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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체면 때문에 명문대 원서 쓴 친구의 딸

모과 2009. 11. 26. 09:00

" 모과니 ? 나 영경(자기 딸이름)이,  속상해서 전화를 했다. 내가 이런 말을 누구에게 하겠니?"

"왜 ? 무슨 일인데 ? "

" 영경이가 수능을 생각보다 못 봤잖니?  "

" 그래 영경이 고등학교 때   고모가  암을 선고 받고  미국에서  귀국해서 네가 병바라지를 다했잖니? 그러니 어떻게 공부에 몰두를 할 수가 있었겠어?"

" 글쎄 말이다. 그래도 우리 시아버지가  너는 아이 교육을 어떻게 시켰냐고  할 것같아서  원서를 그냥  E 대 하나 쓰고 수원의 A대,   고모들이 나온  B 여대 이렇게 썼단다"

" 어쩌면 좋으냐 ? 그렇게 머리 좋고 똑똑한 아이가 . 그냥  S 여대를 쓰지 . 그 학교도 참 좋은 학교인데 "

" 내가 참  시댁 식구들과 주변 사람들 때문에 그냥  E여대는   썼어.그래도 원서 넣었다가 떨어졌다고 하면 좀 쎄서 떨어진 줄 알 것 같아."

 

 

기가 막힌 일이지만 사실이다.

나와 영경이 엄마는 대학교 동기 동창이다.

대학교 다닐 때는 그냥 같은 과라서  알고 지냈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졸업 후 부산의 어느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우연히 만났다.

나는 그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영경이네는  회사 사택이 그 아파트에 있어서 이사를 왔던 것이다.

영경이네가 부산에 2년 간 살 동안 우리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됐다.

 결혼전에 은행원을 했던 친구는  전직 교사였던 내게 영경이의 과외를 부탁해서 일주일에 3번 수학을 가르쳤었다.영경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였다.

영경이는 머리가 무척 좋고 승부욕이  강한 아이였다.

중학교에 진학을 하고도  항상 일등을 했다.

영경이가 중1때  영경이 아빠가  춘천으로 발령이 났다.

춘천의 여중으로 전학을 간 영경이는 그곳에서도 전교 일, 이등을 했다.

나는 영경이가 못가도 연 ,고대는 갈 것으로 생각을 했다.

 

 영경이 아빠는 영경이가 중3 때 다시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났다.

 영경이는  고 2 때 이과를 선택했다.

여학교는 문과 보다 이과의 학급 수가 적다.

이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시누이가 암 판정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 왔다.

고국에서 죽고 싶다는 소망을 가족들이 받아 들였다.

고모가 죽자 이번에는 시어머니가 암이라고 했다.시아버지도 상실감으로 병이 나셨다. 고 3이었던 영경이가 공부에  몰두 못했던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 친구 영경이 엄마는 맏 며느리였다.

시누이 병 수발과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 수발도 함께 했다.

영경이를 돌 볼 겨를이 없었다.

영경이의 내신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고 걱정하는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

 

영경이 아빠도 서울대학교를 나왔고 시동생들도 모두 명문 대학을 나왔다.

시누이들은 E여대를 나왔거나 후기였던   B여대를 나왔다.

영경이 엄마도 E 여대 70학번이다.

 

그 후 영경이는 당연히 E여대는 떨어졌고 A 대학 수원 캠퍼스와 고모들이 나온 B여대에 합격을 했다.

가족회의 끝에 고모들이 나온 B 여대로 진학을 했다.

4년간 장학생으로  졸업을 했다.

지도교수는 대학원 진학을 권유했으나  스튜어디스가 됐다.

 

영경이 같이 학구적이고 대학교 4년동안 화장을 한번도 안하고 다녔던 아이가 스튜어디스가 된 것도 놀라웠다.

공부를 더해서 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자연과학과"은  교수 자리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지금은 영경이도 결혼을 했고 아직 회사에 근무를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부모들은 자기  체면 때문에 " 인문계 고등학교에 꼭 가야 한다.

어느 대학 이상은 가야 한다."라고 하는 소리를 자주 하고 있다.

영경이같이  총명한 아이는 어느 곳에서도 자기 길을 찾아 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부모 체면 때문에  대학 입학 원서를  점수보다 높여서 쓴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인척이나 지인들중에서 사회적으로 출세한 자기의 체면 때문에 자녀를 부모가 괴롭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자녀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제 곧 수능 점수가 발표 됩니다.

현명한 판단으로 모두  바라는 학교 중에서 진학 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