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에 재직 중일 때 있었던 일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 되고 한달 쯤 됐을 때 반장이 담임인 내게 말했다..
" 선생님 ! 반에서 자꾸 돈이 없어져요"
그 동안은 적은 돈이 없어져서 그냥 있었는데 이번에는 등록금을 내려고 가지고 온 학생의 돈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등록금을 모두 서무실에서 냈었다.
* 사진 출처: 몽정기: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담임으로서 가장 갑갑하고 안타까운 일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종례 시간에 청소부터 시키고 다시 자리에 앉게 했다.
" 여러분의 담임으로 기가막힌 일에 접하게 됐어요. 돈을 훔치는 일은 지금 고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나쁜 사람이 될 거예요. 자 두 눈을 감으세요"
중2 남학생들은 모두 조용히 그리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눈을 감았다.
나도 그 때는 30살의 2살된 아들이 있는 젊은 엄마여서 경험이 부족한 교사였다.
" 눈을 뜨면 혼날 줄 알아요. 나는 그돈을 가져간 학생이 나쁜 학생이라고 생각 안해요. 그냥 돈이 필요해서 잠시 생각을 잘못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돈을 가져간 사람은 조용히 손을 드세요. 그러면 선생님이 없던 일로 할게요'"
교실은 너무 적막했다. 학생들의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만약 손을 들면 부스럭 소리가 다 들릴 지경이었다.
나는 생각을 고쳤다. 교실에서 해결할 일이 아니었다.
" 아 ! 선생님이 잘못 생각했어요. 분명히 우리 반에서 일어난 일이니 우리 반 학생이 한일이니까 ...오늘 집에 가서 잘 생각해보고 선생님에게 알려주세요.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랬다고 생각해요.
며칠이 지나도 아무 학생도 찾아 오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그 동안은 교실에서 물건이 없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 2주가 지났을 때 다시 우리반 학생들의 물건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체육 시간이 끝나고 돌아 오니 여러명의 돈이 없어진 것이다.
" 안 되겠어요. 체육선생님 께 말씀을 드릴테니 주번은 소지품을 모두 맡어서 가지고 교실에 있으세요"
* 영화 몽정기중에서 : 체육선생님이 훈계하는것 같이 나왔다.
그런 조치가 있은 후 몇 주는 조용히 지나갔다.
그런데 정말 기가막힌 일이 일어 났다.
반장이 교무실로 뛰어 와서 급하게 알려주었다.
"선생님! 상일(가명) 이가 체육시간에 자기가 주번 대신한다고 바꾸고 ,애들 돈,시계 모두 훔쳐가지고 도망갔어요"
나는 급하게 우리 반 교실로 갔다.
반 학생들이 여기 저기에서 떠들었다.
"선생님 ! 제가 주번을 하고 있는데 상일이가 자기몸이 아프다고 바꿔 달랬어요"
"선생님! 요즘 상일이가 매점에서 잘 사먹었어요."
나는 학생들에게 상일이 엄마와 아빠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이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 후 상일이 아빠는 새엄마라고 여자를 데리고 왔는데 얼마 못살고 갔다.이번에 온 새엄마라는 여자는 상일이와 10살 차이라고 했다.
상일이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도시락도 자주 싸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집에도 들어 오지 않았다고 젊은 여자가 대답을 했다.
다음 날 학생들에게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 선생님 ! 상일이가 대한 전선 (예전에 가전제품을 만들던 공장)앞에 있는 다리 밑에다 교복도 버리고 갔어요."
상일이는 가출을 결심하고 아예 교복도 벗어 집어 버리고 떠난 것이다.
인상이 반듯하고 차분한 아이였는데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상일이 아빠는 전화 통화만 하고 학교에도 오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퇴학처리를 하지 않고 기다렸으나 끝내 돌아 오지 않았다.
이 문제는 담임인 내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정 방문이 없던 시절이고 당시에 사립학교들은 주34시간의 수업을 했다.
학기 초에 면담을 하고 가정 환경 조사서만 보고 아이들의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일어 난 일이다.
촌지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되고 가정 방문과 스승의 날도 없앴던 시절이다.
나의 8년간의 교직생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학생이고 안타까운 일이다. 상일이가 어디선가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