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봄과 가을에 종합 대학교에 가서 책을 판다.
4년 전부터 다녔으니 이젠 캠퍼스 분위기에도 익숙하고 학생들과 대화도 자유롭다.
평소에 내가 대중 문화와 아이돌 스타들을 좋아 하게 된 것도 이런 일들과 관계가 있다.
학생들과 책,영화 , 취업 , 학점 , 캠퍼스 커플 이야기등을 하며 책도 팔면서 지내다 온다.
* 국립대학도 범생이 스타일만 있지 않고 정말 수려한 외모의 학생들이 많았다.
내가 "대학생을 위한 책 할인 행사"를 하는 곳은 인문 대학와 약학 대학 , 체육대학, 교양학과를 듣는 학생이 많이 지나 다니는 학생 회관 앞의 쉼터이다.
학생 회관 앞이라서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 점심 시간에 무용과 학생들이 네 명이 지나가면서 깔깔거리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 하하하 시어머니 정신이야!"
하는 소리가 귀에 들려 왔다. 아들만 둘 있는 나는 귀가 솔깃해졌다.
내가 웃으며 다가 가서 물었다.
" 학생 ! 시어머니 정신은 어떤 거예요?. 버라이어티 정신은 들어 봤는데 "
무용과라고 말하지 않아도 머리를 상투를 튼 것 같이 위로 묶고 연습용 츄리닝으로 갈아 입은 모습이 똑 같아서 알 수가 있다.
" 무조건 며느리에게 잘해 주는 시어머니예요"
" 그럼 시어머니 하고 살건가?"
"아니요. 따로 살면서 딸같이 대해 주고 무조건 갖다주는 시어머니가 좋다는 거지요"
" 그럼 친정 엄마하고는 ?"
" 네. 엄마와 살고 싶어요"
" 시어머니와는 살기 싫으면서 ..남편도 장모가 불편 할 텐데...호호 나는 아들하고 살지 않을 거지만"
아직 순수가 얼굴에 가득 묻어 있는 귀여운 여대생은 미안한 표정으로 배시시 웃었다.
" 사귀는 오빠도 다시 살펴 보자. 엄마 속 썩이지 말고 . 사귄다고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결혼은 60년을 함께 살 사람과 하는 거니까 잘 판단해야 해요"
여대생들은 고개를 끄떡이며 까르르 웃고 강의실쪽으로 몰려 갔다.
어제 저녁 막내 아들 놈이 결혼하면 따로 산다고 말했다.
"나이가 30이 다 되니까 부모님하고 사는 것도 때로는 불편해. 좋은 점도 있지만"
" 지랄하네. 혼자 있으면 술먹고 지각을 밥 먹듯 할 거면서.... 너 결혼을 하면 마누라가 잔소리하며 쫒아 다닐지도 몰라. 지금이 자유야. 자유.엄마는 쉬는 날 잔다고 깨우지는 않지. "
같이 살 생각이 애초에 없었으니까 섭섭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시어머니 정신"이 내게는 많이 결여 돼 있는데 큰 일이다.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는 체질에 맞지 않아서 하지도 않겠지만 무조건 주고 딸같이 하기는 좀 어려운데....
즉, [시어머니 정신]은 친 엄마같이 그냥 다 봐주고 , 가진 것도 다 주고 편하게 해주는 것인가 보다.
내가 생각하는 [며느리 정신]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키웠으니 이제 네가 잘 가꿔서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 시켜라 이건데 .....
아이구 모르겠다. 당해 보면 잘 해결하겠지.
내가 매일같이 기도 중이니 좋은 아가가 올테고 나는 그녀를 누구보다 존중해 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시어머니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