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내사랑 대전

박범신작가와 계족산 황톳길에서 고산자를 논하다.

모과 2012. 8. 29. 06:00

 

박범신 작가가  계족산에서 북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봤다. 나는  대전에서 유명한  계족산 황톳길을  찾아나섰다. 

 

 대전의 끝동네에서 반대편 끝동네를  갔다.  집에서 두 번 환승을 하고 2시간 30분을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1. 계족산 황톳길에서  만난  사람들

 

 

지친 사람들을 치유해준다는  계족산  산림욕장의 바닥의 반은 황토로 돼 있다.  입구에서 콘서트장까지는 내 걸음으로 약 50분이 걸렸다. 주변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여유롭게  걸어 간 시간이다.

 

 

나는 초행길이라서  운동화를 신은 채 그냥 걸었다. 길은 가파르지 않았고  걷기 좋게   평평한 편이었다.  일요일이라서 가족을 동반한   일행이 많았다.

 

 

길의 왼쪽에는 계곡 물이 흘렀다.  도로 양편에 있는 가로수는 서로  잎새를 마주치며 큰 그늘을 만들고 있다.    닭의 발 모양이라서 계족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곳, 황토길 14.6Km 를 걸으면서 나는 처음에는 코가   시원해지고 몸에도 맑고 좋은 기운이 감도는 기분이 들었다.  걸으면서 점점 속세의 복잡한 생각들이 없어졌다.  숲속음악회는  황토길 중간 쯤에 있다.

 

 

나는 입구에서  50분 가량을 걸으면서 온몸에 땀 범벅이  됐다. 내생애  최고로 땀을 많이 흘린 날이었다.   산을 오르는데 멀리서 클래식 합창 소리가 들렸다.

 

2. 선양에코페아  단원의 뻔뻔콘서트 '숲속 음악회'

 

 

 

 매주 토,일요일에  숲속음악회 '뻔뻔한 클래식(fun fun.....) 공연을 한다.  맨발로 황톳길을 걷다가  클래식 공연을 보고 즐기면 된다. 모두 무료임이 중요하다.

 

 

 

박범신 작가의 북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국에서 모인 팬들이다. 정보가 없어서 못온 분이 더 많을 것 같다.

 

 

박범신작가 작품, 은교, 고산자, 촐라체는 갈망의 3부작이다.  북카페 회원들이 현장에서 판매했다. 백북스 회원들은 전국에 12,000명이라고 했다.

 

 

' 선양에코페라 ' 단원들의 클래식공연 . 테너, 바리톤,소프라노, 피아노등 단원 8명으로 구성된 에코페라의 뻔뻔한 클래식은 일상 생활에 쉽게 접하지 못하는 클래식을 쉽게 받아 들일수 있도록 위트와 유머어가 가미된 공연이었다.

 

 

논산 자택에서 일찍 출발해서 2시에 도착한 박범신작가는 이미 황톳길을 걷고 쉬고 있었다. 자택까지 조웅래 회장이 직접  모시러 갔다.  충청도가 낳은 대작가에 대한 당연한 예우라고 생각한다.

 

 

나는 4시 30분 정도 도착해서 공연의 반을 못 봤다. 참 아쉬웠다. 관객의 대부분이 지적인  외모여서 내 마음도 차분해짐을 느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의 독특한 분위기를 나는  알아 볼 수가 있다.

 

성악가들이 연주한 곡목은 ' 넬라판타지아, 오! 해피데이, 닐리리 맘보, 경복궁타령,  남몰래 흐르는 눈물(사랑의 묘약중),푸니쿠니 푸니쿨라 , 축배의노래,등등이다.

 

 

자신의 저서를 산 팬에게 사인을 해주는 박범신작가. 맨발이 인상적이다. 

 

 

직접   만난  박범신 작가는  키가 생각보다 작았고 몸이 많이 여위었다. 그러나 표정은 인자한 할아버지 표정이었다.  세속적인 욕심이라고는 없는 얼굴이었다. 특히 미소가 참 수줍고 따뜻했다.

 

 

사인을 정성껏 예쁜 글씨로 하는 박범신작가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즐거웠다.

 

 

저 귀한 손으로 수 많은 작품을 썼다고 생각하니 나는  갑자기 경건해졌다.

 

 

평소에 존경하던 작가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순수하고 맑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문학의 또 다른 힘이라고 생각한다.

 

 

선양에코페라  정진옥 단장은 정열적인 빨간 드레스를 입고 열창하고 있다. 앵콜은 '어머나'를 클래식으로 .......^^ 또 다른 매력적인 노래가 됐다.  

 

3.  100북스 회원들, 박범신과  고산자를 논하다 .

 

 

백북스  박동일 회장(한의사) 의 인사말과 박범신작가의 소개말로 북콘서트가 시작됐다.

 

학습 독서클럽 백북스는 대전시가 독서와 지식 나눔의 세계적 중심지가 되는 큰 꿈을 안고 있다. 2002년 6월100권의 책을 읽어  살아있는 지식을 깨우치자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한남대학교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여 독서하고 토론하는 공부방 모습으로 백북스는 시작이 됐다.

 

대전이라는 과학도시의 특성,서울, 부산등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을 당일에 다녀올 수 있는 교통중심지여서 백북스에 동참하는 발길이 이어져 10년이란 세월이 흘렸다.

 

 

박범신작가는 지난 해 가을 논산 조정리 고향에 귀향했다. 

 

 사회자가 계족산을 걸은 소감을 물었다.

 

"한나절이 행복했습니다. 밝고 아름다운 음악소리와 자연속에서 우리도 나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행복한 엔돌핀이 생겼어요." 

 

박범신작가는 에베레스트산을 열 번이상 간 등산가이기도 하다. 촐라체는 목숨을 걸고 등정에 나선 두 소년의 이야기라고 했다.

 

사회자의 질문은 어느새 없고 박 범신 작가의 자기 고백으로  콘서트는 이어졌다.

 

" 우리의 영혼에는 산이 깃들어 있어요. 젊을 때는 사는게 싸움이었기에 산을 제대로 못봤어요. 싸움을 이끌고 산에 갔기 때문이지요. 산은 지혜를 배우고 의지 하는 곳인데 요즈음은 산에 오르는 일을 런닝머신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나이가 들수록 산이 스며들어요. 산은 마치 어머니의 자궁 속 같은 느낌입니다. 어머니의 자궁 속이 제일 편하고 안전한 곳이거든요."

 

 

 소설 고산자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김정호는 중인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실제 있었던 역사적인 일과 픽션을 섞었다고 말했다.  김정호가 살던 시대상을 알기 위해서 방대한 자료를 찾아 보고 글을 썼다.

 

김정호는 동요도지도(필사본)를  목판지도본으로 만드는 꿈을 가졌다. 그것을 만들면 대량 인쇄가 가능하고 휴대할 수가 있게 되기 때문이다.

 

김정호의 가장 위대한 점은  권력이 장악한 지도를 모든 백성에게  공유하게 한 점이다. 그는 완벽한 민주주의를 꿈꿨고 완전한 조국을 꿈꿨다. 그는 목판본에 직접 글을 새겼다. 위대한 미술가이면서 예술가이다.

 

 

4. 박범신에게 서재,독서, 책은 어떤 의미인가?

 

"논산에서 강경중학교에 다녔는데 하루에 16km를 걸었어요.매일 왕복 네 시간을 걸었지요.들판에는 황금물결로  풍요로움이 한창이었는데 저는 늘 배가 고팠어요. 집으로 돌아 오면서 벼나락을 씹어먹었어요.  환경은 풍요로운데 개인은 빈곤함을 느낀 시기였지요. 풍요 속에 빈곤의 편차가 심하면 분열이 심하고 분노와 슬픔이 생깁니다. 그 때 자기 콘트롤을  할 수 있게 한 것이 책이었어요"

 

 

박범신작가는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독서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자기가 필요한 것만 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게 남독의 위험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청소년기에 박범신이 염세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남독에 있다고 했다.  나도 그랬으므로 심히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독서 교육의 중요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박범신작가는 백북스회원이 전국에 12000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7,80년대는 문자문화였어요. 지금은 구술문화지요. 구술문화는 사색,논리등 생각이 없어지고 감각은 발달합니다. 기울어진 문화는 앙가품을 받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종이책을 읽게 해야합니다"

 

 

박범신 작가의 강의가 끝나고  책에 사인을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차분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 조차 보기 좋았다.

 

 

 계족산 황톳길은 전에 가본 문경새재 보다 더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길이었다. 길 양쪽의 가로수가 잎새를 서로 마주치고 있어서 늘 그늘이 지는 것이 좋은 점이다.

 

 

 계족산 14km에 황토를 깔려면 트럭 100대 분이 필요했는데  선양 (소주 린제조회사) 의 조웅래회장이  2007년부터  40억을 들여서  조성했다.  비가 와서 황토가 씻겨 내리면 다시 사다 깔곤 한다.

 

계족산에는 조웅래회장의 땅이 한 평도 없다.  40억을 들여서 단 한 푼의 수익도 없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독특한 경영을하고 있다.  걷기만 하면 단조로우니까 매주 토,일요일 '숲속음악회'를  열어 클래식 음악을 듣게 해주고 있다.

 

* 충청도 소주린을 만들고 있는 선양의 조웅래 회장님과 함께 모과

 

선양을 에코힐링 기업이라고  칭하고 실천하는 조웅래 회장님께 감사한다.

 

대전의 변두리 동네에 살고  있는 환갑의 보통 할머니가  SNS를 통해서  박범신작가와 조웅래 회장의 페이스북 친구가 된 것은 상당히 특별한 일이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숲속음악회'와 '박범신 북콘서트'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한 달에 한번은 계족산 황톳길을 걷게 될 것이다. 전에 가본 문경새재 보다 더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길이었다. 다음에는 시아버님을 모시고 가야겠다. 길이 평지이고 걷기에 참 좋게 만들어 놨다.

나는 먼 곳에 여행갈 생각을  접고 우선 내가 살고 있는 대전부터 걷고 생각하고 알리고 싶다.
살면  살수록 대전은 정말 살기좋은 도시 행복한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