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픽션, 한바탕 웃고 싶다면 탁월한 선택인 영화
영화를 본 후 기억에 남는 첫 장면이 구주월(하정우)이 출판사 사장을 따라서 독일에 갔다가 만난 희진 (공효진)의 멋진 모습이다. 나는 주월이 독립영화를 수입하기 위해서 출장 온 희진과 담배를 피면서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큰아들의 초등학교 여동창이 떠올랐다. 명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국내 유명 영화사에 입사해서 주로 독립영화를 수입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영화 속의 희진은 사진을 전공한 여성으로 자기 주장이 강하고 남성편력이 많은 이혼녀로 나온다. 희진이 총명한 여자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았다. 31살 주월과의 사랑에서 그녀는 잃을게 별로 없어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쿨하고 당당하게 사랑에 대처한다.
1. 공효진의 멋진 모습이 영화의 볼거리이다.
나는 공효진이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서 무조건 좋다. 영화 '홍당무'에서는 못생긴 여교사역을 천연덕스럽게 해서 여우주연상을 많이 받았다. 나는 그녀의 작품 '품행제로'와 '가족의 탄생'을 봤다. 드라마는 거의 다 봤다고 볼 수가 있다.
'러브픽션'에서는 남녀의 사랑을 가식 없고 현실적으로 쿨하게 보여주어서 속이 후련하게 했다. 공효진은 영화사의 해외 출장이 잦은 여직원 답게 멋진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패션 모델 출신답게 입고 나오는 옷마다 눈이 시원하게 볼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2. 영화사에 명품 연기자로 기록될 하정우.
나는 형제만 있는 집을 가감없이 묘사한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형 주로 (지진희)는 신부님이 될 사람이어서 세상적으로 어수룩하지만 단정한 외모로 우정 출연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하정우는 형제만 있는 집안의 형이다. 탈랜트 김용건의 장남이기도 하다. 남자만 있는 집안의 아들들은 잘생겼어도 여성적이지 않다.
하정우는 키가 커도 다리는 길지 않고 몸짱도 아니고 얼굴이 커서 이웃집 청년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온다.그런데 연기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상당히 궁금하다. 부친의 피를 이어받아서 그런것인지도 모르겠다. 피는 속이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러브픽션'은 감독의 실제 경험을 시나리오에 녹여서 만든 영화라고 하는데 감독도 남자 형제만 있는 집의 아들같이 느껴졌다. 형제는 털털하고 남자 냄새가 화면 밖으로 나올 것같이 남성성이 강했다.
관객들은 이제 꽃미남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는데 하정우 최민식이 '범죄와의 전쟁'에서 남자 냄새 물씬 나는 배우들과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영화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이어서 개봉한 '러브픽션'은 하정우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3. 조연들의 반짝 연기가 잔 재미를 주는 영화
유인나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아주 밉쌀스런 연기를 잘해냈다. '러브픽션'에서는 하정우의 옛 연인으로 잠시 나온다. 나는 영화 속에서 횡단보도 건너 편에 나란히 서 있는 유인나와 공효진의 몸매가 아주 흡사한 점에 잠시 놀랐다. 아마도 남자들은 유사한 형의 여성들을 좋아 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했다.
영화제작자 곽도원을 나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처음 봤다. 부산사투리를 멋지게 하며 포스있고 깡패 같은 검사역을 잘해서 기억에 남았다. '러브픽션'에 출연한 것을 보고 그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이유는 연기를 너무 잘해서이다. 또 한 명의 명품 조연의 탄생이라고 생각한다.
4. 멀티맨은 아마도 주월(하정우)의 내면의 소리가 아닐까?
영화 속에서 주인공 하정우가 갈등을 할 때마다 나타나는 멀티맨(이병준)이 있다. 그 때마다 옳은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영화의 맥락 상 나올 때마다 뭘하는 사람인지 구분이 안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영화 말미에 하정우의 내면의 소리를 말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병준은 목소리가 좋은 편인데 과장해서 말하는 느낌을 늘 받고 있다. 목욕탕에서 말하는 듯한 목소리인데 거기에다 버터를 지나치게 많이 바른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좀 이상하게 보인다.
조희봉은 출판사 사장이다 . 3류 찌라시 신문에 하정우의 작품 '액모부인'을 연재하게 한다. 어디서 본적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가 출연한 영화는 '베스트셀러 '밖에 보지 못했다. '러브픽션'에서는 비굴하면서도 때론 철학적인 출판사 사장 역을 실감나게 했다.
5. 보통 사람들의 보통 연애를 코믹하게 표현한 영화
영화속의 주월(31세)은 소설가인데 연애에서는 쿨하지 못하고 찌질한 모습을 보인다. 천눈에 반한 희진에게 절절한 내용을 고전적으로 보내서 폭소를 하게 한다. 요즈음 여자들이 재미있는 남자들을 좋아 한다는 점을 활용한 장면이다.
내겐 두 아들이 있는데 연애에 있어서 자기를 만나기 전의 이성관계는 문제 삼지 않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단 친한 친구와 사귄 여성은 사절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영화 속에서 하정우는 우연히 공효진의 학창시절의 연애담을 남에게 전해 듣고 끝없이 궁금해 하고 캐내려고 한다. 인간적으로 공감은 가는 모습이다.
영화 속의 그들의 연애는 보통 있을 수 있는 사건과 대응책을 보여줘서 관객들은 잔잔한 웃음과 때론 큰폭소로 자주 웃었다. 특히 여자들의 웃음 소리가 컸다. 나는 여러 커플 속에 혼자 앉아서 영화를 감상하면서 '흥행 대박'을 점칠 수 있었다.
영화관을 나오자 마자 여자들 끼리 온 20대 여성 관객들이 '참 재미있다' 고 저절로 말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6. 하정우와 공효진의 매력을 잘보여 준 코믹 로맨스 영화
영화 '러브픽션'은 세상 살이에 찌들은 2,30대 영혼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주는 영화이다. 그냥 생각을 하지 않고 즐겁게 보면서 웃고 ,또 웃고 하다 영화는 끝난다. '러브픽션'을 문화적인 완성도로 점수를 준다면 그리 높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영화를 볼 때 꼭 메세지를 깨달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러브픽션'은 철저한 오락영화이나, 이시대의 2,30대 젊은이들의 연애 실태를 정직하게 그렸다. 한동안 사회고발 영화를 보았으니 이쯤에서 한바탕 웃게 하는 쿨한 영화를 보고 스트레스를 풀라고 권유하고 싶다.
나는 영화관을 나오면서 30대 아들들에게 '러브픽션'을 꼭 보라고 전화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