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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가 아니었으면 죽었거나 미쳤거나

모과 2008. 3. 23. 00:52

나는 15년 간 정들었던 친구 소주와 이별을 했다.

내 인생에서 제일 힘이 들었을 때 소주를 만났다.

부산 소주의 이름은 [시원]이다.

 

첫만남은 죄의식과 자학과 아주 쓴 몸부림과도 같은 기억으로 남았다.

처음에는 불면의 밤을 잊기 위해서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 후로는 기쁠 때도 한 잔!

  고단할 때도 한 잔!   화를 삭힐 때도 한 잔!   정신과에 가지 않기 위해서 한잔!

그렇게 절친한 친구가 돼 갔다.

 

모태 신앙인 나는 ,그리고 60년대에 중고교를 다닌 여자인 내가 ,입에 소주를 댄다는 것은 큰 죄의식이

먼저 마음 한 가운데서 갈등을 했다.

70년도에 여자가 술을 마시는 그자체로만으로도 [날라리]로 보여서 술을 먹는 여자는 아주 드물었다.

 

보수적인 충청도 남자와 결혼하고 ,그것도 체질상으로 남편과 시아주버님을 빼고 모두 술을 마시지 못하는 시댁에서는 가끔식 마시는 술은 [덕산 막걸리]  두, 병이 전부였다. 물론 여자는 빼고....

 

부산에 와서 만 28년이 되었다

30년 결혼 생활의 대부분을 부산에서 보냈다.

항구 도시의 특성상 회가 많고 회를 먹을 때는 소주를 소독약용으로 마시는 습관이 여자들도 약간의 소주를 마시는 곳이 부산이었다.

부산의 소주는 [시원]소주인데 날씨와 물 맛 때문인지 부산에서는 [시원소주]가 제일 맛이 있다.

소주 맛이 달게 느껴진 지가 오래인데...다른 소주는 조미료 맛 이 나서  입에 맞지 않는다.

 

나는 생선회보다는 돼지 고기와 닭고기를 많이 먹어 온 터라 처음 부산에 와서는 비릿내가 나서 생선회를 못 먹었다.

이제야 횟맛을 알게 되었으니 부산 사람  입맛이  되는 데 참 많은 기간이 필요한 가 보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생각지 않은 악연들이 줄이어서 나타나고.. 내힘으로는 막아내기 불가항력임을 느꼈을 때 소주를 만났다.

인생에는 천재지변같이 악연이나 악재가 몰려 올 때가 있다.

아들들과 통닭에 맥주로 시작한 술은 소주 2병이면 필름이 끓기고, 내게.좀 좋지 않은 주사가 있는 것을 가족에게 들었다.

그후에 밖에서는 분위기 상 소주 한 두잔을 들 뿐 일체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후 14년이 흘러서 ,아이들도 상처를 안고 컸고 그 상처가 거름이 돼서인지 잘 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남편은 처음 부터 조용하고, 말이 적고 , 변함없이 초등학생 같은 순수함으로,60이 다 된 지금도 사회적이지 않다.

그 남편이 변함없이 가족을 사랑 했음을 깨닫는데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나는 풍지 박산 된 집을 일으키느라고 억척 스럽고 ,뚱뚱하고, 목소리가 한 톤이 높은 아지매가 됐다.

 

말이 없는 남편은 퇴근후에 묵묵히 소주 한 병을 반주로 삼아 저녁을 먹고 ,컴퓨터로 바둑을 둔다.

나는 안방에서 드라마나 책을 읽고...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가족의 정으로 하나 간 된 부부 랄까?

남편은 지난 날의 잘못을 묵묵히 가족에게 헌신에 가까운 애정으로 속죄를 해 왔다.

 

언젠가 부터 나는 잔소리 대신 ,남편 곁에서 함께 소주 잔을 들고 묵묵히 그의 말을 듣기도 하고, 따지기도 하고,...거의 매일 각자 소주 한 병씩을 마셨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밤 12시가 다 되고 ,씻고 , 배달이 오면 새벽 1시.....그때부터 대화가 시작 되었다.

 

얼굴은 늘 부어 있고 체중은 서서히 늘고...급기야 남편이 나를 못마시게 하였다.

"당신 ! 안 먹을 거지 ? 응 ?    먹지마" 하며 체중을 줄이라고 하기 시작했다.

 

아들들도 거들며 협박을 했다.

"엄마! 친가의 모습을 봐요. 남자들은 아프지도 않고 장수하는 집안 이잖아. 아빠는 분명히 장수 할 테니

엄마도 건강 관리 잘 해서 오래 사셔요.살 좀 빼요. 엄마 꼭 곰 같다. 아기 곰"하며 웃는 다.

 

사실 내가 소주를 마시는 동안의 대부분은 남편에게 화가 다 안 풀려서 마신 기간이다.

세상에 잘 속는 남편이 미워서, 그를  속인 세상이 싫고, 사람들이 용서가 안되서 ...세월이 많이 지났는데 아직 용서 못하고 있는 내가 미워서......세상이 무섭고 외로울때 외면한 동서들이 미워서....

 

그러나, 이제는 다 극복하고 ,그 기간을 견딘 보상을 더 크게 받고 있다.

결혼 30년 동안 내가 제일 잘 한 일은 이혼을 하지 않은 일이다.

죽음보다, 이혼을 하는 것 보다 더 힘이 든 기간이 길었지만 역시 내 판단이 현명 했다.

그리고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도 변함이 없다.

 

이번에 심한 독감으로 한 20여일을 아팠는데 ,신기한 것은 치킨, 돈까스, 소주, 맥주..등 술종류

모두에 입맛을 잃었다.

중2때부터 35년을 마시던 콜라를 끓을 때와 비슷 하다.

 

나이 50이 훌쩍 넘고 깨달은 것 중에 제일 큰 것은 남편에게 퇴근후에 자기 만의 시간을 주는 것이다.

식사후에 그가 바둑을 두던, 담배를 피던, 1000  피스 퍼즐을 작은 방 바닥에 펴 놓고 새벽 3시까지 연속 3일을 하고 있던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나는 내안의 울화가 다 없어지고  평화가 대신 교대했으므로 더 이상 소주가 필요 하지 않다.

 

 소주와 절친한 15년 동안 1년에 1kg씩 체중이 늘었다.

건강을 위해서 15Kg을 서서히 감량해서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 가야 한다

 

남편의 소망이므로.....나이 60가까운 아내에게 그런 소망을 말하는 남편이 몇이나 될 까?

(57세의 나는 약 6~7세 어리게 본다) 그래도 50대지만...ㅎㅎ

장수 사회에서 90이 평균 수명으로 가고 있는데 나머지 인생도 지나 온 인생 만큼의 시간이지 않은가?

 

사랑했던 시원 소주에게!

그 동안 고마웠으며 ,이젠 소주 대신 운동으로 친구를 바꾼다.

소주군도 이해해 주며 박수를 쳐 줄줄 믿으며.....

 

며칠 전 소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는 남편에게 말했다.
"소주가 없었으면 죽었거나, 미쳤을 꺼야...당신도 그렇지?" 하니 고개를 끄떡였다.

 

**소주 안 먹은 지 두 달 됐으며 ,먹고 싶지도 않다.

체중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가끔 만나도 되겠지만 글쎄....먹는대로 살찌는 정직한 몸매라서...

 

노후에 자식들의 짐이 되지 않으려면 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 해야 한다.

할 수 있을 때 시작 함이 좋고 직장인으로서 깔끔하고 멋있는 이미지를 위해서 [체중 감량]은 필수 라고 생각한다.

 

옷을 사 입어도 폼이 안나고, 사이즈가 별로 없는 것도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