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모과 2007. 3. 29. 01:51

오후부터 비바람이 몰아쳐서 책이 젖을 까 봐 바람과 싸우며 행사 텐트를 밀리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무척 고생을 했다.

 

매대를 안쪽으로 밀다가 한쪽으로 쏠려서 신간이 모두 땅에 떨어 졌다.

텐트 속으로 밀려 들어 오는 물을 피해서 책을 옮기다 보니 온몸이 비에, 땀에 젖고 있는데 남편의 목소리가 탠트 밖에서 들렸다.

 

"수고 하십니다"

 

남편이 이렇게 반가운 때가 있었나 싶었다.

 

남편도 합세하여 책들을 아기보다 더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16개의 매대에 비닐을 두겹씩  씌우고 모두 노끈으로 묶어 두었다.

 

남편은 대전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있을 "책 할인 행사"때문에 그곳에 갔고 나만 먼저 시댁으로 왔다.

 

나는  한달 째 대학을 순회하며 "대학생을 위한 책 할인 행사"에 진행자로서 대학교에서 책을 팔고 있다. 한 학교에서 일주일이나 2주일간 행사를 하고 있다.

춘천의 강원대학교를 했고 지금은 시댁이 있는 대전의 한 사립대학에서 행사를 하고 있다.

 

 

천둥이 쳐서 그런지 컴퓨터가 고장이 나있었다.

 

11시가 다되 가는 시간에 막내 시누이집에 전화를 걸어서 서방님에게  물어보며 고치려 했으나 되지 않았다.

 

서방님은 이것 저것 물어보고 시키고 하더니 고치러 온다고 하였다.

 

"너무 늦었잖아요. 내일 출근도 하셔야 하는데..."

"아직 11시도 되지 않았는데요 뭐. 고치러 가야지요"하더니 30분후에 와서 바로 고쳐주었다.

 

막내 아가씨가 중2 때 내가 결혼을 했다. 아가씨를 볼때마다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착하고 온순할수 있을까 의문이 생길 정도로 마음이 넉넉하다.

 

결혼이 늦어져서 모두들 걱정을 했었는데 샤프하고 멋진 남편을 만나서 아들, 딸 골고루 낳고 잘 살고 있다.

대전서 부여까지 18년을 한결같이 통근을 하는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다.

서방님도 공무원이어서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넓은 아파트도 장만을 하고 미술 교사답게 아주 예쁘게 꾸며 놓고 살고 있다.

 

 

막내 아가씨가 오기전에는 제주도의 대학 동창이 전화를 걸어와서 나와 친하지도 않던 동창의 딸이 30일에 결혼을 하니 카드용지를 보내라고 하였다.

그날 참석하는 동창생들에게 아들의 은행 신용카드를 쓰라고 하겠다는 말이다.

 

1974년에 졸업을 하고 결혼후에는 부산에서 살게 되어서 동창 모임에 단 한번 갔을 뿐이다.

 

모임에 늘 참석을 하는 친구와 통화를 하니 바로 주소를 불러 주면서 카드 용지를 보내라고 한다.

내 아들 이 은행에 취직을 했으니 신용카드 만들어 달라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그 친구하고는 졸업후에 우연히 명동거리에서 한 번 만났을 뿐이다.

 

제주도의 선영이란 친구가 주소를 알려준 민화라는 친구에게 "모과 향기'를 알려주었고 ....학교때 같은 실험조였던 친구는 3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나를 돕겠다고  이 밤에 전화를 한 것이다.

제주도에 사는 친구는 교회 권사이고 ...카드를 보내라는 친구는 목사님의 며느리이다.

 

쉬고 있는 나의 신앙을 하나님은 이렇게 깨닫게 하고 계신다.

 

또 기쁜 소식은 밤 11시가 넘어서 아들 아이에게 전화를 받았는데..(아들은 그때까지 은행에 있었다).

14,000명중에 백 몇등을 했다며, 본부장이신 임원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하였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일해서 고맙다"

 

는 내용이라며 목소리가 밝고 윤기가 흘렀다.

 

역시 최선을 다하면 나는 꼭 "보나스"를 받는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며 지켜 보시다가 행복을 보너스로 주신다.

 

고단하지만 열심히 일을 했더니, 나를 도와주는 친구들과, 전화주신 임원님과, 컴퓨터 고쳐준 서방님과

겸손하게 열심히 일하는 아들과 ...모두 그들은 오늘 내게 온 천사들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