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물어서 비가 좀 더 와야 하지만 아예 장마가 온다고 한다. 어제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아니 남편이 퇴근하고 저녁을 다 먹은 후 진통제를 사러 약국에 잠깐 다녀왔다.
나는 외과 수술을 3번 했고 장티프스와 결핵성 늑막염을 앓은 화려한 이력은 비오는 날에 확실한 증거가 나타난다. 뭐라고 딱히 표현하기 어렵게 컨디션이 좋지 않고 무기력해지며 몸이 기분이 나쁘게 아프다. 누워 있어도 편히 잠이 들지도 않고 총체적으로 불편하다.
우리 가족들은 내가 잠을 자면 그대로 둔다, 모두 조심스럽게 다니며 푹 더 자기를 바란다. 엄마가 아내가 엄살을 떠는 소리 안하고 그냥 자는 것을 이해 하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한 이틀 푹 자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비오는 날 내가 아픈 아픈 이유는 과거의 수술 후유증이기 때문에 그렇다.
생각해보면 64년이란 긴 시간을 나의 고단한 영혼을 담고 살아온 육신에 감사하다.
'나는 자기를 귀히 여기고 우대하는 좋은 버릇이 있어서 그동안 당한 고난에 비하면 몸과 얼굴이 그리 상한 편이 아니다 '
그렇게 스스로 위안을 하곤 한다.
나를 견디게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단한 몸이다. 나는 매일 샤워를 하며 생각하는 것은 '죽으면 먼지로 사라질 것들' 이런 생각을 한다 .장수사회라서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나는 매일 욕심을 내려놓고 미움도 내려 놓는다.
그래도 가끔 많이 부족하고 까칠한 나를 의식할 땐 '아직 한참 멀었구나~' 혼자 웃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