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엄마의 홀로서기
12년간 하던 책대여점을 지난 3월에 그만 두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12시 30분에 가게문을 닫고 집에 오면 새벽 한 시가 되었다.
그 기간중에 온전히 쉰 날은 3일 뿐이었다.
아르바이트도 일요일 낮에 5시간만 썼을 뿐 거의 모든 세월을 혼자 가게를 지켰다.
가게를 시작할때 고등학교1학년,중학교1학년이 었던 두 아들은 이제 29,26세의 건장한 젊은이가 되었다. 큰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기전인 작년 10월 말에 그 어렵다던 대기업에 최종합격하였다.
강남의 본사에 근무하는 큰아이는 서울에 있고,막내는 대전의 국립대학에 복학하여 2학년에 재학중이다.
두 아이가 다 집을 떠나있고 남편도 십여년간 사업 실패의 상처를 딛고 대형서점에 취업이되었다.
십여년을 10대와 20대가 대부분인 손님을 상대로 책을 대여해 주고 상담도 해 주다보니 나의 눈 높이는 그 들의 눈 높이에 맞춰져 있다.
인생에서 가장 영혼이 맑다고 할 수 있는 그들은 내게 친근함으로 다가 왔고 자주 만나다 보니 묻지 않아도 그들의 세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나를 친 이모나 고모보다 더 가까이 대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도 그들의 눈 높이에 맞추어서 책도 드라마도 음악도 취향이 바뀌었다.
십여년을 그렇게 생활을 하니 문제점이 생겼다.
같은 연배의 4,50대의 아줌마들과의 대화에 융화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주로 목욕탕인데 나의 관심과 그들의 관심이 전혀 달랐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아들들에 대한 집착의 끈을 놓아야 한다는 깨달음에서 시작 된다.
책을 대하다 보니 많은 책을 읽었고,신문도 여러개 보고, 모든 취향이 젊은이들과 같다보니 아들들과도 친구같은 엄마로서 드라마이야기도,취업이야기도,.....영화도 함께 자주 보러갔다.
우리 아이들은 여늬 집에 딸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자상하고 섬세하게 엄마를 대했고 군대에 다녀와서는 마치 오빠들같이 엄마를 배려하고 돌보는 자세가 되었다.
큰 아들아이가 취업을 하여서 바쁘고 막내도 복학하여 학업에 적응하느라 바쁠때 문득 깨달아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는 엄마가 되겠구나!
이제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나를 위해서 살자.
그 동안에 잊고 있던 나를 찾자.
4,50대와 융화 할 수 있는 본래의 나이대로 나를 찾아가보자.
2.고속 도로 휴게소에서의 "불우 이웃 봅기 책 바자회"
남편회사는 대형 할인마트에 약 20곳에 대형 서점이 입점해 있는 출판 ,유통, 인터넷판매,소형슈퍼약80곳에 책 코너를 운영하는 갑자기 크게 성장한 회사이다.
사장님과의 오랜 인연으로 남편이 입사한지 일년이 넘었다.
봄 가을 에는 전국 60여개의 대학에서 주로 학생회주체로 "책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봄에도 좋은 결과를 얻었고 전국의 대학생들이 책에 목말라 하는 것도 알았다.
나도 충정도의 어느 사립대학에서 일주일 간의 행사에 동참을 했었다.
본사 사장님은 나의 책방경영을 경력으로 좋게 봐 주어서 이번 에 시험적으로 하게되는 고속 도로 휴게소에서의 행사를 맡아서 하게 되었다.
휴게소의 소장님은 이층 여자기숙사에서 숙식을 할 수 있게 배려를 해 주셨고 행사하는동안 따뜻한 배려로 나는 좋은 경험을 하고 돈도 버는 일거 양득의 소중한 경험을 하였다.
34일간의 휴게소에서 보고 느낀 사소한 경험들을 기록해 보겠다.
여기의 나오는 모습들이 바로 나와 여러분의 모습일 것 이다.
내가 머물던 휴게소는 자율 식당과 편의점과 휴게소 주차장의 만물상만이 24시간 운영을 하였고
우동코너나 스넥코너는 오후8시에서 10시에 문을 닫았다.
휴게소의 식당과 스넥 코너의 중간에 있는 골목에 하얀 천막 텐트를 치고 그 곳에서 책을 팔았다.
신간은 거의 없고 규일가 판매였다.
출판년도가 좀 된 그당시엔 베스트셀러였던 책,아동도서...위인전,명작동화,
규일가 판매...1000원부터 2000원,3000원,4000원,50%할인코너...
그리고 퍼즐....1000P(조각),500P.150P...그리고 2000원,3000원짜리 유아용퍼즐.
3.휴게소에 온 사람들 의 모습
A.빙그레,호호호,하하하.
엄마와 아빠를 따라 온 아기들의 모습은 빙그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예뻤다.
여자아이들은 주로 자다가 내려서 머리가 헝크러져있으나 귀여웠고,끈만 달린 원피스를 입고
아장 아장 걸으며 텐트 속으로 들어오자마자 책칠하기 코너로 달려가서 책을 고른다.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나 공통으로 공룡을 좋아하는 게 신기했다.
엄마들은 대부분 집에 있는 것도 다 그리지 않았다며 사주려 하지 않았다.
한참 떼를 쓰고 달래다가 2000원짜리 색칠공부 한권을 사 가지고 간다.
엄마가 뚱뚱하면 아가도 비만이라서 둘이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가는 모습을 보며 나혼자 빙그레 미소가 나온다.
산달이 다가온 산모가 배를 마음껏 내밀며 걸어 들어 온다.뒤에는 착하게 생긴 남편이 뒤따르고....
"불우 이웃돕기 바자회입니다. 몇 권 사시지요."하고 권했더니.
"책이 수준이 낮아서...수준이 낮아서,.......수준이 낮아서"하며 골목을 지나간다.
참 도도한 얼굴이 미웠고 아직 겸손함을 배워 본적이 없는 새댁의 모습을 보며 뱃속의 아가의 태교에 좋지않을 것 같다.
수준 낮은 사람은 있어도 수준 낮은 책이 어디에 있는가?
동의 보감도 장길산도, 명심보감도,사자성어도....그 녀의 눈에는 수준 낮은 책인가 보았다.
뒤따르며 미안한 미소를 짓던 남편의 모습이 너무 안됐었다.
30대 중반의 남자 손님들이 3명 들어 왔다.
책을 쭉 보더니 한자2급자격증 대비책을 사고 한 분은 유아용 그리기와 산수책을 서너권을 고르더니 한분이 물었다.
"아줌마! 장길산은 얼마예요?
"딱2질이 나와는데 10권에 0만원이예요.'
"좀깍아주면 안되요?"
"제 마음대로 할인을 해 드릴 수는 없고 200 0원짜리 책을 3권을 서비스로 드릴게요."
카드로 결제를 하고 한 5분후에 그 분이 다시 왔다.
"아줌마! 이거 취소 해 주면 안되요."
"왜요? 참 좋은 책입니다."
"집에 가면 한소리 들을 가봐요. "
"저 취소 할 줄 모르는데요." 정말 취소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아서 몰랐다.
"됐어요.그냥두셔요.'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고 돌아갔다.
옆에 있던 분이 "뭘 사가면 좋은 소리를 들은 적이 별로 없어. 지난 번에는 구미에서 티셔츠를 4개 사가지구 갔더니 바꿔 오라잖아.'하며 웃는 모습이 어린애 같았다.
초등학교 두딸과 부부가 들어 왔다.
첫 눈에 남편의 인상이 참 좋아 보였고 부인은 무척 깐깐해 보였다.
1000원코너에서 부인에게 웃으며 책을 권했다.
'이 책은 당신이 읽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가르치는데도 도움이 되고.."
책이름은 "함수로 읽는 세월"이었다.
"사모님이 선생님이셔요."
"네,"남편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30대 중반인 부인은 도도한 표정으로 대꾸가 없었다.
"무슨 과목을 가르 치시는데요?"
:물리입니다." 역시 남편이 대답했고 부인은 까맣게 탄 나를 무시하는표정으로 손에 들은 종이컵과 일회용커피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머 그래요. 저도 물리학과를 나왔는데요. 70학번이지요. 물리를 가르치시면 고등학교 선생님이신가요?"
"아니,중학교에서 과학아니 물상을 가르칩니다."
역시 남편이 대답을 했다.
남편이 아이들의 동화책을 두 권을 사고 1000원짜리 책을 3권사니 그제서야 부인이 말을 한다.
"함수로 읽는 세월"을 내 놓으며
"책이 마음에 안 들어. 책이 더럽잖아." 하며 남편에게 말 하였다.
나는 웃으며 "그냥 읽어 보셔요.한 권이 남았는데 서비스로 드릴께요."
"감사합니다."
남편이 부인의 태도에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고 그녀는 또 말 없이 얼굴을 쳐들고 식당으로 들어 갔다.
요즈음 선생이 배우자로서 인기가 많다니까 저런 것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그 남편이 참 안되 보였다.
잠시후 물을 먹으러 식당에 가니 그 가족이 에어컨이 나오는 식당에 앉아서 아이들은 동화책을 소리내서 읽고 엄마는 집에서 가져온 종이컵에 집에서 가지고 온 일회용 커피를 식당의 온수에 타서 마시고 있었다.
참 알뜰해서 돈 많이 모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들은 타 도시에서 일을 마치고 잠시 쉬러 휴게소에 혼자 들리는 경우도 많았다.
말없이 책을 구경하다가 명심보감이나 사자성어, 옥편 한글 사전, 사자소학등의 책을 몇 권씩 사갔다.
매주 지나가는 OOO화장품 지사장님은 열명가량의 직원을 데리고 와서 "칭찬의 힘"이나 "카네기에에 다시 배운다."등의 처세술에 관한 책을 많이 사갔다.
물에 대한 책은 "정수기"를 판매하는 분이 고객에게 선물을 한다고 많이 사갔다.
4,5십대의 어머니들은 민간요법이나 약술, 족욕법,반신욕법,...한의사가 쓴 요통,생리통,관절염,변비에 대한 책도 많이 사갔다.
생각보다 퍼즐이 잘 나갔다.
어느 젊은 아줌마는 새로 이사가는 집을 꾸민다고 1000P(조각)퍼즐 5개를 카드로 사가지고 갔다. 모두 명화로만으로 된 것이었다.
철학이야기,속담,서양의 속담,중국의 속담등의 책도 많이 나갔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어느 장소에서든지 미쳐 읽지 못햇던 책을 발견 하면 기쁜 마음으로 산다.
신간은 없어도 읽을 책은 많다고 본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은 사람도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으므로 그렇다.
우리 큰 아들 나이쯤 되보이는 젊은 아빠가 유모차를 오른손에 왼쪽 어깨에는 작은애를 들쳐메고 땀을 흘리며 계단아래 스넥코너옆에 유모차를 내려놓고 있었다. 큰아이는 아버지의 바지를 잡고 있고.
혼자있으면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외모에 샤프하고 선한 인상이었다.
내가 우스워서 하하하 웃으니 자기도 나를 보고 크게 웃는다.
'애기 엄마는 어디에 갔어요?'
:화장실에요."
"실례지만 지금 몇 살이에요?"
"31살이요."
"우리 아들보다 두 살이 많네. 그래 어때요? 장가가니까 좋아요.양다리와 팔에 처 자식이 매달리니까 좋지요?"하고 웃으니까 자기도 크게 웃는다.
아이엄마는 날씬한 미인 이었다.
"아빠! 오줌."하고 세살 정도 된 아이가 아빠의 손을 잡고 말하니 웃으며
"아빠도 화장실 가야지."하며 아들의 손을 잡고 간다.
이제 고생이 시작이고 자유가 한정되어 가는구나.
아들의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행복해 보였다.
B.내겐 너무나 이상한 사람들.
아침부터 버스 와 자가용에서 많은 학생이 내렸다.
여름 방학이라서 교회의 여름성경학교 의 수련회를 가는 사람이 많이 휴게소에 들렸다.
우르르 화장실로 몰려가서는 다시 우르르 차를타고 떠난다.
같은 모양의 교회이름이 인쇄된 티 셔츠를 입고, 목사님 몇 분이 들어 오셨다.
죽 둘러 보시더니
" 집에 대부분의 책이 있어서요.제가 살 책이 없군요."
"예 괜찮습니다.구경만 하셔도 돼요."
나는 알고 있다. 많은 교회에서 성경이외의 책을 읽지 못하게 노골적으로 설교하는 것을 직접 들었고
책방을 하면서 종교인의 모습들을 많이 겪어서 이해를 한다.
우리 동네 구멍가게 부부는 하루 종일 성경책을 펴 놓고 읽으면서 손님에게는 무척 불친절하고 표정도 굳었고 얼굴에 기쁨이 없다.
신앙은 말로서 강조한다고 믿음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기독교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의 편협함을 싫어하는 것이다.
수요일 과 토요일 오후에는 하기성경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돌아 올때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인지 텐트안으로 많은 학생이 들어 온다.글자로 된 성경퍼즐이 많이 나간다.
어느 중학생이 툭 던지는 듯한 말투로 1000원짜리 성경퍼즐책을 들고
"혹시 이단 책아니예요.천주교처럼."
"누가 천주교를 이단이라고 해요?"
"이번 하기 성경학교에서 배웠어요."
"무슨 쓸데 없는 소리를...자기네것만 잘 가르치면 되지 왜 타종교를 무조건 비방해요.
비교해서 똑바로 가르쳐야지."
천주교도 기독교고 구교이며 구교가 부패하여 종교개혁이 나서 개신교가 나타났음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하지 않을까?
고속도로 휴게소는 도로공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고 많은 곳에서 개인이 운영을 한다는 것도 나는 처음 알았다. 내가 머물던 곳도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었고 단체 손님은 대부분 화장실만을 이용하고 정수기의 물도 공짜로 마시고 간다.
어느 면에서 보면 그 단체 손님이 다음에 가족과 함께 와서 물건을 사 주는 경우도 많겠지만 휴게소 사장님들은 어느 한 부분은 사회에 봉사를 하고 있음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본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빗방울이 작아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성이 착해서 내가 골목에 텐트를 치고 장사를 하는 곳을 그냥 지나기를 미안해했다.
"물건을 사지 않고 그냥 지나가도 돼요?"하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갑자기 두명의 여자와 한 남자가 텐트속으로 들어 왔다.
"연변에서 온 관광객이예요. 어디 중매 할 사람 없시요. 42세,36세된 여자예요. 사진을 보여드릴까요?"하였다.
"재혼이네요. 갑자기 어떻게 결혼을..."하는데 바쁘다며 나갔다.
남자 분은 그대로 있길래..나는 그 사람이 가이드인 줄 알았다.
"가이드 아니예요?
"아니예요, 그냥 따라 들어 온 거예요. 저 분 들은 대접을 잘 해야해요. 대부분 독립군의 후예거든요.
연변에서 관광을 올 정도면 그 곳에서 잘 사는 사람들이예요."
"그렇겠지요."
"우리 나라는 잘 될 수가 없어요. 독립군의 후예는 못살고 일본군의 앞잡이 하던 놈들이 대통령을 하고...."하며 누구누구누구 4명이 일본의 앞잡이를 했단다.
그리고 책은 사지도 않고 공무원이 최고라고 이야기를 했다.
"실례지만 공무원이셔요."
"아니요.우리 옆집이 공무원인데 공무원이 얼마나 힘든 줄 아셔요?"
"모두 공무원이 편하고 정년까지 보장되니까 공무원이 되려고 하지않아요?"
"공무원이 비상 걸리면 얼마나 골이 아픈 줄 아셔요.휴일도 없이 나가야하고."
"그래도 대학생들이 대부분 공무원이 되려고 공부 한다잖아요. OO 대학에 가니까 법학과 학생이 경찰 9급공무원에 합격했다고 현수막을 걸었던데요?"하니까
갑자기 크게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면서
"OO대학이 학교예요? 대학생들이 공부는 안하고 말이야."
"실례지만 어느 대학을 나왔는데요?'
"서울대학교 나왔어요, 사람들이 공부는 안하고 말이야."하며 갔다.
아! 서울대학교!
서울대학교 총장은 교양필수로 "인간관계학"과"겸손학"을 선택하시기를 권유하고 싶었다.
C.어머니들의 두 얼굴
대부분의 엄마들은 텐트에 들어서자마자 표정이 엄격하게 교육적으로 바뀐다.
목소리도 강하게 힘을 주며 부드러움이란 찾을 수가 없다.
"만화는 안된다. 엄마가 만화책은 안 사주는 것 알지?"
남편과 아이들은 선택권이 거의 없다.
"왜 만화책은 안되나요? 여기에 있는 만화는 모두 심의를 거친 것이고 드라마로 방송된 궁 같은 만화는 올해의 좋은 만화로 선정 된 것 이예요. 풀하우스, 바람의 파이터,성유리 공유 주연의 드라마도 일본 만화 "에덴의 꽃"을 드라마화 한 것인데요. 만화가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문제지요?."
젊은 엄마는 나의 말에 반박을 못하고 서 있고 아이는 만화책을 들고 간절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왜 소중한 아이에게 다정하게 말하지 않고 욱박지르면서 말해요? 자식인데 얼마나 예뻐요.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에게 왜 그렇게 욱박지르듯이 말을 하셔요?"
순간 엄마의 볼이 붉으레해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 엄마는 동화책을 몇 권을 사고 그 만화책도 사갔다.
대부분의 집에서 결정권이 엄마에게 있다. 그 엄마가 책도 읽지 않고,신문도 보지 않고,자기 주장만 강하다면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도 질서가 없이 자기마음대로 한다면 그가정의 자녀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젊은 아빠가 1000P(조각)의 퍼즐을 사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젊은 엄마가 퍼즐을 돈으로 바꾸러 왔다.
"왜 그러셔요? 애기 아빠가 마음에 든다고 사가셨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바꾸려구요,집안에 늘어 놓고 정신이 없어요.'
"참 딱한 일이네요. 아니 월급을 받아서 모두 갖다 주는데 14000원짜리 퍼즐 하나 마음대로 못 사게 하셔요? 젊은 엄마가 너무 한다. 남편 자존심도 생각을 해 주어야지..."
젊은 엄마는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지만 붉으레 해진 얼굴로 돈을 만지작 거리다 돌아갔다.
OO야 이 동화책을 읽어라. 저 동화책을 읽어라."
엄마가 계속 말해도 아이는 고개를 흔들며 싫다고 했다.
보다 못해 내가 말했다.
"읽기 싫어 하면 그냥 두셔요. 왜 돈을 쓰고 아이에게 감사도 못 받고 그러셔요. 저 아이가 엄마에게 사달라고 졸르면 그때에 사 주셔요."하였더니 두 부부가 고개를 끄떡이며
"맞아요. 그래야 하겠어요."하였다.
중년의 아버지들이 들리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집에 책을 전집으로 들여 놔서 없는 책이 별로 없고 아이들은 읽지도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아이에게 책을 선택하는 기쁨를 주고 어떤 상 받을 일을했을 때 그 아이 손을 잡고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고르게 하면 그책은 읽고 또 읽는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D.자기네 집에서도 그렇게 할까?
.담배 피우는 남자들은 왜 꽁초를 예쁜 화분에다 끌까요?
조경으로 예쁘게 장식해 놓은 화분마다 꽁초가 그득하여서 마음이 아팠다.
꽃도 생명이 있는데 담배불로 고문을 하시면 됩니까?
화장실 사용은 여자들이 더 지저분 하게 쓴다.
왜 페트병이나 음료수 캔을 화장실 휴지통에 수북하게 버리는가?
손씻는 수도물을 마냥 틀어 놓고 머리에 물을 묻히고 핀을 꼽고 있는 60대 아주머니.....나이나 적습니까?
휴지를 사용하고 휴지통에 바르게 넣지 않아서 바닥에 늘 사용하고 버린 휴지가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환경담당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일회용 장갑을 끼고 화장실 앞에 서 있었다.
떨어진 휴지를 주워서 휴지통에 넣느라고...
애완용 개를 데리고 오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벤치에서 쉬고 가면 개 똥이 널려 있었다.
조경을 담당하는 아저씨는 휴게소에서 제일 새까만데 일 주일 에 두 세번 개똥때문에 물 청소를 하였다.
물론 애완견의 뒷처리를 잘 하시고 가는 분도 많을 것이다.
4.시커먼스 금,은,동메달은?
금메달은 조경을 담당하는 아저씨였다.
일 중독에 걸린 사람모양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쓸고 딱고 나무를 가지쳐주고 쉴사이 없이 일을 했다.
앞니는 두개나 빠져서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피부는 까맣다 못해서 두꺼워졌다.
식사 시간에도 계속 일을 하길래 "식사 하시고 하셔요?' 하였더니
"밤 먹을 시간이 어디에 있어요. 하던 것 다 하고 먹어야지요."하며 호수로 물을 뿌리며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있다.
식사할 때는 이가 없어서 고추장에 밥을 비벼서 국과 함께 먹고 있었다.
밥의 양만 다른 사람의 두배 정도 되었다.
일주일에 두번이나 조그만 연못의 물을 모두 빼고 바닥을 햇빛에 말리고 다음날에 금붕어를 넣어 주었다.
"왜 그렇게 자주 연못 청소를 해주셔요."하니까
"흐르는 물에는 공기가 많아서 괜찮은데 고인 물은 자주 갈아 주지 않으면 금붕어가 질식 해 죽어요."
"아저씨 참 과학적이시네요. 그런것은 어디서 다 알았어요."
나의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산에 오를 때 초보자는 쉬지 않고 오르다가 죽는 경우가 있다고 다른 이야기를 했다.
"아저씨! 아저씨가 시커먼스 금상이예요. 저기 만물상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고등학생들이 은상 ,그리고 내가 동상이예요. 내가 정했어요,호호호."하였더니 아저씨가 빠진 이를 내 보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시커먼스 은상은 큰 휴게소 가운데에 있는 만물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교학생 4인방이었다.
부산에서 공고를 다니는데 2학기 수시로 전문대학에 합격하고 입학금을 벌기 위해서 자동차 "와이퍼"를 파는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잠시 쉬는 시간이면 내가 일하는 텐트 옆에 등나무 아래 벤치에서 컵라면이나 간식을 먹어서 알게 되었다.
"아줌마! 우리들 화상 입었어요."
"왜?"
"햇빛이 너무 강해서 피부가 타 버렸어요."하며 싱긋이 웃는다.
모두 잘 생기고 생기 있고 활기찼다.
손님에게 서비스로 받았다는 콩시루떡을 주며 먹으라고 살갑고 다정하게 대했다.
. 시커먼스 동상은 바로 나였다.
하얀 텐트를 치고 장사를 하여서 오후 2시까지는 직사 광선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무척 까맣게 변했다.
화장실 갈때만 거울을 보는데 낯선 내가 거울 속에 있었지만 바쁘니까 그냥 조금 놀래고 바로 돌아와서 장사를 하였다.
회사에서 책을 가져다 주는 분들 마다 나를 보자마자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다.
"너무 타셨네요."
일을 마치고 기숙사에서 샤워를 하는데 옆에서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하하하하....이모 원래 까만게 아니었어요? 하하하...알굴하고 목 하고 팔만 새까맣네요."
유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 이모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복 날에 휴무여서 집에 오니 막내가 토종닭을 두 마리 삶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너무 탔다. 미안하네. 내가 학원을 그만 둘까?'
"왜 학원을 그만 둬 형이 자기가 너무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다고 너는 그만 시키라고 했잖아.
엄마는 재미 있어.잡념도 없고 사람 구경도 많이 하고 돈도 벌고..."
"그래서 내가 오늘 학원도 빠지고 닭 백숙 해놨지."
"그래 고맙다."
"엄마! 공부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그럼 우리 막둥이는 한다면 한다는 것을 엄마가 잘 알지."
34일의 행사 중에 4일의 휴무가 있었고 장사의 결과는 기대보다 조금 나았다.
무었보다도 일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재미도 있었다.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모두 비슷한 사람들이고 모두 선량하고 착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까웠던 점은 휴가중에 젊은이 들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한가하게 피서를 할 수 없었겠고 돈 많은 이들은 외국으로 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는 잡초가 많고 잡초의 생명력이 질긴 것을 터득한 기간이었다.
나는 들판의 잡초들 사이에 보라색 꽃을 피우는 이름 모를 야생화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