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3으로 가도 모교를 지원하겠다는 큰아들의 애교심은 대단하다.
큰아들은 재수를 하고 생각보다 좋은 성적이 나왔다. 수능 성적 상위 1.9% 언어 영역은 0.05% 였다.요즘 같이 언어, 수탐, 사탐만 봤다면 상위 1%안에 산뜻하게 들었을 것이다.
특차로 "국제 어문학부"를 지원한 것은 영문학을 전공해서 졸업 후 어나운서가 되고 싶었고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였다. 입학 전형에 "국제 어문학부" 학생은 내신을 "국어"만 보았다. 운이 정말 좋았다. 큰아들은 국어를 초등학교부터 고3까지 전교 1등을 했다.. 수많은 독서와 일기지도와 국어만 집중적인 교육을 시켰던 초등학교 교육이 빛을 발하는순간이었다. 서강대학교는 특차 보다 정시의 입학 점수가 훨씬 높다. 정시에 입학을 했으면 큰아들은 장학생으로 입학을 못했을 것이다.
아들은 2학년 때 경영을 다전공 했다. 다전공은 서강대학교에만 있는 제도로 두과목 이수 학점이 똑같다.영문학과와 경영학과 두개를 전공한 것과 같은 것이다.
1. 소수 정예 군단의 일원으로 입학을 했다.
서강대학교 벽보판에 12명의 장학생 명단에 큰아들의 이름을 본 순간 나는 말했다.
" 너는 평생 할 효도의 50%를 지금 한 것이다. 너는 언어가 상위 0.05% 이니 네가 공부할 분야에 최선을 다하면 40대가 되서는 그 분야의 최고가 될 것이다. 네가 하고 싶고 잘하는 것을 학교 다니는 동안 찾아라. 아나운서만 목표로 하지 말고 또 다른 것도 생각을 해 봐라"
큰 아들이 고1이었을 때 집안이 갑자기 기울었다. 하고 싶은 공부도 잘못하게 마음 고생을 많이 시키고 사교육을 못시켜서 재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4년의 힘들었던 세월이 한 순간에 다 보상받은 기쁨을 얻어서 그렇게 말해 주었다. 재수는 그렇게 많은 돈이 안든다. 사립대학교 등록금 한 학기분이면 됐다.
아들의 하숙방에서 함께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하숙집 동네 목욕탕에 가는데 벌써 학생들이 많이 등교하고 있었다. 입학을 할 때는 기숙사가 없어서 하숙을 1년하고 군복무를 마친 후 복학 후에는 계속 학교 기숙사에 있었다.
입학식에 참석을 해보니 수도권 학생들이 80% 였고 모두 표정들이 어두웠다. 우리 아이만 싱글벙글 기뻐서 얼굴이 다 상기돼 있었다. 신입생 대부분이 서울대, 연대,고대 이외의 학교는 생각을 안했는데 한 판 승부인 수능이 잘 안나와서 서강대학교에 왔다는 것이다. 전교 1,2등을 했거나 적어도 반에서 1등을 했던 학생들이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소강당에서 총장 신부님과 학부모 간담회가 있었다.
" 여러분의 자녀가 관악구의 S 대가 아닌 신촌의 S 대학에 입학해서 섭섭하시지요?...그러나 졸업할 때쯤이면 서강대학교에 온 것을 감사하게 될 겁니다" 라는 요지의 인사 말씀이었다.
서강대학교는 다른 종합 대학교 정원의 1/3인 작고 아담하고 내실로 꽉 찬 학교이다. 학생들은 묵묵히 공부를 하는조용하고 성실한 모습이다. "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 이것이 학교의 슬로건이다.
큰 아들은 졸업후 꼭 학교에 자랑스런 졸업생이 되겠다고 했다. 지금은 서울의 소시민이고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아들의 그 꿈이 꼭 이루어 지길 기도하고 있다.
2. 서강 대학교의 독특하고 독한 1학년 교육 방법
1)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구내 식당 에서 :
그 당시 해마다 입학식도 하기 전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과음으로 질식사 하는 사건이 종종있었다. 서강대학교는 구내 식당 3곳에 신입생들을 분산 시켜서 교수와 선배들과 같이 신입생오리엔테이션을 했다. 그러나 학부별 오리엔테이션이나 엠티는 자유롭게 하게 했다.
그해 신촌의 명문대학교에서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 오리엔테이션 후 과음을 하고 여관에서 자다 질식사한 사건이 신문에 크게 나서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다.
2) 독후감제출 : 서강 대학교 출신의 방송인과 기자가 많은 이유도 된다고 생각을 한다.
위의 사진은 2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는 마지막 날이다. 시험기간에도 예외 없이 제출해야 한다. 내가 기억하는 책은 독일문학 "좀머씨 이야기" 가 있다.
3) 일주일에 한 번 한자 시험을 봤다.
나는 이 제도가 참 좋았다. 일주일에 40문제의 한자를 읽고 암기 해야 한다. 처음에는 모르는 한자가 좀 많다고 부산집으로 답을 쓰고 못쓴 문제지를 보낸 적도 있었다. 나도 한 두 문제 몰라서 같은 상가에 있는 국문과 출신 원장에게 물어서 알려 주었다. 그후 혼자 다 해결했다.
4) 철저한 수업시간, 시험감독.
수업 시간 5분전에 조교가 들어 와서 출석체크를 하기 시작하고 정시에 강의실 문을 잠근다.
시험감독은 두명이 와서 하고 시험 전에 지우개까지 살펴 보는 경우도 있다. 컨닝을 할 수가 없다.
5) 음성 꽃동네 봉사 2박3일
큰 아들은 1학년 때 "음성꽃동네" 의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를 돌보는 일을 2박 3일 하고 왔다.
꽃동네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서 오웅진 신부님의 강의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봉사를 확실히 하고 깨닫게 하는 학교 교육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종교를 강요하거나 채플이 없고 대학성당에 미사만 있는 것 같다.
* 서강대학교 모습: 아들의 미니홈피에서 가져왔습니다.
** 도서관에서 밤늦게 공부를 하다 언덕을 내려오면 마음 깊은 곳에서 뿌듯한 감정이 올라오는것을 자주 느꼈다는 아들아이는 8학기 중에서 7학기 장학금을 받고 졸업을했다. 고3 때보다 대학교에 입학을 해서 더 공부를 많이 하게 하는 서강 대학교는 "서강고등학교"라는 별명을 가지고도 있다.
3 교수가 학점 올려주면 시말서 쓰는 대학교
우리가 학교 다닐때는 3,4학년 때는 전공만 배웠다. 그런데 요즘은 4학년도 교양과목을 저학년들하고
함께 수강한다고 들었다. 4학년 초 부터 계속되는 인턴 시험, 공채 시험은 졸업 할 때까지 계속된다. 4학년들이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교수는 공부를 열심히 한 저학년을위해서 공정하게 학점을 준다. 실제 삼성그룹에 최종합격을 하고도 2 학기 한 학점이 F가 나와서 입사가 취소가 된 학생이 있다. 교수가 한번 준 학점을 수정하면 시말서를 쓰기 때문이다.그 학생의 성적이 D 로라도 수정안 된 것은 그 학생의 평소 학교생활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 서강대학교는 1960년 개교, 1969년 종합대학교인가 ,개교 51년 된 짧은 역사이나 전세계에 포진하고 있는 천주교 예수회 대학의 460년 전통을 이어받은 학교입니다. 저는 우리 교육의 방향을 아들의 모교에서 봤습니다. 큰아들이 자신의 모교의 자랑이 되는 졸업생이 되기를 늘 기도 하고 있습니다. 어나운서가 되려고 서울로 유학을 갔으나 적성이 맞지않음을 알고 1학년 1학기에 바로 포기 했고 지금은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기 적성을 졸업 후에야 알게 됐지요.
7) 서강대학교 대외평가[출처 : 서강대학교 홈페이지]
- 2009년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종합대학교 부문 1위 선정
- 2009년 종합대학 정규직 취업률 1위
- 2009, 2010년 QS주관 아시아대학평가 졸업생평판도 부문 국내 사립대 1위
- 2009년 일반대학 교직과정 평가 최우수대학으로 선정
- 2008년 교육역량강화사업 수도권 대학 1위
* 교육 코너 배스트로 선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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