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명품 배우의 3류 시절 참석한 국제 영화제 .
독립영화 ' 슈퍼스타'는 사전 지식이 없이 봤다. 나는 제목만 보고 오디션 에서 우승한 가수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영화의 주인공인 김정태가 부산 출신이라서 더 정이 간다. 명품 조연으로 뜨기 전에 있었던 일을 영화화 해서 본명인 김태욱으로 나온다.
영화의 내용은 임진순감독과 배우 김정태가 초대 받지도 않은 '2010 부산국제 영화제'에 무작정 찾아 간 3박4일의 코믹 여행기이다. 대학원 졸업 작품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어서 사실감이 있고 재미도 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영화는 코믹물로 재미있습니다 ]
1. 2번이나 작품이 엎어진 백수 송감독
옥탑방에서 잠 밖에 잘 일이 없는 진수(35세/송삼동)는 입봉하려던 작품이 두 번이나 엎어져서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작품이 3번이 엎어진 후에야 감독으로 데뷰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송감독은 세번 째 작품으로 투자자를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야 어떤 감독으로 성공 할 지 모르지만
미래가 불투명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송감독이 소개팅에서 만난 비디오 가게 사장 딸은 연봉 3,000 만원 미만의 남자와는 만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슈퍼스타'를 감독한 임진순 감독의 실화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감독이 된 박찬욱 감독도 한 때는 생계를 위해서 비디오숍을 하다고 했다고 들었다. 그당시 본 수많은 비디오가 그의 작품 활동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사실 일년에 개봉하는 작품 수와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 수를 생각해 볼 때 수 많은 감독과 배우들이 일거리가 없을 것이다.
2. 깡패 전문 3류 배우 김태욱.
나는 김정태가 깡패로 출연한 영화를 여러 편 봤다. '친구', '똥개', '우리 형'등 그리고 드라마 '미스 리플리'에서 김정태는 실제 깡패가 출연한 것 같이 실감나게 연기를 했다.
그가 '해적 디스코 왕이 되다'에도 출연 했다는데 내 기억에는 없다. 너무 깡패 인상이 강해서 배역을 맡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나는 태욱(김정태역)는 부산 출신이어서 사투리가 정겹고 좋다. 나는 부산에서 오래 살다와서 부산 사투리가 표준말 보다 더 귀에 잘 들어온다.
태욱 역시 백수인데 송감독이 조감독일 때부터 알게 된 친구이다.
어느날 송감독을 찾아온 태욱은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자고 한다. 우리도 영화인이니까 당연히 참석을 해야 한다고 우겨서 랜트카를 타고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3. '부산 국제 영화제'의 불청객.
'슈퍼스타'의 재미는 카메오로 출연하는 김동호 부산 국제 영화제 위원장, 영화배우 안성기. 영화감독 이준익 , 장항준 감독, 여배우 선우선 등 유명인들이다.
태욱은 능청스럽게 송감독을 데리고 파티장을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한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태욱이 기억에 없는 안성기는 감독으로 오해를 하고 언제 입봉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영화제에서 철저한 아웃사이더인 태욱과 송감독은 부산 시내를 배회한다.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의 정겨운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태욱이 아는 여성과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신다. 태욱이 바람을 쐬러 간다고 나간후 송감독은 남은 여자에게 바가지를 옴팍 쓴다. 그녀는 친구들까지 단체로 불러내서 모텔비까지 내게 한 후 아침에 사라졌다.
단체로 떠드는 경상도 아가씨들의 사투리, 식당 이모의 정겨우나 단호한 말씨 , 해운대 바닷가의 밤 풍경이 낭만적이다.
4. 둘다 작품에서 까이고 헤메다.
태욱은 부산에 온 목적이 장항준 감독을 만나는 것이었다. 장감독의 작품에 조연을 하기로 약속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감독은 전화 조차 받지를 않았다.
다음날 통화가 된 장감독은 주연배우의 압력으로 태욱이 배역을 다른 사람에게 갔다고 말했다. 태욱은 똘마니 3번으로 잠시 출연하게 됐다.
장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계에서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생긴다고 했다. 영화를 찍다가 주연이 바뀌고 , 투자자가 바뀌기도 한다. 반쯤 찍은 영화가 엎어지기도 하고 중간에 감독이 바뀌기도 한다고 했다.
송감독은 세 번 째 영화에 투자 할 것 같았던 제작자에게 거절 당하는 전화를 받았다.
두 사람은 상처받은 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술을 마시러 간다. 태욱의 다음달 월세는 그렇게 술 값으로 다 나간다.
태욱의 꿈은 일 년에 조연으로 세 작품이 들어오는 것이다. 벤츠를 사고 싶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다.
그런데 3류 배우인 그에게 미래는 불투명했다.
5, 독립영화로 입봉한 송감독의 과거의 여자친구
송감독과 같은 작품에서 스크랩터를 했던 은숙(장경아역)이 정찬과 박수진 주연의 독립영화 '애정지왕' 이란 작품으로 영화제에 참가했다.
나는 '애정지왕'도 찾아서 볼 생각이다. 영화관에서 상영을 안해서 전혀 몰랐는데 독립 영화 중에서 좋은 작품이 참 많다는 사실은 나를 즐겁게 한다.
송감독은 '애정지왕' 영화 팀 회식자리에 합석을 한다. 이곳에서 술에 취한 송감독의 요절 복통 주사가
태욱까지 끌어들인 싸움으로 커진다. 싸우는 모습 조차도 코믹하고 웃겼다.
은숙은 송감독에게 조금 남았던 연민마저 바다에 버리고 떠난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영화인들은 외로워서 함께 한 작품이 끝날 때면 커플이 생긴다고 했다. 새 작품을 하면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곤 한다고 했다.
6. 다시 미래를 꿈꾸다.
태욱이 합의하고 받아온 돈을 나눠 가진 두사람은 맥이 빠지고 허탈해서 해운대 바다만 바라본다.
먹고 살기위해서 결국 돈 때문에 연기를 한다는 정철의 말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김정태(41세)와 송삼동(33세)은 실제로는 8살 차이다.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게 느낀 것은 김정태의 연기가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화려하게만 보였던 영화계의 뒷면에는 끝없는 좌절과 희망을 반복하는 영화인들이 많이 있다.
'슈퍼스타'는 입봉을 준비하는 송감독과 3류 배우인 태욱을 통해서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영화인들의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긴 기다림이 필요한 직업이 영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비관적이지 않았다. 미래를 믿고 그것을 향해서 노력하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여러번 엎어져도 다시 시작하는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정태는 1박2일을 통해서 예능감도 인정받고 명품조연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송삼동이 연기한 임진순감독은 '슈퍼스타'를 감독했다.
영화인을 꿈 꾸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