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육

새 아파트로 이사갔다 한 달 만에 다시 돌아온 이유

모과 2010. 8. 26. 06:30

상훈이는 큰아들의 초등학교 동창이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는 정신지체 장애인  특수학교인 OO 학교 바로 앞에 있었다. 21평형 5층 아파트 10동이었다.  한 동에 특수학교 학생 3~5명이 살고 있었다.  정신 장애가 있는 자녀를 위해서  학교 근처로 이사를 온 집도 많았다.

 

상훈이 형도  특수학교 중3 학년이었다. 장애가 심해서 밥도 엄마가 직접 떠먹여야 할 정도였다.아빠는 외항 선장이어서 일 년에 한번 집에 오면 한 두 달 있다 다시 떠났다. 상훈이 아래로 여동생도 있는데 아이들이 모두 잘 생기고 예뻤다.

 

상훈이 형은 등교할 때 엄마가 아들 손을 잡고 데려다 주고 데리고 왔다.상훈이 엄마는 상당히 미인이었으나 얼굴에 웃음이  없었다. 큰아들과 갈 때는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고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상훈이 형은 학교를 갈 때 외에는 집에 그냥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상훈이 아빠가 집에 오면 밤에 아들을 데리고 운동도 다니고 목욕도  함께 다녔다. 장애아인 아들을 부끄러워 하는 표정은 없었다.

 

 새로 분양받은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간 상훈이네 집이 한 달 만에 다시 전세를 얻어서 우리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경제적인 여유도 있고 아이들도 3명이나 되서 4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학군도 교통도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었다.

이사를 가자 마자  상훈이 형과 함께 나가면 온동네 사람들이 엄마한번 쳐다보고 아들 한번 쳐다보고 ,아래 위로 훓어 보고 ...도저히 그 시선들을  견딜 수가 없어서  아파트를 전세를 놓고  다시 돌아 왔다고 하소연했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에서는 아무도 그러는사람이 없었다. 한 동에  여러 집에 장애아동이  있기 때문에 예사로 보고 표시를 하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 이사를 가서 우연히 하교를 하는 통학버스를 보고  많이 놀랐다. 버스 속에서 밖을 내다 보는 학생들이 모두 정신지체 학생들이었다. 통학버스가 연속적으로 5대 정도 지나가는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이 멍했다.  순간 저 학생들의 부모 마음이 전해져와서 마음이 아팠다.

그후 어떤 장애 학생을 봐도 표정에  내색을 안하려고 노력을 했다. 시선 처리에도 무척 신경을 썼다. 그 아파트의 모든 주민들이 다 그렇게 했다.

 

* 부산 황령산 장애인 데크

특수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엄마들과 친해지니 속상한 심정을 말할  때가 있다.

그 엄마들은 하나 같이  아들이 자기 보다 하루라도 먼저 죽기를  원했다. 부모가 먼저 죽으면 저아이를 누가 보실펴 주겠냐고 눈물을 보였다. 우리 아파트 주민들은 어느 자리에서도 장애 학생에 대해서도 부모에 대해서도 화제로 삼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30대 초반 주부들이었는데  모두 생각이 깊고 좋은 이웃들이었다. 가까이에 살면서 장애 학생을 가진 엄마들의 고통을 보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감히 입에 올려서 뒷담화를 하는 것 자체가 죄라는 것을 서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큰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는 다른 구로 이사를  갔다. 절친 했던 몇 몇 엄마와 전화로 혹은 가끔 만났다. 상훈이네 소식도 그래서 알게 됐다.상훈이 형은 18살되던 고2 때 급성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사망했다고 전해 들었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해요. 이 다음에 상훈이 형과 시골에 가서 살려면 ..땅도 사고 집도 지어야하니까"  말하던 상훈이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상훈이 엄마 말고도 장애자녀 때문에 너무신경을 써서 눈이 분 것 같이 두둑한 병에 걸린 엄마(바세도시병이라고 들었다),장애가 너무 심한 딸을  멀리 장애 기숙 학원에  보낸 엄마도 봤다. 명절 때에만 집으로 왔다.

 

** 어느날 멋장이 젊은 주부와 제가 단 둘이 에레베이터에 타고 있을 때입니다. 그 주부가 저를 아래 위로 죽 훓어 보는겁니다. 바로 앞에서 ....기가 막히고 불쾌해서 제가 바로 말했습니다.

" 왜 사람을 아래 위로 훓어 보세요? 내가 그러면 좋겠어요? 멋쟁이 같은 데 그런 상식도 모르세요"

순간 젊은 엄마는 입을 꼭 다물고 얼굴이 벌게져서 앞만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나도 아주 불쾌한데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오늘  무터킨터님의 "독일은  거리에 장애인이 너무많이 보여요" 라는 글을 읽고  예전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나라도 독일같이 장애인들이 차별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들 부터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녀도 잘 교육시켰으면 좋겠습니다.

 

**  view 메인 ,교육 코너 베스트로 선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성실한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