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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다 들킨 고3 아들에게 담배를 사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모과 2009. 4. 17. 22:48

 막내 아들이 담배를 피는 것을 안 것은 고 3이었던 해,7월 말이었다.

고 3이 되니 주말에도 동네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했다.

독서실에서 친하게 지내던 동네 친구들을 다 만났는데 쉬는 시간이면 모두 옥상에 올라 가서 담배를 피었다고 했다.

막내는  저 혼자 뻘쭘하게 있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그 아이들이 옥상에 갈 때 혼자 있지는 못하는 성격이다. 

5월부터 피웠지만 집에 와서는 피지 않아서 식구들이 몰랐다.

군에 가려고 휴학을 하고 집에 와 있던 형과 같은 방을 쓰고 있는데 형이 가방 속을 검사하다 알게 된 것이다.

엄마 모르게 끓으라고 몇번 말했으나 지키지 않자 두 달 후인 7월에 내게 알려 준 것이다.

 

큰 아들은 담배를 피지 않는다.

술도 취할 것 같으면 그만 마시는 절제가 있는 아이였다.

 

막내 아들과 담배 때문에 몇 번 충돌이 있었다.

내 앞에서는 안피우겠다고 약속은 늘 잘하는 아이다.

그러나 친구들 앞에서는 다른 모양이었다.

등짝을 때리기도 하고 야단을 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의 마음 속에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6개월후 면 졸업을 하고, 3개월 후면 수능 시험이 있다.

내가 계속 반대를 해도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분명히 담배를 필 것이다.

수능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엄마와 매일 담배 때문에 갈등을 하면 더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수능 끝나면 학교도 잘 나가지 않는다.

3개월 남았는데 .....

 

친정 막내 동생에게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냐고 물어봤다.

고2 때부터 피웠다고 고 3인데  반대 한다고 끓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막내 남동생은 고3까지 반장을 했고 현재 대기업 임원이다.

그리고 친정아버지나 남동생들도 모두 흡연자다.

특히 큰아버지는 현재 89세이신데 평생 담배를 피었지만 돼지고기를 많이 먹어서인지 폐가 깨끗하다.

친정은   6,25때 월남한 신의주가 고향이다.

이북 사람들은 의.식.주 중에서 식을 중요시 한다.

 우리는 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많이 먹고 자랐다.

 

나는 막내 아들에게 몇 가지 약속을 했다.

학교나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지 말 것과  어른 들이 보는데서는 피지 말 것을 약속 받았다.

그리고 내가 담배를 보루로 사다 감춰 놓고 한 곽씩 주었다.

미성년자에게는 담배를 팔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약속을 잘 지켰다.

학교에서 담배 피는 아이들끼리 뒷산으로 올라가서 한 대씩  피고 내려 온다고 했다.

 

수능은 점수가 생각보다 낮아서 (언어영역때문에) 원서를 쓰지 않고 재수를 했다.

재수를 하면서도 독서실에 다녔는데 점심 먹고 담배 한 대피고 오락실에서 딱 30분 놀고 그래서  재수에 성공했다.

 

요즘 방송에서 [남자의 자격]을  재미 있게 보고 있는데 남자가 죽기전에 해야 할 101가지 중에서 두 번째가 [금연]이었다.

유통업에 근무하기 때문에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다.

아직 수습 기간이고 계속 되는 오픈으로 연장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다.

일 자체가  3D 업종이므로 힘도 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다.

담배를 끓으라고 잔소리를 할 수가 없다.

 

집에서 담배를 필 때는 폐 수술을 한 나에 대한 배려로 배란다에 나가서 창문을 엻어 놓고 밖의 경치를 보며 피우고 있다. 남편도 그렇게 한다.

오후 조에서 아침 조로 바뀔 때는 3~4시간을 자고 출근한다.

집이 종점이라서 핸드폰으로 알람을 맞춰놓고 버스를 타면  잔다고 한다.

 

막내가 출근을 할 때 이층인 집에서 내려다 보면 나가자 마자 담배에 불부터 븥이고 있다.

담배가 몸에 나쁜 것을 잘 알지만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담배피우는  것 뿐인 것 같아서 돼지고기 삼겹살과 막걸리만 열심히 사다 냉장고에 넣어 둔다.

막내가 유통기간이 임박한 삼겹살을 원+원으로 자주 사오기도 한다.

 

이사온지  5개월 됐는데  남편과 아들이 밤마다  먹은 돼지고기의 양이 돼지  한 마리는 될 것 같다.

막내 아들은 지금 29살이다.

 

언젠가는  꼭 담배를 끓겠다고는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