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봄눈 , 모든 엄마들이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이야기.

모과 2012. 7. 3. 04:11

 

나는  남보다 모성애가 유독 강한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어머니가 45세의 나이로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렇다. 나는  결혼 전이었고  25세였다.  어머니의 부재는 나의 삶을 참 고단하게 했다.

 

나는 45세를 참 힘들게  보냈다. 환갑인 된 지금  16세나 젊은 엄마를 추억 할 때 마다  그냥 덤덤해졌다. 돌아 가신지 37년이 됐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 한 켠에는 늘  내가 너무 일찍 죽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을 안고 살았다. 어머니의 부재가 주는 아픔과 슬픔을 내가 겪고 살았기 때문이다.

 

1. 자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   엄마의 인생

 

영화 봄눈은  엄마가 갑자기 죽게 됐을  때 , 엄마와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가족 영화이다.  눈이라고는 몇 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하는  부산을 배경으로 전라도 엄마의 척박한 삶을 그리고 있다.

 

 순옥은 지하철 공사장이나  종합 병원의  청소부로 억척같이 살아 간다. 모양만 다를 뿐 대부부분의 어머니 인생이 그럴 것이다.  결혼 후   자식들이 생기고 부터는 남편보다 자식에 대한 모성애가 더 커지는 것이 여자들이다.

 

 

엄마역의  윤석화( 53/순옥) 의 연기가  연극 톤이고  절실하지가 않았다.  자식을 30년 키워보지 않은  배우가 연기해서 그런 것 같았다.  남편역의 이경영도 그랬다. 나는 영화에 몰입이 잘 안됐지만 스토리에 몰입을 하며 감상했다.

 

내가 봄눈의 순옥같은 상황이라면  죽음을 어떻게 받아 들일까? 를 곰곰히 다시 생각하며 영화를 봤다.  결혼생활 35년 동안 수도 없이 많이 생각 했던 문제였다.

 

2. 다정다감하지 않고 이기적인 두 딸

 

 

큰딸은  결혼을 했고 부모에 대해서는 보통 딸들 같이 하는 것 같다.  맏딸로서 엄마에 대한 애잔함이 좀 컸으나 엄마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둘째 딸(29세)역의 심이영은 엄마에게 자주 덤비고 신경질적인 딸이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막내 며느리로 나오는 배우였다.

 

아들만 둘인 나는  둘째 딸이 엄마에게 마구 대하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낯설고 불편했다. 딸을 그렇게 가르친 순옥이 참 안돼 보였다.  

 

봄눈은   2부작 드라마로 제작 됐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봤을 것  같이 생각이 들었다. 

 

3. 아들!아들! 그 절절하고 설레는 존재.

 

영화 봄눈은   엄마와 아들의 절절한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다정다감한 아들은 딸보다 더 애살있고 (경상도말: 정이 많고 ) 엄마에 대한 사랑이 깊은지 보여주고 있다.

 

 

 나는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낳고 키우면서   좋은 엄마가 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냥 피었다 사라지는 들꽃 같은게 나의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아들들에게만은 최고의  엄마가 되고  싶었다

 

40대 초반에 평화롭던 나의 인생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을 때 나는 단 한 가지만 생각했다.

두 아들을 어떻게 지키고 키우고 교육시키느냐만 생각했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머리가 폭발할 것 같아서  수도 없이 자기 최면을 걸었다. 견디면 다 잘될 거라고 .

 

 

가장 무서운게 아이들이 제 몫을 하기 전에  혹시 내가 죽으면 어쩌나 ? 그런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들었다. 나는 하루에도 몇번 씩 깊은 숨을 몰아서 들이키고 내밷었다. 마음 속으로 내 속에 있는 나쁜 기운을 내보낸다고 생각했다. 마음 속에 화가 생겨서 암으로 변할까 두려워서였다. 혼자있을 때는 수시로 울었다.

 

삶이 고달파서  죽고 싶었으나 자식들 때문에 죽을 수 없다는  아이러니가 계속 됐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고민이라고는 없는 사람같다고 말했다. 남들 앞에서는 청승을 떨고 싶지가 않았다.

 

책 대여점을 12년 하면서  아르바이트 학생은 일요일에 5시간만 썼다. 명절에도 쉬지 않고  장사를 하는 나를 사람들은 독하다. 대단하다 고 했다.  12년 동안 쉰 날은 마지막 명절 단 3일이었다.

 

 

어미의 그런 생활을 본 아들들은 지금 나에게 끔직하게 잘하고 있다. 자식에게도 사랑 적금을 많이 해두어야  노후에 찾아쓰는 것 같다. 봄눈 속의 영재보다 더 엄마에게 다정다감하고  가슴 아파하고 있다.  나는 아프지도 않은데 만약 아프면 아들들이 얼마나 슬플까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아들 영재는  순옥에게 연인같이 다정다감하고 살가운 아들이다. 딸을 둘 낳고 낳은 아들이어서 그런지 순옥은 상황에 따라서  "아들 !" '아가' '영재'그렇게 부른다.   아들 역의 임지규(35세)의 연기가  무척 감동적이고 눈물나게 했다. 우리 아들 또래여서  더 공감을 하게 했다.

 

4. 남편! 죽어서도 내가 돌봐야 할 사람.

 

 

남편도 8살에 생모가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엄마가 없어서  많은 부분 포기 하고 살았던 남편에게 아내마저 일찍 죽어서  또 상처를 주고 싶지가 않다.

 

나는 해마다 건강검진을 하고 남편과 아들들에게도 하게 한다. 아이들이 취업을 하고 가장 먼저 시킨게 건강보험을 들게 한 것이다. 자식이 아파서 고통을 받는데 치료를 못하면 나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두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니 인생의 큰 짐을 내려 놓은 기분이었다. 

 

아들들이 결혼을 해서  손자 손녀를 보고 싶다.  우리는 좋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 내게 찾아온다면 담담하게 받아 들일  것 같다. 두 아들이 모두 30세를 넘겨서 다행이다. 막내는  결혼 할 좋은 여자 친구가 있고 큰아들은 인생의 목적이 뚜렸해서 안심이다.

 

 

남편의 고향 대전으로 이사를 오면서 나는  가능하면 시집에 자주 간다.  남편을 위해서이다. 효자인 남편이 아버님을 늘 걱정하기도 하지만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시집 형제들과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많다. 아들만 둘인데 혼자 남은 시아버지가 며느리들에게 불편할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봄눈에서도  순옥은 남편에 대한 애절함과 걱정을 죽을 때까지 놓지 못한다. 나는 그 마음이 이해돼서 눈물이 나왔다. 내 남편이 혼자 됐을 때를 상상하게 했다.

 

5. 준비된  죽음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다.

 

영화 봄눈은  시작부터 엄마의 암 발병을 알고 시작한다. 엄마도 가족도 엄마를 돌보고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요즈음 3명 중에 1명이 암이라는데  그래도 나는 노력해서  2명 중에 속하고 싶다. 나로 인해서 남편과 두 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가 않다. 내가 엄마를 일찍 떠나 보내고 겪은 아픔을  아들들에게 겪게 하고 싶지가  않다.

 

 

가족 모두에게 마지막 편지를 써놓고  엄마 순옥은 세상을  떠난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살아 있을 때 충분히 말해 주고 내가 세상을 떠나면 슬퍼하지 말고  각자 씩씩하게 살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가서 좋은 자리 마련해 놓고 기다릴테니  행복하게 살다가 오라고 말해줄  것이다.

 

남편에게는 여자 친구는 있어도 괜찮으나 재혼은 하지 말라고  미리 말해 두었다. 아이들의 생활이 복잡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없어져도 남편과 아들들이 잘 지내게 하고 싶다. 새어머니 밑에서 큰 남편은 절대 재혼은 안한다고 말했다.

 

6. 어머니 , 나이가 들어도 그리운 존재 .

 

 

결혼을 할 때나 출산을 할 때 ,어머니의 부재는  나를  가슴 아프게 했고  곧 단념하게 했다. 죽음은 포기이고 단념이다 .  죽은 엄마에게 섭섭함은 없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외할머니도 ,외할아버지도 없는게 늘 안타까웠다.

 

봄눈에서 순옥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수의를 입고 세상을 떠난다. 말할 수 없는 불효이나  외로운 마지막 길에  엄마 품에 안겨서 잠도 자고  배웅도 받은 행복한 여자이다.

 

순옥의 어머니(김영옥)는 딸 대신 당신이 가고 싶었을 것이다.

 

엄마 순옥의 고향 전라도 고창은   봄눈이 많이 오는 고장이라고 했다. 엄마가 죽은 날 봄눈이  전혀 없는  부산에 봄눈이 내린다.  늘 가족곁에 있겠다는 엄마가 약속을 확인 해주는 것 같이 느꼈다.

 

맏딸은 둘째 딸을 출산한다. 한 생명이 떠나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 세월은 그렇게 무심하게 흐른다. 새로 떠나고 새로 태어나고 ...... 그게 자연의 섭리이다. 우리가 죽음을 받아 들이는 태도도 순리대로 해야함을 알게 해주는 영화이다.

 

**  대전에는 상영관이 없어서 DAUM 영화에서 3,500원에 다운 받아서 봤습니다. 봄눈은 집에서 보면 좋은 영화입니다. 40대 이상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