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날때부터 4.4 kg으로 제왕절개로 낳은 아들이다.
태어 나자마자 계속 울어대는 것이다. 배가 고파서 우나하고 우유를 먹여도 또 울어대었다.
어디가 아픈가 하고 살펴보고 의사에게 보여도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알게 된 이유는 아기가 배가 고파서 울었다는 것이다.
보통 신생아의 3배를 먹고는 편안하게 잠든 아가는 하얀 얼굴에 얼굴도 동글동글하고 참 예뻤다.
막내는 자랄때 무척 순한 아기였다. 배만 부르면 혼자 두어도 둥글 둥글 굴러 다니며 칭얼대지도 않고 혼자 잠들곤 하였다. 항상 방긋 방긋 웃으며 유난히 침을 많이 흘리는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침을 흘리지 않았다.
4~5살때부터 식탐이 많아서 식구가 들어 올때마다 함께 밥을 먹었다.
그만 먹으라고 하면 "먹고 싶어서 먹는데 왜 말리냐"고 되물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 비만이 될 것 같아서 "태권도"학원을 보낸게 화근이 되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배가 고프니 더 식욕이 생기는데 먹고 싶은 대로 먹는데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라면을 못 먹게 하면 밖에 나가서 사먹었다.
T V를 보아도 요리프로를 즐겨 보았다.
어느날 저녁에 내게 메모지를 한장 주며 "엄마1 이렇게 하기 쉬운 요리를 왜 안해 주는 거야?'하더니 "돼지 고기두루치기" 요리 방법을 삐뚤 빼뚤 베껴 쓴 것을 주었다. 그때가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장래 희망이 "요리사"였다.
시험을 보고 남은 시간은 장래 희망(직업)을 그리라고 선생님이 말했는데 중국집 주방과 요리사를 그려서 선생님께 웃음을 드린 아이였다.
4학년부터 1년에 20kg 씩 증가 하더니 중2때엔 무려 105kg의 뚱땡이가 되었다.
그때부터 옷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그냥 몸에 맞으면 사야했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보기에는 뚱뚱하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니 9시가 되면 졸려서 숙제도 하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서 자기가 일수였다.
성적은 점점 하향곡선을 그으며 내려갔다.
그런 막내가 살을 빼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이 되기 직전이었다.
그때는 학교 급식이 없엇던 때라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세개씩 싸야했다.
큰애가 야간자율 학습까지하고 왔기 때문이었다.
방학때는 밥을 해놓고 상점에 출근을 해야하므로 아이들이 밥을 챙겨서 먹어야했다.
학기중에는 엄마가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남길수가 없었다고 했다.
막내는 한 달 동안 10kg감량했다. 순전히 굶어서...먹은 것은 과자 몇 조각과 다이어트용 청량음료 뿐이었다고 나중에야 들었다.
그후 계속 감량하여 (주로 굶어서) 총 35kg을 감량했다.
그동안 공중 목욕탕에서 3번 기절..동행한 친구가 있어서 사고는 나지 않았다.
집에 있을 때 내 앞에서도 과일 쟁반을 들고 있던 아이가 슬그머니 옆으로 쓸어지는 것을 보았다.
하도 걱정이 되어서 의사 에게 문의하니 어려서 감량을 많이 하는 것은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한창 자랄때 먹지 않고 감량을 해서 중2이후에 1cm도 키가 크지 않은 게 아쉬움이다.
현재 177cm 에 72kg이다.
우리 나라 남자의 평균키가 174cm인데 중간키 정도이다.
막내가 지독하게 살을 뺀 이유는 재작년에 들었다.
대체로 3가지 이유였다.
첫째:영어를 못해서 책방의 단골 손님인 외국어대 여대생에게 과외를 시켰는데 성적이 월등히 오른적이 있었다. 영어는 뭘 모르는지도 모른다는 아이가 두달을 공부하고 전교 10등안에 드는 성적을 내었다.
미스코리아 나가도 될 정도의 그 여대생을 좋아해서 공부를 열심히 했고 너무 뚱뚱한 자신이 심히 부끄러웠다고 고백을 하였다. 지금 막내는 27세 군에도 다녀 오고 복학하여서 3학년이다.
둘째: 엄마가 자주 아파서 책방을 보고 앉아 있으면 손님들이 "돼지"같은 동물을 쳐다 보는 것같이 느껴져서 진땀으로 팬티까지 젖을 정도로 온몸에 땀이 났다고 했다.
고달픈 엄마에게 미안하여서 말도 못하고 괴로웠다고 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다음의 사건에 있다.
셋째: 어느날 하교후에 집으로 돌아 오는 버스 속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막내가 중1때 신도시로 이사를 갔는데 같은 교육구라서 전학이 되지 않았다.
막내가 타고 오는 버스는 중간에 여중학생을 많이 태우는 데 그 날도 막내 혼자 남학생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리는 문 입구에 힘겹게 서 있는데 바로 앞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셨다.
갈수록 사람이 많아지니까 갑자기 할머니 가 벌떡 일어서며 막내에게 자리를 내주며 크게 말했단다.
"학생! 여기 앉아. 학생이 앉으면 두 사람이 서겠네"
순간 버스 속의 시선은 막내에게 모이며 폭소가 터졌다고 했다.
"엄마! 내가 그때 얼마나 창피하고 죽고 싶었는지 알어. 그때 결심했어. 이대로는 살아 갈 수가 없다 살을 빼야지 독하게 마음을 먹은 거야.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벌레 보는 것 같이 느껴졌거든"
그후 막내는 좀 체중이 오바 되었다 싶으면 밥을 딱 1~2숟가락 먹고 숟가락을 놓는다.
살을 빼고 11년이 되었으니 요요현상은 없었다.
대단한 결심, 독한 놈이다. 성격은 여전히 순하고 좋아서 막내 주변에는 사람이 많이 모인다.
취업이 된 뒤 두 아들이 다 내게 한 말은 똑같다.
"엄마! 살좀 빼고 예쁘게 하고 다녀. 뚱땡이 할매같이 하고 다니지 말고..."
"아직 할머니같지는 안잖아?
"뭐가 할매가 아니야,할매같이 보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