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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통닭 한 마리 때릴까?ㅋ

모과 2009. 10. 1. 20:32

 

지난 9월 22일이 막내 생일이었다.

막내 아들은 국중에서 "미역국"을 제일 싫어 한다.

그래서 생일이면 그냥 소고기 국을 끓여 주곤 했다.

  





 

나는 생일이나 기념일을 잘 기억을 못한다.

남편 생일은 구정 전 날이니까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다른 식구들의 생일은 가끔 잊어 버릴 때도 있었다.

내 생일 때도 그냥 지낸 적이 있다.

습관 대로 아침밥은 먹지 않고  가족끼리  간단하게 외식을 하곤 했다.

 

막내가 생일 전날에  대학 후배들에게 미리 생일 선물을 받아와서 알았다.

나는 대학에 가서 책을 팔고 오기 때문에 몸이 많이 피곤했다.

10개월을 일을 하지 않고  발목 치료만 계속 받다가 일을 하니 피로가 쉽게 왔다.

 마트가 직장인 막내는 2교대인데 아침조여서 새벽 6시 30분에 일어 나야 했다.

" 어쩌지 ? 엄마가 몸이 많이 피곤한데?"

" 엄마 ! 그냥 주무세요. 제가 알아서 일어 나 나갈게요."

남편과 묵은지에 삼겹살을 막걸리와 먹고 막내는 늦게 잤다.

 

출근을 하니 마트의 계산원 이모들이 "미역국은 먹었냐?" 고 물었다.

" 엄마가 나 낳느라고 죽을 뻔했다고  그냥 출근하라고 했어요"

이모들이 모두 웃었다고 했다.

저녁에  마트 점장님이 삼계탕을 사주어서 먹고 들어 왔다.

 

 29 살인  막내 아들의 출산 예정일이 추석이었다.

예정일을  10일 지나서  남편도 출장 중일 때 출산의 고통이 시작됐다.

진통이 8시간이 계속 돼도 출산이 어렵자  여동생이 각서를 썼다.

" 제왕 절개로 출산을 하다 사고가 나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 는 내용이었다.

둘째 아이는 8시간 정도면 이미 가볍게 출산이 끝난 경우가 보통이었다.

아이를 낳아 놓은니 4.4kg의  하얗고 통통한 잘 생긴 얼굴이 었다.

보통 아가들이 한 달이 지난 후의 몸무게였다.

친정 엄마가 일찍 돌아 가셔서 결혼도 안한 동생이 산후 조리를 맡아서 해 주었다.

 

이틀이 지난 후에 막내에게 문자가 하나 왔다.

퇴근이 정오(밤 12시)인데 미리 보낸 것이다.

" 통닭 한마리 때릴까? ㅋ"

내가 바로 전화를 했다

" 통닭 가지고 되겠냐? 내일 엄마하고 밥 먹자"

" 응! 우리 집 근처에서  한우 등심 한 번 먹자 . 엄마! 내가 때릴께(사줄께)"

" 아니! 미역국 못 끓여 주었으니까 내가  좋은 것으로 때릴께"

 

 

그래서 다음 날 일찍 퇴근한 막내 아들과 동네의 유명한 한우 전문점에 가게 됐다.

남편은  납품문제로 시간을 낼수가 없어서 우리 둘이서 갔다.

" 엄마! 그런데 한우면 비쌀 텐데.."

" 비싸도 내가 사줄께 너는 열심히 일하니까 먹을 자격이 있다"

" 엄마 ! 일 인분에 3~4만원 하는거 아냐? 그래도 3인분은 먹어야지"

" 이 인분만 시키지"

"그래도 어떻게 2인분 만 시켜. 3인분 시키자 . 10만원 넘으면 어떻해?"

"그래도 엄마가 사줄께"

"엄마! 뿜바이(분배) 하자!"

"하하하하 ! 야! 네 돈이 내돈이고 내돈이 네돈인데 무슨 뿜바이.호호호"

" 그래도 너무 많이 나오면 부담이 되잖아^^"

하며 귀엽게 웃는다.

3인분을 시키고 앉아있는데  손님이 참 많았다..

기본 요리들이 많이 나와서 2인분을 시켜도 될 것 을 처음 가는 촌놈들이라서 ....ㅎㅎ

맛있게 마음 껏 먹고 3,000원짜리 냉면도 하나 시켜서 둘이 나눠 먹었다.

9만원 가까이 식대를 낸것은  우리 가족에게는 대단한 일을 한 것이다.

매달 생활비로 30만원을 내놓는 막내 아들은 성격이 아빠를 닮아서 넉넉하고 좋다.

우리 집의 생일을 보내는 방법이다.

생일이건 기념일이건 다 행복하려고 챙기는 것이다.

그날 한 사람이 행복하려고 다른 사람이 힘들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 생일을 "예수 탄생"이나 "석가 탄신"보다 더 거창하게 파티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점 ,몹시 맘에 안든다.

 

나는 너무 피곤했고 생일이란 엄마가 더 수고한 날이니까 미역국을 끓여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