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영화
가비가 커피를 말하는 것도 모르고 영화를 보러 갔다.
나는 습관적으로 개봉하는 날 영화'가비'를 보면서 점점 숙연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단지 재미로만 보기에는 영화가 주는 메세지와 배우들의 연기가 마음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가비'는 김소연, 주진모, 박휘순,유선 주연의 영화라서 영화관에서 개봉 날 보기로 바로 결정한 영화였다. 모두 연기파 배우이기 때문이다. 나는 잘 생긴 배우보다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게 감동을 받는다.
1. 일본 강점기 시작인 고종 말기의 시대를 보여주는 영화
국왕 고종(박휘순)을 지키기 위해서 죽어간 따냐(김소연)의 아버지, 갑자기 고아가 된 따냐를 돌보게 된 일리치(주진모) 의 사랑이야기와 국가관이 영화 전면에 깔려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중 스파이가 되는 남자의 순정은 충분한 공감을 하게 한다.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서 조선을 떠난 따냐와 일리치는 러시아 열차를 무대로 강도행각을 하며 살아간다. 러시아의 레스토랑에서 바리스타를 하며 스파이 노릇을 함께 하는 따냐의 의상과 미모는 영화 전반에 고혹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따냐는 한국인 최초의 바리스타이다.
2. 일본인으로 위장하고 고국을 식민지화 하려는데 앞장 서는 여인 사다꼬
일본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있은 후 고종까지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섬 나라 일본으로서는 조선을 점령해야 중국 대륙까지 치고 올라 갈 수가 있기 때문에 조선을 어떻게 든지 점령하려고 한다.
일본인 뒤에는 충성하는 한국인 사다꼬(유선)이 있다. 철저히 일본인이 돼서 조국도 일본이라고 생각하는 여인이다. 그녀는 일리치( 주진모)를 사랑하나 일본을 위해서 그를 이용해서 고종을 암살하려한다.
당시에 한국인 중에 사다꼬만 그런게 아닐듯 해서 마음이 쓸쓸해졌다. 나는 힘이 없는 민초들이 어찌해야 했을까 잠시 생각했다.
조선말 고종이라는 마지막 임금의 고독과 깊은 슬픔과 백성을 사랑하는 애절한 마음이 박휘순의 연기에 그대로 묻어 나온다. 명성왕후 살해 후에 신변의 안전을 위해서 러시라 공사관에서 살고 있는 고종의 아픔과 절망이 나의 마음까지 전해져 왔다.
3. 고종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비 애호가
명성왕후 시해 후 모든 음식의 맛이 쓰다는 고종은 가비의 쓴 맛이 점점 달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풍전등화인 조선의 앞날에 대한 걱정과 당신의 무기력함에 절망하는 고종의 모습은 보는 나의 가슴까지 아프게 했다. 가비는 1896 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바리스타로 고종의 시중을 들게 된 따냐는 고종의 번뇌에 점점 공감하게 되고 자신의 마음 속에 조국에 대한 마음도 변화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때까지 조국 조선은 아버지를 억울하게 죽게 한 나라 일 뿐이었다. 따냐는 고종에게 아비가 임금을 보호하려다 죽은 것을 알게 된다.
4. 조선의 궁녀가 되기로 결심한 따냐.
일리치는 따냐를 구하기 위해서 일본군이 되고 따냐는 고종을 구하기 위해서 궁녀가 된다. 둘의 사이에는 남녀 간의 애정과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갈등하게 된다. 일리치에게는 국가보다도 따냐가 더 소중했다.
영화의 묘미는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데 있다.
김소연이 입고 나온 의상은 그녀의 마른 몸매를 더 도드러지게 했고 영화를 어둡지 않게 했다.
분명히 슬픈 영화인데 통속적인 슬픔이 없고 배우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데도 조선 말의 우리나라 사정이 너무 딱해서 가슴이 아파왔다.
조선을 가운데 두고 북으로는 러시아가 아래로는 일본이 서로 조선이라는 힘없는 나라를 점령하려는 수작이 뻔해 보여서 나는 가슴이 참 아팠다. 결국 두 나라 때문에 남북이 갈라지게 되기도 했지만 ...... .
5. 매일 무심코 먹던 커피가 다시 보였다.
나는 커피를 하루에 두 세 잔을 마시고 있다. 근 40년을 그렇게 살고 있다. 나에겐 단지 기호품이었던 커피가 어떤 경위로 우리 나라에 들어왔는지 알게 됐다.
나에겐 커피마시는 일이 즐거움 뿐이었는데 우리의 마지막 임금인 고종께서는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 커피를 즐기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선의 마지막 임금이라고만 기억으로 남은 고종의 고민과 앞으로 닥칠 고난이 느껴진 영화였다.
6. 김소연의 미모를 100% 보여준 영화
나는 그녀의 데뷰작인 '체인지'(1996년)를 본 적이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뷰해서 지금 한창 절정기여야 할 때 그녀(33세)는 침체 된 듯해서 안타깝다. 그녀가 화려한 부활을 할 것을 나는 믿고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녀의 인상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가비'가 흥행되기를 바랬다. 영화의 내용도 좋고, 커피를 좋아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 봤으면 좋을 영화라고 생각해서였다. 4,5월은 몸이 많이 아파서 의사의 권유로 컴퓨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가비를 개봉 날 보고도 이제 리뷰를 올리는 이유가 되겠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영화 '가비'를 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아마도 잔잔한 감동을 줄 것이다. 영화를 본 후에는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