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정보를 몰라서 강남 학생들에게 뒤떨어질까 걱정이 많았다.
큰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에 살던 대학 동창이 내가 살던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강남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시키고 있는 [성문사]라는 문제집을 알려 주었다.
부산에는 남천동과 범일동에서만 팔고 있었다.
문제지의 내용이 초등학교 학생용이었지만 내용은 고1 수준까지 어려운 문제도 많았다.
전교 상위 3%에 드는 학생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큰 아들은 그 문제를 푼 후 전교 1,2등을 유지했다.
그 문제지는 한 학기에 한 번 헝겁으로 된 가방에 넣어서 나왔다.
친구를 따라서 서울에서 있던 대학 동창회에 간 적이 있다.
40명이 입학을 했는데 34명이 졸업을 했다.
강남에만 18명이 살고 있었다.
지방에 살면서 강남에 집을 사서 자녀들을 교육 시키는 친구도 두 명이나 있었다.
그 친구는 여러척의 배를 가지고 수산업을 하는 지방 갑부의 아들과 결혼을 했는데 본인이 예식장 사장이기도 했다.
1988년도에 서울 생활비만 500만원이 든다고 했다.
강남 엄마들 앞에서 부산 변두리에 살고 있는 나는 촌스런 엄마같이 느껴졌고 궁금한 점이 많았다.
한 친구는 학교에 간다고 하면 남편이 봉투 두 개를 T V 옆에 놓고 출근을 한다고 했다.
명문이라고 신문에 광고도 냈던 모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노동절에는 남편이 학교로 담임을 만나러 가서 인기 좋은 아빠라고 자랑을 했다.
동학년 교사들을 모두 초대해서 식사 대접도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는 강남에서 교사를 하는 친구가 교육청으로 출장을 갔다가 잠시 들린 친구도 있었다.
모두 그 친구에게 촌지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다.
" 얼마나 봉투에 넣는데?"
" 보통은 1장이지. 2장인 겨우도 꽤 되고"
" 정말 촌지를 주면 그 아이가 다르게 보이니?'
" 그렇지는 않아 . 교단 앞에 서면 학생들은 모두 같이 보이지. 그런데 알만한 학부형이 얼굴도 비치지 않으면 무시 받는 기분이 들더 라구"
" 알만한 학부형?"
" 많이 배우고 직업도 괜찮고 부자로 사는데 아이 담임 얼굴도 모르는 게 좀 기분이 그렇지"
부산에서 올라간 우리와 교사를 하는 친구는 일정 때문에 먼저 나왔다.
" 나 같이 부산의 변두리에 살고 ,큰아이라서 정보도 없는데 어떻하지? 나는 학기 초에 전체 학부형 회의에 가서 인사를 하고 스승의 날에 아이에게 선물을 들려 보내고,학기가 끝나는 2월 봄 방학 하기 전에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러 가는데,남편이 그렇게 하라고 해"
나는 늘 봄 방학 하기 전에 아들의 담임을 만나서 촌지(5만원)를 드렸다.
진심으로 감사해서 가족과 함께 식사나 하시라고 말씀 드리며 책과 함께 선물을 했다.
교사를 하는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 형편이 안되면 안하는거지 .교사들도 아이들 가정 형편을 다 알고 있어. 지방에서 공부하는 게 더 아이에게 좋을 수도 있어. 어떤 면에서는 강남 엄마들이 큰 문제야. 나도 시골에서 와서 공부했는데 뭘, 학부형따라 대하는 게 다르지."
그 친구는 지방의 명문여고 에서 서울로 유학을 와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던 친구였다.
그 친구의 말에는 살만하면 담임에게 인사를 하러 가야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동창들 중에는 소위 명문대에 입학 시킨 친구들이 많은 편이다.
어느 친구는 세 아이 다 S, Y대의 유명학과를 진학 시키고 자기가 학원을 낸 친구도 있다.
명문 미대나,음대는 내신이 5%이내에 들어야하고 실기도 잘해야 했다.
논술 과외를 주 2회하고 100만원을 준다고 했다.
물론 원하는 대학에 입학을 했다.
결혼도 잘했다고 들었다.
큰 아들은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았고 고 1부터 경제적으로 급 추락한 가정 형편 때문에 재수를 해서 서울로 유학을 갔다.
특차 장학생으로 입학을 해보니 정시의 점수가 더 높았고 강남의 학생이 50% 이상이었다.
명문 고들은 대부분 강남으로 이사를 했고 할아버지대부터 출세를 하거나 부자였던 집의 자녀가 강남에서 학교를 다닌다.
부익부,빈익빈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제 들은 말인데 교사를 아내로 만나면 [로또]에 당첨 된 것과 같다고 해서 웃었다.
이제 교대나 사대를 모두 부잣집 자녀들이 많이 입학을 하고 있다.
그 학생들이 교사가 되는 세상은 어떻게 변화 될까 걱정이 된다.
교사를 했던 친구는 명예퇴직을 하고 고향에서 연금으로 편안히 살고 있다.
20년의 세월이 지난 일이다.
** 전국에서 묵묵히 수고하시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부유층의 한 단면을 나타낸 것 뿐입니다.
오늘, 다음에서 강남 학부모의 36%가 촌지를 준 경험이 있다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3명중 1명이라는 설명도 함께 나왔습니다.
대도시는 35%로 나왔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