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육

체벌없던 우리반 , 그 후 일년

모과 2010. 7. 31. 06:30

 

나는 중2 정도의 학생은 매를 때리지 않고 대화로 다 통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반 학생들을 매를 때리지 않고 일년을 보냈다.

 

그러나 남학교에서는 종종 매를 때리는 모습을 교무실에서 봤다. 주로 단체 체벌이거나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학생들이 매를 맞았다. 긴 대걸레 를 반으로 자른 몽둥이로 엎드려 뻗쳐서 매를 맞았다. 심한 경우에는 작은 몽둥이를 가지고 다니다 박박 깍은 학생의 머리 앞부분을 얄밉게 때리는 여교사도 봤다. 아무리 봐도 교육적이지 않았다.

 

 

그 전 해에  나는  큰아이를 임신중이어서 본의아니게 학급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 할 수가 없었다. 방학동안에 출산도 하고 집도 학교 근처로 이사를 했다. 그것은  지난해 빚을 진 것을 보상하는 심리였던 것 같다.

 

학생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쉬는 시간에도 가끔 교실에 가 보았다. 점심시간에는 내 밥을 먹기 전에 학급에 가서 학생들이 제 자리에서 밥을 먹고 있나 돌아 보고 와서 점심을 먹었다. 내가  제일 신경을 쓴 것은 학생들을 교실밖에서  만났을 때 눈으로 꼭 웃어 주었다.

 

1980년도  남중 2학년  우리 학급의 쉬는 시간의 모습을 묘사해 보겠다.  쉬는 시간에는  모두 각양각색으로 떠들거나, 친구와 몸을 싸안고 뒹굴거나 어느 학생은 책상을 두둘기고 서 있거나....복도까지 나가서 뛰어 다니고 잡으러  다니고 아주 그냥 난장판이다. 그 사이에 매점으로 달려가서 사먹는 학생들도 많다. 다른 반으로 교과서나 체육복을 빌리러 가는 학생도 있다.

 

 

 

* 체벌하는 만화그림: 본문과 관계가 없습니다. 포즈는 달라도 매의 강도는 같았습니다.

 

가장 압권은 친구와 장난을 하다 턱이 빠져서 기브스를 하고 왔는데 그 기브스한 턱을 두손을 돌려서 안고 탁탁 치는 학생도 있다.  어쩌다 두 학생이 싸움이 붙으면 두편으로 갈라서서 구경을 하고 한 학생은 교사가 오나 안오나 망을 보고 서 있다. 교사가 나타나면 재빨리 제 자리에 돌아 가서 동시에 얼음이 된 표정으로 시치미를 떼고 앉아있다. 나는 쉬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떠들도록 그냥두었다. 잠시라도 스트레스를 풀라고 그랬다.

 

* 영화 "몽정기" 에서 중2 남학생들 ,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남중 중학생들은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한 학생들이 중3이 되어야 철들이 나는것 같다.

몸은 크고 성숙했지만  개구쟁이에다 경쟁심도 없고 몰려다니며 축구나, 게임을 하곤 했다. 여자들은 모이면 주로 수다를 떨지만 남자들은 운동을 하거나 만화를 빌려서 함께 보거나 단체로 놀기를 잘했다.

 

우리반 아이들은 밝고 명랑했다.  반 평균 성적도 중간 정도였다. 등록금 납부는  대체로 꼴찌를 했다. 학급에 문제아가 없었다. 당시만 해도 선생님을 어려워하고  공손하게 대하는 학생들이 거의 다였다.

나는  돈이 없으니 등록금을 못가져 온다고 생각을 해서 재촉을 안했다.

그게 큰 실수였다.  중3으로 진급하기 전에  2번이나 등록금이 밀려서   알아보니 학생이 써버린 것이다. 담임인 내가  너무 순해서 생긴 실수였다. 지금도 반성하는 부분이다.등록금을 제 때에 내게 해야 밀리지  않아서 한꺼번에 내는데 힘들지가 않는다. 지금이야 모두 의무 교육이어서 그런 걱정이 없지만 ...

 

** 체벌 없었던 우리반 ..그리고 일년 후에 나타난 현상 두가지**

 

1. 2학기때 교생실습을 온  남학생이 가면서 내게  한 말이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 김선생님 ! 고맙습니다. 제가 교직에  남을 것인가 다른 직업을 가질 것인가  참 갈등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반아이들이 제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교단에 서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겠어요."

당시에 2학년 7반까지 있었다.  교생은 7반을 다들어 가서 주 2시간씩 수업을 했다.. 그런데 우리반 학생들만 자발적으로  송별회를  해주었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학급회의를 하고  빵과 과자 음료수를 준비해 와서 따뜻한 이별을 했다.  교생선생님에게 악수하는아이 끌어 앉는 아이들 ...우리 반 아이들은 밝고 마음이 따뜻했다.

그러나,

 

2. 선생님 때려 주세요!! 때려 주세요. 제발 ~

 

학년을 마치고 학급 학생들에게 무기명으로 담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서 내라고  했다.

60명중에 40명이 "때려 달라고 했다"  나는 참 당황스러웠다.

 

"우리는 맞고 자라서 매를 맞아야 정신을 차려요."

" 선생님이 때려주지 않으니까 우리 반이 시끄러워요"

" 선생님은 참 좋지만  바라고 싶은 것은 때려주세요"

"선생님은 다 좋은데 우리를 왜 안 때리세요?"

"선생님 시험을 못보면 때려 주세요"

 

다음해 나는 역시 중2를 담임을 맡았다. 학생들의 소원대로 시험을 못치면 단체로 엉덩이를 3대씩 때렸다. 맞는 학생들은 엉덩이를 비비며 씩 웃고 들어 가는데 60명 가까이를 다 때리고 나는 일주일을 몸살을 앓았다. 교육적인 체벌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타당성 있는 이유로 엉덩이 3대~5대 정도는 맞아도 된다고 학생들 스스로 생각을 했었다.

 

**  중2 담임을  일년 더 하고 저는 교단을 아주 떠났습니다. 남편이 부산에 직장이 생겨서 이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둘째를 임신을 해서 더 근무 할 수도 없었습니다. 입덧이 아주 심한 특히 체질이었고 두 아이를 봐줄 분이 없었습니다. 나는 부모님에게 매를 맞지 않고 자랐습니다. 아주 어릴 때  거짓말을 하거나 동생과 심하게 싸운 후에 맞은 것 말고는 ... ... 우리 아이들도 초등학교 저 학년 때 몇번 맞을 짓을 하고 그후에는 모두 대화로 해결이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매를 맞는 것 말고 잘못을 했으면 청소나 방학때 몰아서 봉사를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형식적인 봉사 말고 음성 꽃동네 같은 곳으로 일주일씩 봉사를 보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도 단체로 받는 체벌은 받았다고 말합니다. 집에 와서 말을 안해서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  메인, 교육코너 베스트로 선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좋은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