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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에 새며느리에게 쓴 편지

모과 2014. 5. 8. 07:00
동글아!
너와 지용(34세/ 둘째아들)이가 결혼한 지 6개월이 됐구나.
6개월 밖에 안됐는데 마치 6년이 된 것 같이 느껴지고 좋아하게 된 게 신기하다.
그것은 네가 지용이와 연애하는 3년 동안 네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지용이가 결혼을 결심한 어느 날 내게 한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 엄마! 동글이(애칭/31세)는 엄마를 많이 닮았어. 착하고 생활력 강하고 예쁘고.... 나는 앞으로 동글이 보다 나은 여자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내가 결혼을 한다면 동글이 하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동글이도 엄마 블로그의 글을 다 읽고 엄마를 무척 좋아하고 있어‘
 
너는 나의 소소한 일상을 솔직담백하게 적은 블로그의 글을 읽고 우리 집 며느리가 되기로 결심을 했다고 지용이에게 들었다. 우리 집이 IMF 때 갑자기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지용이는 대학 진학 후 학자금 대출과 아르바이트로 학업을 마치게 됐지. 다행히 졸업 전에 취업이 됐고 서울로 발령이 난 후 너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우리 집 사정을 자세히 알게 된 너는 지용이가 결혼자금을 모으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단칸방이라도 지용이와 함께 라면 씩씩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용기를 주었지.
 
우리 집은 그동안 빚을 다 갚느라고 모아 논 재산이 없어서 아들들이 결혼 할 때 아무것도 못해줄 형편이었다. 그런데 네가 지용이와 둘이서 알아서 하겠다면 결혼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준 게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고맙구나.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바짝 긴장해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지용이에게 어머니의 강한 포스에 기가 죽었다고 했다지. 사실 나도 긴장한 것은 마찬가지였단다.
 
동글아!
나는 딸이 없어서 며느리를 딸같이 생각 못하겠다고 너에게 말했지?
그랬더니 너도 시어머니를 친정엄마같이 생각한다는 가식적인 말은 안하겠다고 하더라. 그건 맞는 말이다. 딸을 키워보지 못한 내가 어찌 너를 딸같이 생각할 수가 있겠니?
 
그러나 동글아?
6개월이 지나고 분명한 것은 지용이보다 네가 더 염려스럽고 걱정이 되는 것은 진심이란다. 왜냐하면 지용이는 남자이고 건강하기 때문이다. 너는 먼지 아르레기가 있어서 미세먼지가 심한 요즈음 자주 비염을 앓아서 걱정이 저절로 되더구나. 내가 기관지가 약해서 늘 감기를 달고 살아서 그 고통을 이해하기 때문일 거야.
 
너는 약속대로 지용이와 둘이 알아서 결혼식을 소박하고 즐거운 축제로 만들었다. 네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국내로 신혼여행을 가겠다고 했다가 친정아버지께서 개혼인데 해외로 가라고 권유하셔서 푸켓으로 변경한 것을 알고 나는 미안하면서도 감동을 받았단다. 신혼여행경비를 줄이려고 그런 착한 마음을 가진 너를 내가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니?
 
너는 신혼집을 친정근처 오피스텔 단칸방으로 정하고 활짝 웃으며 내게 말했지.
 
“어머니와 아버지 오시면 우리 집에서 주무시고 저희는 친정집에 가서 자면 되요“
 
마음은 한없이 고맙지만 아빠와 나는 신혼 단칸방에 가서 자는 일은 안할 것이다.너는 결혼 준비 때문에 6개월 간 휴직을 했던 직장에 다시 복직을 하고 고달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새벽반 오후반 마감반 3교대를 해야 하는 대형커피전문점의 점장으로 직원관리와 고객응대 등 정신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가끔 미안하고 안타깝다.
 
동글아!
지난 겨울에는 절약하느라고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장판만 사용해서 가스요금이 기본요금만 나왔다고 하고, 결혼 6개월 동안 전세자금 대출 받은 것을 많이 갚은 것에도 놀랐다.
 
동글아!
사실 너희들이 결혼한 후 나는 아들을 뺐긴 것 같은 상실감과 결혼식에 도움을 주지 못한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 때문에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너의 성실하고 알뜰한 생활력과 지용이를 배려해서 가까운 친정에도 2주 만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저절로 마음이 변하게 되었단다.
 
너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자 지용이에 대한 무관심으로 마음이 저절로 변하더구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고 아빠와 사이좋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한 것도 알게 됐다.
 
내가 부탁한대로 아빠에게 자주 카톡이나 문안 전화해 주고, 할아버지께도 가끔 전화를 해서 행복하게 해드리고 있어서 정말 고맙다.동글이 너는 내가 늘 기도한 대로 우리 집에 꼭 어울리는 며느리이다. 지용이와 함께 우리 집을 더 행복하고 튼튼한 가족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나도 모르게 널 생각하면 혼자 미소를 짓게 된단다.
 
동글아!
나는 너를 지용이가 소개해준 참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좋은 친구인 것은 알고 있는데 소개 받은 지 얼마 안돼서 좀 어려운 친구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거야. 내가 시어미라서 너만 내가 어려운 게 아니란다. 나도 며느리를 처음 맞이하고 시어머니도 처음 하는 일이라서 모든 게 서툴고 조심스럽단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속마음도 털어 놓는 절친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서로 예의를 지키고 배려를 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 놓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동글아!
 나는 박씨 집안으로 시집을 와서 많은 배려와 사랑을 받았다. 부족한 점이 많은 내게 시어른들은 늘 격려해주고 나의 장점을 인정해주셨지. 나는 결혼해서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배려하고 소중하게 여기는가를 배웠단다.
 
내가 배운 큰 사랑을 우리 며느리 동글이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다. 너는 내게 배운 것을 네 자식들에게 물려주면서 우리는 박씨 집안의  좋은  며느리들이 되자꾸나. 그렇게 약속하자.
 
좋은 친구일수록 서로 배려하며 예의를 지켜야하고 약간은 어려운 면도 있어야 그 우정이 오래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핏줄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고 지용이가 소개한 친구 같은 가족으로 만났기에 늘 조심하고 서로 예의를 다하며 살아가자꾸나.
 
나의 참 좋은 친구!
며느리 동글아!

 

* 제가 9일과 10일 서울에서 블로그 특강을  합니다. 댓글 다신 분들께  방문을  못해서 죄송합니다. 월요일에 돌아와서 찾아뵐게요.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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