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이 주연을 한 영화라고 해서 개봉하는 날 무조건 가서 봤다.
나는 몇년 전에 '여배우들'과 '해변의 여인'이라는 영화를 봤다. '여배우들'에서 고현정의 산만한 모습 속에 깊은 고독을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당히 강한 여자로 보였지만 사실은 혼자 있을 때는 깊은 생각 속에 침잠 돼 가는 여자 같았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애잔한 슬픔을 느꼈었다.
이혼 후 그녀의 복귀작은 조인성과 함께 주연한 '봄날'이라는 드라마였다. 드라마 '봄날'제작 발표회장에 나온 그녀는 귀티가 났으며 비밀스런 미소로 상당히 호기심이 가는 여자였다. 재벌가의 며느리로 살아온 세월이 몸에 묻어 있어서 그랬던 것이다.
1. 연기로 승부를 건 고현정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영화 미스고 속에서 고현정은 만화가 천수로(고현정)으로 나온다. 이름이 나타내는 것 같이 촌스러운 여자이다. 성동일은 영화 속에 그녀를 늘 촌스러! 라고 부른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나온 그녀는 날씬하고 기다란 몸매에 그렇게 이쁜 얼굴이 아니었다. 나이가 40세가 넘은 얼굴은 풋풋함을 당연히 찾아볼 수 없었다.
고현정 스스로도 미모보다는 연기에 승부를 건 것 같았다. 영화 미스고는 고현정의 다양한 표정 연기를 보는 잔 재미가 있다.
2. 스토리가 진부하고 새로울게 없는 것이 문제.
공항장애에 소심증, 대인기피증까지 있는 천수로(고현정) 은 우연히 만난 가짜 수녀님에게 이상한 물건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마약 밀매에 자기도 모르게 가담하게 된 천수로와 조폭, 비리 경찰들과의 좌충우돌이 영화의 내용이다.
조폭과 경찰, 마약밀매라는 식상한 소재와 부산이라는 항구도시는 영화의 소재로 너무 자주 나온다.
천수로라는 만화가가 공황장애를 가진 것만 좀 다를 뿐이다. 우연히 사건에 연루 돼서 그 사건을 해결해가면서 공황장애를 극복한다는 단순한 내용이었다.
영화는 부산이라는 항구도시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면서 조폭과 경찰들 속에 유일한 홍일점으로 천수로(고현정)을 늘 중심에 세워두었다.
나는 부산에 오래 살았지만 연안 부두 쪽으로는 갈 일이 거의 없었다. 미스고에 나오는 새로운 부산의 모습은 영화가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3. 멜로가 생각보다 어울리는 유해진의 새로운 발견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미스고에서 유해진과 고현정의 키스 신이 화제가 된 것을 읽었다.
코믹연기의 대가인 유해진의 멜로 연기가 상상이 안갔지만 김 혜수와 연인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연기를 잘 할 것도 같았다.
미스 고에서 유해진은 마약 밀매자들을 소탕하려고 조폭에 스파이로 잠입한 경찰 빨간 구두로 나온다. 고현정과 어쩔 수 없이 자주 만나면서 사랑이 싹 튼다.
빨간 구두(유해진)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천수로(고현정)을 지켜준다. 멋진 남자로 손색이없는 멜로 연기를 해서 좀 놀랐다. 두사람의 러브라인 조차 없었으면 무미건조한 쌈박질만 하는 재미 없는 영화가 됐을 것이다.
4. 명품 조연 배우들이 총 출동해서 영화가 오히려 산만해졌다.
나는 어느 영화나 명품 조연 배우는 두 명 정도 출연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미스고에서는 성동일, 고창석, 이문식, 유해진 등 너무 많이 나오는게 문제이다. 관객들의 시선과 마음이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이문식은 조폭두목으로 나오기에는 너무 착한 인상이다. 성동일의 연기는 이제는 익숙해져서 늘 같아 보인다. 고창석은 말을 더듬는 것외에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게 없었다.
5. 고현정과 박신양의 딜이 인상적인 앤딩 장면
미스고에서 고현정은 허름한 옷과 운동화를 신고 맨 얼굴로 나온다. 나는 여배우가 미모를 포기하고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에 작은 감동을 받았다.
고현정은 조폭 두목 박신양과 타협하러 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단 한번 멋진 모습으로 나온다.
어리버리한 촌스러가 아니고 만화 속의 주인공 같이 변신을 한다.
영화 미스고의 말미에는 작은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인 천수로가 만화가여서인지 마무리를 만화식으로 풀었다. 미스고는 마약, 폭력, 멜로로 포장한 한 노처녀의 공황장애 극복기이다.
영화에서 완성도나 감동을 찾기는 어렵다.
극장 안에는 20,30대 테이트족으로 가득했다. 나의 옆자리의 커플은 영화 시작부터 앤딩까지 여자가 남자에게 반쯤 몸을 안겨서 관람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미스고는 데이트를 하면서 자주 잔잔한 웃음을 웃게 하는 상업 영화이다. 고현정이 주연해서 선택한 영화였지만 고현정이 아니라도 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고현정은 고현정이 아니면 안되는 영화를 선택하길 바래 본다.
** 영화가 끝나고 그냥 잠시 앉아 있어야 하는 이유는 부록으로 재미있는 만화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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