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에도 그렇게 느낀 적이 있다.
갑자기 교통사고로 45세의 젊은 나이에 돌아 가신 어머니.
수업을 하다 연락을 받고 서울로 가는 고속 버스 속에서 ,길 거리에서도 태양이 너무 밝게 빛나는 것이 이해가 안됐었다.
어머니의 죽음은 10년이나 지나서야 인정 할 수 있는 아픔이었다.
오늘 나는 같은 기분을 느꼈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곳 없구나.
[* 뛰어난 인재가 돌아 가셨는데 산천은 무심히 제 할 일을 하고 있구나 *]
동네를 한 바퀴 돌아 보니 텃밭의 곡식들이 열매를 맺고 있었다
* 줄장미는 때 늦게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 여름의 끝 자락을 칸나가 불태우고 있다.
나무같기도 하고 꽃 같기도한 씩씩한 칸나가 여름을 마무리 하고 있다.
* 봉선화 물을 들이지 않아서 제 역할 을 못하고 씨를 만들고 있다.
*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지고 있는 도라지 밭.
* 어느새 대추가 영글어 가고 있다.
* 석류도 입을 벌리기 직전이다.
* 고추는 빨갛게 익어 가고 , 미리 보낸 친구들은 누구네 마당에 널려서 말려지고 있을 까?
* 옥수수도 어느새 다 익어 가고 있다.
**늙은 호박은 무거워서 늘어져 누워 있다.
*깻잎들 끼리 모여서 축제를 벌리고 있다.
* 이름 모를 작은 열매가 익어 가고 있는 가로수.
생각해 보면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다.
흙으로 돌아 가시고 흙은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내고 자연의 순리이다.
슬퍼하고 아쉬워하고 아까워서 통곡하는 사람의 마음만이 공허하게 먼 하늘을 울린다.
무심한 자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가 더 슬프게 다가 온다.
그렇게 큰별이 소천 하셨으니 하늘에서는 축하의 파티를 열어 주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