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대학교 4학년 가을에 나는 대한 항공 스튜어디스 공채에 원서를 냈다.
서류 전형에 3장의 사진을 함께 제출했다.
사진관에서 찍은 정면 명함판 사진,얼굴 옆모습 사진 1장, 신발은 벋고 미니 스커트를 입고 찍은 전신 사진 한 장 을 입사 서류와 함께 제출했다.
* 사진 출처: 다음 지식 검색에서 발췌: 현재의 대한 항공 스튜어디스 모습.
서류 전형을 통과하니 인물 면접을 봤다.
서비스 업종이다 보니 외모와 키를 보고 몇 배수 뽑고 그 다음으로 필기와 영어 면접을 봤다.
모두 미니스커트를 입고 명동 가까운 곳에 있던 대한 항공 건물에서 면접을 봤다.
당시에는 키가 157cm 이상이면 합격했다.지금은 162cm 이상으로 알고 있다.
여자 평균키가 154cm였던 37년전의 일이다.
나는 고1부터 키가 165cm였고 지금 시대에도 큰 키에 속한다.
면접관은 4명이 있었고 모두 남자 임원이었다.
5명이 한거번에 들어가서 정면으로 ,옆으로 ,뒤로 , 미니스커트를 입고 자세를 면접 시험 봤다.
"왜 스튜어디스가 되려고 하는가?' 하는 질문을 공통으로 받았다.
인물 면접을 통과하니 필기와 영어 회화 면접을 봤다.
필기 시험은 상식문제가 주였는데 그때 한참 개발중인 고속도로가 영어로 무엇인가 묻는 문제가 인상적이었다.
모두 객관식 문제였던 것 으로 기억이 난다.
영어 회화 시험은 서울역 앞에 있는 대한 항공 빌딩 7층에서 봤다.
미국 여성 시험관이 녹음기 한 대를 놓고 질문을 하면 응시자가 대답을 하는 방법이었다.
빈 강의실에서 책상 하나 놓고 의자 둘이 있는 소박한 면접 시험장이었다.
강의실 뒷편에 모아 놓은 의자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영어가 원래 약한데 회화를 전혀 배우지 않았다.
대충 알아들을 정도인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앞에 마주 앉은 긴 노란 머리의 미국 여성 시험관은 되풀이해서 질문을 했다.
영어 회화 시험을 보고 나오면서 탈락이구나 생각했다.
당연히 탈락했다.
중학교 친구 언니가 스튜어디스 시험에 탈락하고 일 년간 회화 학원에 다녀서 다음 해에 입사를 했다.
친구의 권유로 준비 없이 원서를 냈었다.
그 해 가을 나는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신체 검사에서 결핵성 늑막염이 발견됐다.
대학 부속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으니 바로 입원을 하라고 했다.
그 후 3년의 투병 생활을 했다.
합격을 했어도 건강 때문에 입사 할 수 없었다.
당시에도 스튜어디스는 많은 여성의 선망의 직장이었다.
건강만 했으면 다음해에 입사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인생은 때론 자기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