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 웃으면서 깊은 슬픔을 느낀 로멘틱 코미디 영화 .

모과 2012. 6. 27. 06:00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충무로 대한 극장에서 보고 대전 집에 내려 왔다.

성 소수자들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라서 그런지 상영관이 많지가  않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영화관을 찾아갔다.  내가  영화광이라기 보다 영화 중독이라고 느낀 날이기도 했다.

 

게이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영화를 보러 갔다.  독특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호기심과  동성애자들은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영화를 보고 이해하고 싶었다.

 

1.  동성애자만 아니면  아주 자랑스런 아들 민수(김동윤)

 

 

이렇게 반듯하고 잘 생긴  종합병원 의사인 아들 민수( 김동윤) 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부모는 모르고 있다. 부모에게 충격을 주고 사회에서 격리 될 것이 두려워서 병원 입사 동기인 레즈비언 효진(류현경) 과 위장결혼을 한다.

 

 나는 성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비판과 멸시 때문에 커밍아웃을 못하고 괴로운 생활을 하는 게이와  레즈비언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여성은 출입을 못하는 게이바가 있어서 그들만의 행복한 공간을 꾸려 가고 있다. 실제로 G _ Voice라는 게이 합창단이 있는데  영화 속의 게이들도  합창 연습을  주기적으로 한다.

 

내가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이 있는 보수적인 사람인 것을 크게 느꼈다.  게이 언니들이 목소리까지 여성적으로 말하는 것에 심한 거부감 조차 들었다. 그들의 모습이 낯설어서 그런 것 같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코미디 영화이나  동성애자들의 아픔과 고뇌가 느껴져서 영화를 보면서 점점 마음이 아파왔다.  나는  민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민수와 효진은   결혼 생활을 일 년만 하고 이혼하기로 합의하고   형식적인 결혼생활을 한다.  효진은 레즈비언 파트너인 서영(정애연)과 바로 앞 집에서 동거한다.

 

2. 성 정체성은 선택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

 

 

미국에서 동성애자인 게 발각되서  혼자 귀국 한  음악인 석(송용진)과 눈이 맞은 민수는 사랑에 빠진다. 민수는 동성애자들이  인정 받는 프랑스로 떠나자고  석에게 애원한다. 그러나 석은 어디를 가나 똑같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국에 있을 것을  고집한다.

 

 

게이 한 쌍과 레즈비언 한 쌍은 아파트 바로 앞 집에  사이좋게 살아간다.  나는 영화를 보며 저 애들이 뭐가 부족해서 저렇게 살고 있나?  부모가 알면 느끼게 될 절망을 생각하며  민수와 석이  너무 안타깝고 불쌍해서 눈물이 저절로 났다. 

 

마음 속으로는  나이 든 아줌마가 혼자 영화관에 와서 게이  영화를 보며 울고 있으니 남이 보면 오해를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아들들은 분명한 성 정체성을 가진  건강한 남성들인데 ...... .

 

 

석은 민수의 동성친구로  효진은 민수의 아내로  사이좋게 살아 간다. 오직 남에게 그렇게 보이고 싶은 것 뿐이다.

 

 

민수와 석은  이성간의  연애보다 더 아기자기한 사랑을 한다. 둘이서 자전거를 타거나  길을 다정하게 걷는 것 ,모두가 아름답게 보였다. 두 배우들이 꽃미남이라서 화면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러나 두 남자가 짙은 애무나 딥키스를 할 때는  나는 이해가 도통 안 됐다.  예쁜 여자들를 두고 왜 저렇게 하고 싶을까?  속직히 거부감이 마음 속에서 밀려 올라왔다. 저러니 커밍아웃을  안하고 살아가야 할 것 같았다.  

 

글을 쓰는 동안도  성 정체성은  자기가 선택을 못하니 할 수 없지만  굳이 커밍아웃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가족들이 주변인에게 받을 대접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 중반부터 동성애가 본인의 선택으로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가 이해를 해주어야 할 것을 깨닫게 됐다. 그들이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도 아니고  정체성이  같은 사람들끼리 애정을 느끼는 것 뿐인데 더럽다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게 됐다.

 

 

 효진의 대학동기인 간호사에 의해서 병원에 효진이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이 쫙 퍼진다.

 

마치 전염병 환자를 대하는 것 같은 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의 태도가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나도 그들과 같은 동료라면  어떻게 했을지 쉽게 결정을 못할 듯 했다. 그러나 마음은  왕따 당하고 멸시 받는 효진의 모습이 안타까워서  눈물이 또 났다.

 

3.  한 명의 희생 뒤에 커밍아웃한 민수 그리고  상식과  다른 결혼식

 

 

 농촌총각인  야채가게 청년   대근(티나/ 박정표)이 민수를 지켜주려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민수는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석이가 평소에 권유한 일이기도 하다.

 

 

민수와 효진은   두 번 째 결혼식을 합동으로 한다.  성당에서 신부님의 주례로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게이 친구들은 하객으로  참석한다.

 

 

 

드디어 년말에 G -Voice의  공연이 있다.  민수가 보컬을 하고 게이 모두가 참가하는 축제를 한다. 민수역의 김동윤과 송용진은 뮤지컬 배우이다.

 

영화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감독은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이다.  그가 자기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영화를 진솔하게 찍었다.  나는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로멘틱 코미디여서 계속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이성애자들에게는 너무 낯선 그들의 말투, 언어가  웃겨서 많이 웃게 된다. 평떼박마, 우정박, 아우팅, 등 처음 듣는  말들을 설명할 때 또 웃게 된다.

 

 

그러나 웃고 넘길 수 없는  깊은 아픔과 슬픔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고 그들이 안타까워서 두 번 울었다. 감정이 전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결론적으로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들었다.  그들이 선택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는 그들의 성정체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냥 그러려니 할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을  보길 권유한다.  여러분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느끼게 되고 마음이 착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