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안의 대형서점의 책임자로 17개월을 일할 때 있었던 일이다.
한달에 한번씩 파주에 있는 출판 단지에서 출장을 오는 사장님들은 대부분 영세 출판사를 운영하는 분들이었다. 수도권부터 출장을 내려 오기 때문에 부산에 도착했을 때는 몸은 피곤에 쩔어서 안타깝게 보였다.
대부분 혼자 또는 직원을 한명 데리고 와서 자기 출판사의 책들을 보기 좋은 곳으로 진열해 놓고 간다.
여성 메이커 옷매장을 개조해서 서점을 만들어서 사무실에 냉,난방이 안되었다. 여름에 땀을 흘리며 들어오는 출판사 사장님들은 대부분 50 전후의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분들에 대한 대접으로 같은 층에 있는 햄버거 체인점의 냉커피나 오렌지쥬스를 대접하곤 했다.
그분들이 책의 판매 상황이나 재고를 조사하고 있을 때는 내가 직접 가서 쟁반에 냉커피를 올려서 가져왔다.
사소한 일이지만 그분들은 매우 고마워하며 서점에서 행사할 책의 매입률을 많이 낮춰주기도 했다. 유명출판사에서는 출장을 거의 오지 않는다.
내가 그 분들과 대화를 할 때면 아르바이트 여대생들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몇번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르바이트 여대생이 개인 면담을 할 때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더니 할 말이 있다고 했다.
" 서점일이 적성에 맞고 재미 있어요. 그런데 커피 심부름은 하기 싫어요. 너무 창피해요". 다군다나 쟁반에 받쳐서 오는 것은 더 싫어요"
" 그게 무슨 말이니? 햄버거 집에서 일하는 알바생들도 다 여대생들이잖니?"
"그 애들은 직업이니까 괜찮겠지요. 그냥 커피를 사서 손으로 들고 오면 제가 먹는 것 같으니까 괜찮은데 쟁반에 들고 오는 것은 하기 싫어요"
같이 일하고 있는 여대생에게도 물어 봤다. 똑같은 생각이었다.
" 그래, 그럼 앞으로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않겠다. 내가 사오마. 그분들은 우리 서점에 참 고마운 분들이다. 다 네 아빠와 나이가 비슷하신 분들이다. 네 아빠도 비슷한 일로 출장을 많이 다니시는데 힘든 아빠같은 분들에게 시원한 커피 한잔 대접을 한다고 생각하면 안되겠니? 손님을 대접 할 때는 쟁반에 받쳐서 공손히 드려야 예의란다"
내 말을 들으며 눈가에 물기가 비쳤다. 엄마가 일찍 돌아 가셔서 아버지와 남동생하고 살면서 집안 일을 다 하며 미대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사는 형편도 괜찮데 서점일이 마음에 들고 나를 무척 따르는 여대생이었다.
일 잘하고 센스 있고 지각도 하지 않아서 모든 면에 마음에 드는 차분한 여학생이었다.
나는 수습 중인 여직원을 불러서 똑같은 질문을 했다.
" 저는 커피 심부름을 할 수 있습니다. 하겠습니다"
부산의 모 사립대학교 OO과를 4년장학생으로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중에 알바로 지원했다가 정직원이 되기로 하고 수습 중인 여직원이었다. 성실하고 예의 바르나 적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 해주자 늦은 시간까지 퇴근도 하지 않고 아동 코너의 그 많은 책을 다 정리하고 오후 조와 함께 퇴근을 한 적이 여러 번 있는 직원이었다.
남직원도 남자 알바에게도 똑 같이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군에 다녀 온 남직원과 남대생 아르바이트는 서점 분위기가 좋다며 적극적으로 일했다. 정직원인 OO군에게 본사에 보고 하는 모든 보고서의 방법을 알려주니 즉시 엑셀 작업을 해서 편리하게 만들었다.2,30분 일찍와서 하던 일을 마치지 못했으면 2,3시간 더 일하고 갔다.
그 남직원은 5,6년후면 퇴직하는 아버지와 함께 서점을 운영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고 서점 밖에서 행사를 하면 적극적인 멘트로 매출을 많이 올렸다.
갑자기 대전에 서점을 오픈하게 되서 부산을 떠나면서 나는 본사의 사장님, 상무님, 담당과장에게 남직원을 부점장으로 발령 내주시면 좋겠다고 메일을 보냈다.정직원으로 발령을 받은지 두 달만에 OO군(28세)은 책임자로 발령을 받았다.
나는 영남에서 제일 매출이 좋은 우리 회사 서점에 OO 직원을 데리고 가서 점장님께 소개를 시켜 주었다.
여직원은 다른 지점에 소개 시켜 주었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문의하기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지금 그 지점은 내가 있을 때보다 매출이 상승했다.물론 주변의 환경변화가 서점에 유리한 쪽으로 일부 바뀐 것도 있지만 두 정직원들의 순수한 열정과 알바생들과의 화합이 좋은 결과를 만든 것이다.
** 내가 그 곳을 떠나면서 커피 심부름을 거부했던 두 여대생들도 그만 두었다.. 시간제 알바보다는 장기 알바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서점일은 단순한 기능이 필요 할 뿐이다.
성실과 인화 ,남에 대한 배려가 제일 필요한 것은 어느 직장이나 마찬 가지다.
커피는 성에 관계 없이 동료에게도 서로 타 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 아르바이트 여대생의 생각을 이해 할 수 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