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4년이 됐군요.
봄과 가을에 종합 대학으로 놀러 다닌게 말입니다.
그냥 젊음이 좋고, 캠퍼스가 좋고, 아들들보다 어린 학생들과 수다를 떠는 것도 좋습니다.
무슨 수다를 떠냐구요?
"체게바라가 한 일은 멋진 일이지만 내 아들이 그러는 것은 싫다. 남의 나라까지 가서 혁명을 하고 , 또 다른 나라에 가서 처형을 당하는게 엄마 마음에는 대못을 박는 것이다"
"체게바라 평전"은 우리 나라 대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책입니다.
학생들을 웃으며 자기 엄마도 그럴거라고 합니다.
나는 책을 팔러 매일 종합 대학교에 갑니다.
가을이 깊숙이 찾아 들어 온 캠퍼스 한 켠에 흰 텐트 세 동을 치고 책을 파는 순례자입니다.
다시는 돌아 갈수 없는 빛났던 나의 20대와 내 앞을 무리지어 걸어 가는 여대생들의 20대와 비교를 해보기도 합니다.
1970년도 나의 대학 생활은 가정교사를 하는 것부터 시작이 됐지요.
대학 등록금이 9만원이었던 때입니다. 국립 대학교는 3만원이었어요.
가정교사 한 달 하고 받는 급여는 1만원이었습니다.
그 때도 미니 스커트를 입고 다녔습니다.
너무 짧으면 단속에 걸렸지요. 남자들의 장발도 걸리면 가차 없이 짤렸구요.
미팅도 많이 했습니다.
여대를 다녔던 나는 하는 미팅마다 에프터를 신청 받던 괜찮은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의 남학생들은 파트너가 마음에 안들어도 에프터를 신청하며 연락처를 원했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매너였습니다.
그 후 연락을 안하면 차인거지요.
요즘 여대생들은 참 지혜롭고 예쁜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미니 스커트를 입은 여학생은 다리가 길고 참 예쁜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전엔 유행이면 다리가 예쁘던 무우 다리든지 모두 미니스커트를 입었었지요.
제가 팔고 있는 원서로 된 소설들입니다.
교수님과 학생들이 많이 골라 갔습니다.
대학교 아니면 팔 곳이 없는 수준이 높은 책들이지요.
저는 종합 대학교에 놀러 가기전에는 '퍼즐"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고호의 해바라기 화분"을 보고 꽃말이 "복이 집으로 들어 온다"는 것이라고 미대생들이 가르쳐 주어서 알게 됐습니다.
대학생들은 풍경화보다는 명화로 된 퍼즐을 좋아 하더군요.
이번 학기에는 장영희 교수님의 "살아 온 기적 살아 갈 기적" 한비야씨의 "그건 사랑이었네"가 특별히 잘 나가 더군요.
읽기 쉬운 미니 북도 제법 팔려 나가고....
수준이 높아서 대학교 아니면 팔 곳이 별로 없는 책들입니다.
인문학부 앞에서 행사를 해서 주로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책을 많이 사갔습니다.
학생 회관 앞에 있는 미니 사과 나무입니다.
제가 사진 기술이 부족해서 흑백으로 나왔습니다.
여러 그루 서 있는데 잎은 거의 다 떨어지고 귀여운 열매만 열려 있었습니다.
나는 오늘도 공지영 문학을 말하고 이외수와 황석영을 말하며 책을 팔았습니다.
이외수를 알려면 "꿈꾸는 식물"을 도서 관에서 빌려서 꼭보라고 권하지요.
퍼즐을 팔며 "고호"와 "클림트"를 말했고 타블로의 영어 원서 소설을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적극적으로 독서에 몰입을 하기 시작한 고 1이었던 17세 때부터 일년에 100권이상의 독서를 했습니다.
근 40년을 신문, 책, 영화, 예능을 취미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취미가 직업이 되서 나는 오늘도 대학생들과 " 두나의 토쿄놀이'를 보며 수다를 떨고 책을 팔았습니다.
오늘 두 여학생과 캠퍼 스커플 을 주제로 대화를 하는데 3학년인 여대생은 남친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장래도 불투명한 남자친구를 사귀냐며 가난이 대문으로 들어 오면 행복이 창문으로 달아 난다고 해요"
"엄마가 책을 많이 읽으신 분이군요. 엄마 말씀에도 일리는 있지요. 정말 사랑한다면 함께 만들어 가는 것도 괜찮아요. 그런데 지금 21세라면 앞으로 70년을 함께 지내야 하니까 잘 살펴 봐야지요"
맑은 눈동자의 여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서 있었습니다.
그 학생에게 공지영의 "네가 무었이~ 응원 할 것이다'를 권유해서 팔았습니다.
공지영씨의 딸이 지방 대학교 2학년이라고 말해주며.....그렇게 수다를 떨며 소통을 위해서도 저는 책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갑자기 하늘에서 헬기가 단체로 소리를 내며 축하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행운의 숫자인 일곱대가 열심히 헤리콥터를 돌려 주었습니다.
책을 파는 행사 장 바로 앞의 벤치에서 두 남학생이 기타를 들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 그 동안 책 파느라고 수고했다고 노래를 해주는 거예요?"
둘이다 얼굴이 발그레 해지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네 불러 드릴게요"
나는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연습을 하려고 온 것이지요.
기타 치는 남학생이 보컬인데 무척 노래를 잘했습니다.
김현식, 강산에, ..아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 강산에 엄마는 속상하겠어요. 잘 다니던 최고인 한의대를 그만두고 비닐하우스에서 살면서 민중 가요만 부르고 다녀서..^^"
" 그래도 역사에 이름이 남게 되지요"
" 그래요 . 나는 강산에, 운도현, 김 C가 참 좋아요"
" 노래 동아리 이름이 뭐예요"
" 함성이예요"
"함성이요?"
"네 민중 가요를 부르는 동아리예요"
"그럼 안치환의 솔아 솔아 있잖아요. 신청곡도 받아 줘요"
두 남학생은 서로 쳐다 보며 얼굴이 발게져서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 불러 드릴게요"
대학생들이 20,000명이나 공부하는 종합 대학교에서 책을 파는 일은 그들과 문화를 공유 하는 일입니다..
내가 아이돌 가수나, 민중 가요, 연예 버라이티를 자주 보는 이유는 대학교에서 그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다 보니 점차적으로 빠져 들게 됐습니다.
학생 회관 입구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잔 사다가 주었습니다..
남편이 서점 알바생과 함께 왔습니다.
추석 연휴가 계속 되기 때문에 오늘쯤 철수를 해야 합니다..
강의가 끝난 캠퍼스 곳곳에 가을은 깊숙이 들어 와 있고 캠퍼스 커플의 솜사탕같은 사랑도 무르익어 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낙엽이 곱게 물든 풍경을 보며 행복에 젖어 걸어 내려 왔습니다..
종합 대학교는 나의 일터이며 , 놀이터이며, 수다의 장소입니다.
그대 20대 젊음들이여!
빛나는 젊은 이 시절을 마음껏 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