씨가 그 고달픈 운명을  받아 들이고 순종하고 살아서  천상병도, 귀천도 존재하는 것이다.천상병시인 사후에도 남편의 문학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75세라는 나이에  하늘로 남편을 만나러 갔다.

 

4. 시대의 기인 3인방 중에 이외수씨만 남아 감성마을 촌장이 됐다.

 

나는  이시대의 기인 3 인방으로  천상병시인, 중광스님, 이외수 소설가라고 알고 있다.

세 분 모두 범상치 않은 일생을 살았다. 세분이 함께 쓴 저서 "도둑놈 셋이서"도 있다는데 나는 못 읽었다.  이제 두분은 하늘로 돌아 가시고 (歸天) 이외수 씨만이  고고히 도인이 되서 감성마을의 촌장으로 재직 중이다.화천 군에서 20만평을 조성해서 감성마을을 조성하고 이외수씨의 천재성을 인정하고 모셔갔다. 과장하자면  이외수 한 명이 화천군을 먹여 살리는 것 같다.   인구의 절반이 군인인 그곳에 년100만의  관광객이 몰려들도록 만들었다. 시대가  기인을 필요로 하게 됐다.

 

** 시대가 기인도 만들고 시인도 만들었습니다.

천상병시인이 하늘에서 웃으며  세상에 남아서 소풍을 다 하고 온 아내를 맞아 주었을 겁니다.

목순옥씨 덕분에 천상병시인이 빛났고 , 그의 시가 널리 읽혔다고 생각합니다.

목순옥시인이 아내가 없이 노숙자 같은 생활을 하며 귀천(歸天)을 썼다면 그리 유명한 시가  됐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순옥여사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교육코너  베스트로  선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고민하며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