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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여러 번 버린 부산 시민들

모과 2009. 5. 26. 23:38

부산에서 28년을 살면서 많은 추억과 아픔을 겪었다.

개인적인 아픔이야 어느 곳에서 살았든지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을 누구나에게나 있을 인생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성장했고 남편의 직장 때문에 갔던 부산에서의 생활에서 잊지 못할 기억은 뿌리 깊게 박힌 지역주의의 경험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나는 그 분을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선택에 후회가 없다.

광주에 출장을 와서 접한 그분의 서거 소식에 가슴은 폭탄을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부산의 북구 변두리 끝동네에서 본 노무현 국회위원 후보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일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우울했다.

놀이터 공터에 20명정도 모인 사람들 앞에서 가수 김혜연의 [서울 대전 대구 찍고 부산]이라는 노래가 끝나고 갈색 콤비 차림의 키가  작은 듯한 노무현 후보는 정성껏 연설을 했다.

 

내가 10년간 [책대여점]을 하던 상가에 찾아 와 악수를 청하던  권양숙 여사는 참 반듯한 인상을 주는 단정한 분이었다.

부산의 내가 살던 동내의 이웃들은 모두 노무현 개인을 좋아 했다.

그러나 당이 [민주당]이라서 투표날 투표장에 커튼을 들치고 들어 가면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다.

노무현은 좋으나 당이 [한나라당]이 아니므로 찍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초선의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 주어서 노무현을 탈락 시켰다.

아파트 부녀회는 전라도 남편을 둔 부녀 회장과 한나당 부녀회장이 방송을 틀어 놓고 싸우고 난장판을 벌였었다.

 

그 후 부산 시장 선거도 같은 결과였다.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서 출마 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출생 하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노무현을 밀어 준 사람들은 광주 시민이었다.

 

나는 지금 광주의 민족 조선대학교,장미 축제에 텐트를 치고 18개의 행사 매대 위에 책을 놓고 팔고 있다.

행사 기간동안 서강대학교 영어 영문학과의 장영희 교수가 암으로 소천했다.

진정으로 존경하는 학자  장영희 교수는 나와 동갑이며 큰아들의 은사이며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영어 교과서의 저자 였다.

그의 저서 [문학의 숲을 거닐다].[내 생에 단 한 번],..그리고 소천하기 하루 전에 발간 된 [살아온 기적 살아 갈 기적]이 다 팔렸다.

[살아 온 기적 살아 갈 기적]은 초판을 18쇄나 해서  장기 베스트 셀러 였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밀치고 베스트 1위가 됐다.

 

이시대의 진정한 지도자 두 분이 돌아 가셨다.

 

조선대학교 교내 방송은 장송곡을 틀어 주고 있고 오늘 광주는 짙은 어둠을 동반한 소나기가 한동안 내렸다.

 

대한 민국과 광주!

그리고 노무현과 민주주의, 그리고 봉화마을 ...그리고 절대 고독 속에서 선택한  고졸의 총명한 대통령이었던 분을 일류대 출신들인 정치가,검사, 기자, 그리고 네티즌들이 벼랑끝으로 밀어 붙였다.

고독한 영웅,노무현의 죽음 앞에 부산 시민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광주는 꽃중에 여왕이라는 장미축제도 인적은 끓기고 임시 분향소에 긴 행렬이 뉴스로 전해지고 있다. 

 

나는 내일 광주를 떠난다 .

4번 째 광주를 왔다 가며 광주의 친절과 이념과  단결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60이 다 되도록 갖고 있던 광주에 대한 작은 편견조차도 깊이 반성을 하며 속죄를 한다.

 

오늘 광주에 온 남편은 시아버님을 모시고 봉화 마을을 다녀 와야 겠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날 새벽 전화를 한 아버님은

"노무현을 찍어라"하셨다.

어머니와 네명의 며느리 중에 유독 내게만 권유 하신 것을 대전으로 이사를 하고나서 알았다.

나의 시아버님은 교육자로 정년 퇴임을 하셨지만 다른 길로 가셨다면 정치가가 되셨을 것 같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역사가들은 기자들과 다르게 기록할 것입니다.

당신의 죽음은 ..당신의 최선의 선택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삶과 죽음은 연결됐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운명이니 원망하지 말고 살라는 유언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우리네들 민초들도 늘 원망을 많이 하고 살고 있습니다.

과거를 용서하며 앞만 보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무엇보다 제 스스로의 고집과 집착을 반성하며 용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