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0주년을 보낸 소감은
...결혼을 잘했다는 겁니다.
이 결심을 하기까지의 70%는 사랑과 배려가 많은 시댁 식구들이 부족한 저를 늘 감싸 주었기 때문입니다.
독감에 걸린 며느리에게 시아버님은 자주 전화를 주시고, 어머니, 큰형님에게도 셋째에게 전화를 하라고 하시고....
저는 가끔씩 어머니 생신 날을 잊어 버리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아침 7시쯤 아버님께서 마당에 나오셔서 핸드폰으로 제게 전화를 주셨지요.
"오늘 네 에미 생일이다 이따 전화해라"
"아! 죄송합니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두시간후에 어머니께 전화로 인사를 드립니다.
"어머님! 생신 축하 드려요. 못 찾아 뵈서 죄송합니다"하면
"셋째냐? 고맙다 전화만 해줘도 고맙지...그래 언제 올래?" 하십니다.
지난 가을에도 시골 집에서 밭에 농사 지은 배추 100포기가 넘는 김장을 시고모, 시누이, 어머니, 형님이 모여서 했습니다. 양념값은 아버님이 다 내시고^^
결혼 후에 저는 집에서 살림만을 하던 12년 동안만 김장을 했고, 그 후엔 쭉 시댁에서 해 주십니다.
자주 못가는 저를 어머님은 늘..."셋째가 와야 재미있는데.."하시지요.
30년간 넘치는 사랑을 받아 온 저의 소망은 부모님이 좀더 연세가 드시면 대전에 가서 살면서 제게 주신 사랑을 조금 이나마 보답하는 것입니다.
**제가 시댁에서 사랑을 받는 비결은
1. 시댁에 가면 절대로 아는 것이 나와도 가만히 있습니다.
시댁에서 제 별명이 [먹던 떡] 충청도 말로 쉬운 사람이란 뜻인가 봅니다.
2. 음식을 못하면 그만큼의 다른 일을 찾아서 합니다.
청소, 빨래, 설걷이등등....
3. 큰형님이 숟 가락을 들기 전에 먼저 밥을 먹지 않습니다.
**철저히 쫄병의 자세로 있지요.
4. 자식들에게 힘든 일을 시킵니다.
**두 아들들도 제뜻을 빨리 깨닫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소에 물건을 나르는 등 ..돌아 올때 할아버지의 상금을 받고 오지요.
5. 머리속에 지우개가 생긴 어머님이 연속극을 보시며 같은 소리를 열 번 이상 물으셔도 처음 듣는 것처럼 대답해 드립니다.
(이 부분은 같이 살면 변 할수 도 있습니다)
6. 그리고 집 밖으로 나오면 남편에게 존칭어와 최대한의 예의로 대합니다.
**그리고 전화로 대화 할 때도 반말을 하지 않습니다.
(둘이 있을 때는 친구 같은 부부지요)
작년 여름 휴가에 시고모부님이 제게 극찬을 해 주셨습니다.
시골 집 뒤로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습니다.
"이렇게 집터가 좋아서 자네 같이 좋은 며느리가 들어 왔네"
손수 캐신 냉이를 주시며 남편에게 호용에미에게 내가(막내 시고부님,70세) 줬다고 꼭 말혀.하셨답니다.
결혼 30년 생활 중에 시댁 식구에게 들은 최고의 선물입니다.
큰 아들이 어느 책에서 봤다며 인생에서 책임을 빼면 별로 남는 게 없다고.
엄마에게 성실함과 독함과 가정을 이끄는 리더쉽을 배웠다고.
,아빠에게는 온유한 성격과 좋은 두뇌와 좋은 목소리등, 더 받은 게 많겠지요.
남편은 나와 같으므로 생략입니다.
단지 온유한 성격의 그와 평균 수명 만큼 함께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