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제일 소질이 부족한 음식을 하는 부서에 취직이 되었다고 하니 여동생은
"인생은 예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곤 해 호호호"하였다.
여동생은 음식 솜씨가 좋고 남에게 대접을 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내가 가면 맛있는 음식을 신속한 솜씨로 하여서 늘 주었다.
시댁의 동서나 시누이들도 역시 그렇다.
서로 음식 솜씨를 뽐내며 나에게 맛있는 김치를 해주고 시골 집에 모일 때면 토토리 묵도 직접만들고...
모두들 빠른 솜씨로 음식을 만들어서 자랑을 하듯이 나에게 해 주었다.
본의 아니게 나는 어디를 가도 대접만 받는 형국이었다.
무엇보다도 부산은 싱싱한 생선이 풍부한 곳이라서 굳이 다른 음식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나 할까?
이것은 모두 비겁한 변명일 수도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살림에 크게 재미를 느끼지 않고 책을 읽는 일에 더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12년이나 책대여점을 했던 것 같다.
이런 내가 음식을 만드는 부서에 갑자기 투입이 되엇으니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오전조는 7시 10분경에 도착하여 매장에 가서 오픈 준비를 하여 놓고
주방에서 9종류의 튀김과 6종류의 전을 만들어야한다.
마감팀이 준비한 재료로 튀김도 하고 전도 부치고 팀장이 만든 죽도 일회용 용기에 담고 ....
점심 시간까지 잠시도 쉬지않고 음식을 만들어야한다.
내가 입사한 때가 일년 중에 가장 바쁜 때라서 누구도 나를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한 사람의 고참은 여러 번 불 친절하다고 고객센터에 항의가 들어 가서 며칠 후면 그만 두게 되어 있었다.
고객에게도 불친절한 사람이 신참 졸병에게 친절 할 일은 없었다.
설걷이 해라, 무엇을 가지고 오라, 중간 중간에 내게 빈정도 대고.......계속 심부름만 시키며 혼자서 음식을 다 하곤 하였다.
창고, 냉장실, 냉동고에 여러 가지 음식재료가 많았는데 누구도 나를 데리고 가서 재료가 어디에 있는 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 곳은 10여개의 협력 업체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크 소세지"가져 오라면 냉장고에 가서 한참을 헤메다 다시 가서 물으면 신경질난 표정으로 따라오라며 냉장실로 가서 "여기 있잖아요"하고 나갔다.
마음 속으로 그만 두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며 한 2주일 정도는 지켜 보면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간과 쓸개"는 아침에 회사에 들어 오면서 "보안"담당자에게 맡게 두었으니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나 보다 14살이나 아래인 또 다른 "사부"는 하루 종일 씨부리며(경상도 말로서 계속 떠드는 모양)손은 잽싸게 일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다른 사람이 해놓은 일이 못마땅하여 계속 투덜 대고 나에게 생각 나면 하나씩 설명도 해주고 회사 소문도 쉬지 않고 떠들고....
일은 엄청 빠르고 잘 하는데 머리가 아파 죽겠다.
7시 10분 까지 오라고 했는데 이른 시간에는 지하철의 배차 시간이 7분, 14분인 것을 몰라서 한 5분 늦게 갔더니 큰 소리로 성질을 내며
"언니! 7시 10분 까지 오라면 와야지 배차 시간이고 뭐고....일을 처음부터 제대로 배워야 할 것 아니예요"
하도 떠들어서 "알았어요"했더니 조용해 졌다.
이제부터 집에서 새벽 5시 40분에 나와야겠다.
이 사부도 말을 잘못한 후유증으로 며칠 후면 퇴사를 하게 되었다.
아! 여자들이 말이 많다는 의미를 체험 중이다.
그것도 좋지 않은 말, 그리고 밥을 먹고 쉬는 동안 남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재빠르게 남에게 패스해주는 신속함에 , 더불어 자기화하여 창작까지하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사람이 여럿 있었다.
또 한명의 사부는 자기는 일을 하지 않고 계속 꾀를 부리며 나에게 가르치며 수시로 심부름을 시키는 스타일이다.
주방에 가서 국수 다시물을 가져와라, 떡을 6봉지 쪄 와라, 순대 쪄와라, 죽 퍼 와라, ...아이구 중간 중간
공동으로 사용하는 설걷이 통에서 우리 그릇도 씻고...발바닥은 화끈 화끈 쑤시고....
자기가 할일은 제대로 해 놓지 않고 남을 당당하게 야단치는 용기가 놀라웠다.
이 분도 어제를 마지막으로 그만 두었다.
그래도 그 들이 밉지 않고 귀엽게 보이는 것은 마음의 속이 보이기 때문이리라.
나도 40대에는 저렇게 잘난 척을 했을거야.ㅎㅎ 하면서 표정도 마음도 평온한 편이다.
꼴랑 튀김9가지와 전 6가지 가지고 잘란척 하기는.
입사한지 20일도 되지 않았는데 3명이 그만두니 그 들이 내게 무었을 가르쳐 주고 싶었겠나?
문제는 내가 일을 못하고 느리고 부족한 사람인데 있다.
전 재료에 밀가루도 묻히지도 않고 계란물에 넣고 불 조절을 제대로 못해서 태우고, 계란 3개 가지고 오라면 한 개는 튀김 기름통에 빠트리고......나때문에 우리 사우들 몇 번 폭소를 터트리고 속도 터진다.
언니! 언니! 언니!
내가 엉뚱한 일을 할때면 부르는 소리이다.
아이구, 언니 소리 원없이 들어 보네.
"언니는 독특하기는 독특해, 나도 살림을 못하지만 집에서 하는 일은 하거든요."
말없고 예쁜 "이쁜이"가 웃으며 말했다.
묵묵한 우리의 팀장님은 시키기 보다는 직접 해 버리는 타입이고 며칠 전에 새로 입사한 상택(가명)씨는
키가 작지만 일은 신속히 잘하고 경우가 밝았다.
아들을 낳으라고 남자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하며 웃었다.
상택씨에게도 팀장님께 "충성"맹세를 하며 경례를 하라고 했더니 즐겁게 웃으며 경례를 했다.
모두들 내게 한 소리로 말했다.
"언니! 쫄다구 들어 와서 좋겠네"
졸병이 나보다 더 잘해서 또 꼴찌네.
그래도 메추리알 삶은 것을 꼬지에 세개씩 끼우며 한개는 행복, 한개는 평화, 한개는 미소, 생각하며 속으로 즐거워한다네.
파를 다듬을 때는 하나씩 다듬어서 죽통에 꽂으며 꽃꽂이 하는 기분으로.....ㅎㅎㅎ
그래서 그런지 방학이라서 성수기라서 그런지 내가 약간 못나게 만든 삼색전과 동그랑땡, 고추전, 버섯전들이 손님접대용과 제사용으로 팔려 나가는게 신기하고 감사했다.
본사에서 우리팀의 심각성을 알고 실력있는 남자 부장님이 오셔서 일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이제야 일을 제대로 배우는 것 같다.
36세의 샤프한 미남인 총각 부장님에게 "모과씨!"라는 소리를 들으니 묘한 기분이었다.
다른 명칭도 없고 아무튼 재미있고 신기한 것 투성이다.
퇴근하며 보안에 맡겨 놓은 "간과쓸개"를 찾아서 제자리에 넣고 마트 안으로 향했다.
튀김가루, 부침 가루, 식용유 one+one도 사고 오징어, 고구마, 새우, 정구지 당근도 샀다.
집에 가서 복습하여 남편에게 푸짐한 술상을 차려 주고 나의 실수담을 이야기하며 웃으니
"당신 곧 쫒겨 나겠는데 허허허"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