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를 보며 나의 오랜 생각을 바꿨다.
60세가 넘으면 건강 때문에 체중을 감량한 보통 몸매에 넓은 치마와 꽃무늬 잔잔한 불라우스를 입고 다니고 싶었다.'시"에서 윤정희가 그렇게 입고 나온다.배역에 맞게 참 촌스럽고 나이가 들어 보였다.
대 여배우가 입어도 촌스러운 꽃무늬 옷들을 내가 입었다면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실제 67세가 된 윤정희의 영화를 거의 다 본 내게 '무진기행'의 시골 여교사로 출연할 때의 기억이 남는다."무진"이란 가상도시 의 단조롭고 지루한 여교사의 일상을 잘 표현했었다. 마치 안개꽃같이 영롱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시는 5,60대 여성들이 여고시절에 많이들 읽었다.
요즘은 시를 외면하고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집에서 서점을 하고 있어서 알게 된 일인데 "시"와 "인문학"과 " 교육서"가 제일 나가지 않고 있다.
오락프로에 나온 안철수 교수가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자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은 모두 미래의 안철수가 되야 하는 것 같았다. 반기문 총장이 UN 총장이 되고 난 후도 역시 그랬다.각 가정의 자녀가 다 다른 장점을 타고 났는데 그 장점을 찾아 줄 생각보다는 성공한 누가 이슈가 되면 전국의 학부모의 관심이 하나로 모이곤 한다.우리 모두 함께 반성하고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영화"시"는 윤정희와 이창동 감독의 이름만으로 무조건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역시 윤정희와 이창동이었다.
** 영화내용이 좀 나옵니다.
'시"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총체적으로 잘 각색 돼 있는 작품이다.
칸에서 각본상을 왜 받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 조손 가정' '이혼 가정의 자녀"," 치매" '장수사회의 문제점" "성폭행" " 자녀의 잘못을 선도하지 않고 무마만 하려는 아빠들"" 편모 가정의 자녀들""노인 요양사" " 시를 읽지 않는 삭막한 사회"
" 힘이 없고 가난하면 당하고도 참고 견뎌야 하는 일상" " 돈이면 다 되는 사회"'자살" " 영세민"
" 시'에서 윤정희는 이혼하고 부산에 살고 있는 딸의 아들, 외손자와 영구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늙고 , 가난하고 힘도 없는 할머니지만 소녀적 희망이었던 '시인'이 되고 싶어서 " 문화원'에 "시"를 배우러 다닌다. 정부에서 도와주는 지원금과 노인요양사를 하며 받는 돈으로 살아가지만 소녀같은 감수성과 여성스러움을 간직하고 살아 간다.
"시"를 가르치는 강사로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 출연한 것도 이창동 감독다운 발상이다.
초,중등학교 권장도서인 김용택시인의 시집은 서점에서 제일 잘나가는 시집이다.그러나 32세의 큰아들은 "시"를 관람했으나 김용택시인을 모르고 있었다.
경기도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 소읍에서 외손자와 살고 있는 윤정희는 보통 할머니와 좀 많이 다르다.
보톡스를 맞지 않은 얼굴은 영화속에서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그래서 더 삶이 구차하고 안스러웠다.
본명도 손미자인데 영화속의 이름도 미자였다.할머니지만 여성성을 간직하고 밝게 살려고 노력을 한다. "시"속에서 시를 배우는 윤정희는 아마도 현실도피의 한 방법으로 뭔가에 몰두가 필요했던 것 같았다.
내가 블로그에 몰두하면 아무 잡념도 없이 몰입이 좋아서 4년이나 거의 매일 글을 쓴 것과 같은 심리 일 것이다.
영화속에서 윤정희는 수첩을 늘 백에 넣어 다니고 나는 작은 디카를 늘 가지고 다닌다.영화속의 윤정희는 사물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메모를 하는 것을 보고 나는 혼자서 빙그레 웃었다.너무도 이해가 돼서였다. 나도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부터 늘 글감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무심히 보게 되지 않았다. 사진을 찍어 두고 "임시 보관함'에 제목과 내용 두 세 줄을 써놓고 저장해 두었다가 시간이 여유로울 때 글로 풀어 쓰고 있다.
영화속의 윤정희는 66세로 나온다. 나는 59세 이고 노트대신 컴퓨터에 글을 쓰고 있다.
5,60대 엄마들은 뭔가 자기 개발을 위한 몰입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엄두를 내지 않고 지레 포기를 하는 현실속에서 시어들을 찾아 내려고 노력하는 윤정희의 모습은 참 신선하게 다가 왔다.
영화"시"를 볼때는 마음으로 봐야 한다. 그러면 내면에서 윤정희의 갈등과 고민과 포기와 결단이 이해가 될 것이다.
** 문학을 하는분이라서 그런지 김용택(왼쪽) 시인의 연기는 자연스러웠다.나는 섬진강 상류에 있는 김용택시인의 생가와 분교에서 그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식들이 윤간을 한 여중생의 자살을 안타까워 하는 아빠가 하나 없고 합의금으로 해결하려는 건조한 표정의 교감과 아빠들의 모습이 참 충격적이었다. 젊은 과부의 딸이 자살을 했다고 누가 나서서 그 소녀의 인권을 위해 싸워 줄 것인가? 에미도 돈 3,000만원에 합의를 봐주고 잘 먹고 잘 살건데......
외손자와 친구들이 성폭행한 학교 구석의 과학실을 찾아 가 보는 윤정희 , 그는 시를 창작하려고 애를 쓰면서 손자의 합의금 500만원을 못 구하는 가난한 할머니이다.소녀의 장례식에도 가고 ....자기가 돌보는 중풍든 노인의 요구를 들어 주고 500만원을 받아서 합의금으로 준다. 늙은 여자도 돈이 필요하면 성을 팔게 만들지만 어떤면으로 보면 그것도 일종의 성폭행이라고 생각한다. 돈많은 노인 김희라의 모습 속에서 그의 아버지 김승호 씨의 모습도 생각이 났다.
대한민국 15세 이상은 다 봤으면 좋을 영화이다. 주변을 살펴 보면 우리들의 모습의 조합들이다.성교육, 가정교육, 사회교육이 다 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요즘 나의 화두는 건강하고 즐거운 노년이다. 치매 환자들이 집집마다 있고 가족들은 그 환자 때문에 점점 마음에 병이 들어 간다.
잘살아 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우리들의 노년은 어떻게 다가 올까?
서울 충무로에 있는 대한 극장 은 3시 10분 인데 5,60대 관객으로 반 이상 찼다.
다른 극장보다 4~5배는 좌석이 많고 컸다..
이창동,윤정희의 "시"는 칸에서 기립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영화이다.
2,30대가 보면 좀 단조롭고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대들의 60대도 곧 다가 온다. 그때 지루하지 않고 고달프지 않은 인생 속에 있을 것을 자신 할수가 있는가? 아마도 잘 살아 낸 인생길을 걸어온 이는 풍요롭고 넉넉한 노년을 보내리라 믿고 싶다.
나의 60대는 평화롭고 조금은 넉넉하기를 소망하며 극장문을 나왔다.
** 영화 코너 베스트로 선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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