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일에 한 번 씩 시댁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저녁식사 시간은 대화의 시간이 됐다.
주로 아버님의 지나온 인생길을 내가 듣는 형식이었다.
시댁에 가는 일을 즐겁게 생각하고 어머니와 음식이야기, 어머니께서 사범학교 다니던 추억이야기, 아버님과 블로그 기자단 이야기도 하고 계속 재미있게 말하다 온다.
자주 갈수록 정도 더 들고 그렇게 어렵기만 했던 아버님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있다.
나의 다양한 수다를 즐겁게 들어주시는 부모님의 넉넉한 마음이 참 좋다.
내가 음식솜씨 없는 것은 온 시댁식구들이 다 아니까 이젠 흉으로도 생각들을 안하고 서로 김치를 만들어 주고 있다.
어느날 식사를 하면서 아버님이 말씀하신게 인상적이다.
" 냉장고에 있는 갈치는 50년 전 제자들이 제주도에 여행가서 보내준 것이다. 내가 퇴직교장모임에 가서 그랬다 아직도 내게 선물을 보내는 제자들이 있는 것은 내가 그래도 선생노릇을 잘한 편인가 보다라구"
아버님은 올해 88세 고령이시다
현재 모임이 10개나 된다고 하셨다. 퇴직 교장회, OO중학교 재직시 교사회, 재 대전 연세 대학교 동문회,
현재 운영중인 중소기업 사장모임,등등이다.
" 내 제자 중에서 유명대학 총장을 한 제자도 있고 대학 교수도 많다. 그런데 꼭 운동 선수들이 찾아주고 식사 대접도 한단 말이야. 제주도에서 갈치를 보내준 애들도 모두 운동 선수였거든"
* 이미지 사진으로 우리 동네의 중학교 사진을 올렸습니다.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아버님이 교직에서 퇴직하신지가 20년이 넘었다.작년 설에는 선물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이상한 생각을 다 하셨다고 하시며 ,
" 내가 죽을 때가 됐나? 하는 생각이 다 들었다. 이제 마지막 설이 될지도 모른다고들 생각해서인지 다른 해에 비해서 많은 선물이 들어 오더라"
주로 체육에 관계되신 분들이 보내신 것이다.
" 졸업한지 50년이 지났는데도 은사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은 제자들도 대단한 사람들 같아요. 그리고 살기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살아야 선생님에게 선물을 보낼 수가 있지요"
" 그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선생에 대한 고마움이 적어 . 공부를 잘하려면 하나만 생각하고 공부를 해야 하기때문에 남에 대한 배려와 감사가 적게 마련이지. 선물을 받지 못해서 하는 말이 아니야"
" 아버님! 퇴직하신지 20년이 넘었는데 아직 선물을 보내는 제자는 정말 아버님을 존경하는 제자예요"
나도 초,중,고 대학을 나왔고 평생 잊지 못할 은사도 만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어떤 길로 갔을지 모른다.
병약하고 공부에 관심이 없는 나는 기말고사를 아파서 못봤다.
선생님은 전과목 교사를 다 찾아 다니며 나를 책임진다고 하셨다.
7학급이 입학을 했는데 고2 때는 6학급이 진급을 했다. 1학급을 낙제 시키거나 전학을 보냈다.
나도 간신히 가진급을 했다. 그렇게 엄격하더니 모교는 평준화 후에 신흥명문으로 거듭났다.
내가 고2때 선생님은 남학교로 전근을 가셨다.
.살아계시다면 80이 다 되셨을 것이다.
아버님의 제자 이야기를 들으며 늘 마음속에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던 박우동선생님을 찾아 보고 싶다. 오래전부터 꼭 한번 만나서 그 큰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동안 사는데 허덕이며 사람의 도리도 제대로 못하고 산 것같아서 부끄럽다.
나는 공부도 뛰어나게 잘하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살아 왔다.
마침 교과부 블로그기자도 됐는데 다음기회에 정부청사에 가면 꼭 알아봐야겠다.
사람의 도리를 잘하고 사는 일은 정말 어려운 것같다.
** 여러분은 어떤 제자입니까? 기억에 나는 스승님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