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11월 큰아이가 수능을 보고 집에 돌아 와서 EBS방송의 정답을 맞춰 보더니 부산대학교에 특차와 정시를 써보고 불합격되면 바로 재수를 하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수능 점수 발표]까지 학교에만 다녀 올 뿐 제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집안이 갑자기 기울어서 변두리 학군으로 이사를 올때 중학교 담임 선생님들과 몇몇 교사들이 하숙을 해서라도 부산의 8학군이라는 [동래구]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
학 하기를 권유했다.
형편상 그렇게 할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정규 수업외는 야간자율 학습외에 학원을 보낼 수가 없었다.
고2 어느날 눈가에 이슬을 보이며
"엄마 수학을 한 두 달 배웠으면 좋겠어요" 하길래 책방의 단골 손님이었던 의대생에게 부탁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두 달 (모두 8번)과외를 시킨게 전부였다.
과외비는 한달에 30만원으로 해주었다.
내신도 같은 반에 서울대 법대 진학을 한 학생과 서강대 신방과 ,서강대 영어 영문과 부산대 법학과 2명....그리고 아들의 순서였다.
문과 4반중에서 전교 20위였다.
아들의 결심은 굳었으나 11월 중순에 수능을 치고 졸업을 할때 까지 마음의 정리가 안되고 학원도 2월 20일경에 재수생들의 공부가 시작 되었다.
재수를 결심을 하고 다른 대학에는 원서도 쓰지 않은 아들이 졸업식에 엄마가 꼭 오라고 했다.
졸업식이 너무 쓸쓸할 것 같다면서......
재수를 결심한 아들이 고맙고 적극적으로 지지 한 이유는 내 아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특별히 말하고 싶은 것은 재수에 대한 잘못 된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1. 재수를 하면 돈이 많이 든다.
그렇지 않다 재수를 하는 기간을 3월부터 10월말까지라고 보면 된다.
즉 9개월간인데 학원값은 사립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과 같다.
교통비와 급식비는 대학생들의 용돈보다 적게 든다.
재수 생활도 고3과 같은 시간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입주학원은 학원비도 많이 들지만 룸메이트가 서로 맞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보게 된다.
스파르타식 교육보다는 통학을 하며 차분히 생각도 할 수 있는 재수 학원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런 학원에 보낼 돈도 없었다.
2, 재수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학급에서 10등안에 드는 학생이 재수를 하면 이변이 없는 한 성공한다
이변이란 이성교제, 컴퓨터 중독, 소속이 없는 자유가 주는 불규칙한 생활을 말한다.
아들 둘이 다 재수를 했는데 모두 성공을 했고 , 우리 집 아이들을 보고 재수를 해서 성공한 친구의 자녀들도 많다.
3. 재수에 성공하려면 일주일에 하루는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한다.
주로 토요일 저녁에 통닭이나 삼겹살을 먹으며 술도 한잔 하며 학원에서의 일과 어려운 학과 진학할 학과등에 대해서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재수생이라서 술을 먹어도 되고 아들에게 술을 먹는 예법과 주량을 알게하기 위해서 였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대학생활을 할때나 사회에 나와서도 술로 인한 실수를 하지 않았다.
자기의 주량을 알고 있어서 취하면 술을 물잔에 살짝 버리곤 했다고 한다.
4. 한 달에 한 두번 학원을 결석 시킨다.
이해가 안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서 재수에 성공을 한 것 같다.
재수를 시작하면 매달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보는 데 처음 몇 달은 점수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
수능부터 3월까지 3개월을 공부를 하지 않아서 생활의 리듬을 잃어 버린 것이다.
소속도 없어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대학에 입학한 동창을 만난 날은 너무 우울해 했다.
5,6월이 되니까 아들이 얼굴도 새까매지고 에미가 보기에도 아들의 몸이 위축이 되서 초조해 보이고 온몸이 사그러 드는 것같이 피곤해 보인다.
학원 시간표를 보고 암기 과목이 많은 날에 하루 결석을 하고 푹 쉬게 하였다.
잠을 푹 자는 것도 재수 성공의 한 방법이다.
재수 학원의 강사들은 암기 과목을 아주 재미 있게 압축해서 가르치기 때문에 학교 수업 3시간 정도의 분량을 10~20분에 정리 해서 쉽게 가르쳐 준다.
그것은 학원은 입학전에 시험을 봐서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반편성을 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5.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성공한다.
재수 기간동안에는 내신, 보충수업을 하지않기 때문에 재수생들이 여름 방학후에 보는 모의고사에 월등히 점수가 오른다.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교실에서 잘 압축된 교재로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
10월말까지 열심히 학원에 다니고 11월은 집에서 [독서실]에 다니며 차분히 정리를 하는 게 좋겠다.
6. 부모가 자식의 성공에 대한 굳은 확신을 가져야 한다.
재수 중간에 재수한 것을 후회도 하고 마음의 갈등을 많이 표현 할 때가 온다.
그 때 부모가 초지 일관 같은 자세로 대해야 한다.
"우리는 네가 성공 할 것을 믿는다. 공부를 더 하고 잘 가르치는 베테랑 강사에게 배우고 있으니 꼭 성공 할 것이다. 엄마 아빠는 너를 믿는다"
부모의 믿음이 자녀에게 마음의 안정감과 확신의 자기 최면을 걸수 있다고 생각한다.
7. 부모는 수능에 대한 신문 자료를 스크랩해야한다.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고1~고3까지 의 해마다 수능후에 발표되는 수능성적 분포도, 문,이과 성적 순위와 학생숫자, 유명학원의 입학 가능 학교와 수능 점수를 스크랩해 놔야 한다.
수능 점수가 발표 된 일주일만 신문에 나온다.
그 이유는 아들이 진학할 학교와 학과의 전년도 수능 전수와 백분률(%)과 우리 아이가 받은 수능 점수와 백분률을 비교하면 합격할 대학과 학과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 학원에서 발표하는 점수보다 5점 낮춰서 원서를 써야 안전하게 합격을 하게 된다.
나는 6년간 수능 점수와 분포도와 입시학원의정보를 스크랩했고 (막내와 3살차이므로) 거의 오차 없이 희망 대학과 학과에 합격시켰다.
97수능 전국 12%였던 큰 아들이 재수를 해서 전국 1,9% 문과 전국 7,000등,언어영역 전국 0,05%를 받고 특차로 서울의 사립대학 특차 장학생으로 합격을 했다.
내가 아들의 재수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학원을 제대로 보내지 않았고, 재수 학원의 압축된 강의를 신뢰했고 ,무엇 보다도 내 아들의 성실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 아들은 지금 대학 4년간 장학생으로 모교의 사랑을 받고 졸업후에 우수한 성적으로 대기업에 수석 입사해서 우수 사원으로 일을 열심히 학고 있다.
인생은 이제 8,90의 장수 사회가 되었다.
20살의 젊음은 무엇을 선택해도 가능한 나이이다.
재수는 지내 놓고 보면 인생에서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막내 아들은 수능 점수도 생각보다 안나왔지만 하고 싶은 직업때문에 이과에서 문과로 재수를 해서 지금 경영학과 4학년으로 취업 시험을 앞두고 있다.
막내 아들은 한 군데도 원서를 쓰지 않고 그냥 재수를 결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