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자"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는 사형제도
우리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교도소가 있다.
아시아에서 제일 크다는 소리도 들었던 것같다.
남편의 지인의 소개로 모범수의 "독서 지도 교사"로 추천을 받아서 교도소에 간 적이 있다.
담당 과장 면담을 앞두고 나는 성당의 신부님께 조언을 부탁드렸다.
" 그냥 담담하게 대하세요. 특별히 나쁜 사람들이기 보다는 순간을 참지못해서 죄를 지은 사람들입니다. 가르치려 하지말고 함께 한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내가 지도교사가 된다면 신부님말씀대로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담당 교도관이 모범수 10명의 명단을 보여 주었다.
모두 "무기수"였고 남자들이었다. 죄명을 보고 좀 많이 놀랐다.
아들 또래의 나이가 반이 넘었다.
한 달에 한 권 책을 정해서 읽고 하루 정해진 날에 두 시간 동안 독후감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실행해 봤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지방의 교도소까지 하게 된 것이다.죄수들을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애를 쓰는 교도관들의 모습을 보게 됐다.
내 마음은 담담했다. 모두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모범수가 된 사람들이라서 마음도 놓였다. 잠시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떠 올랐다.
독서 동아리 이름은 " 희망의 등대"라고 했다.
담당 교도관을 따라서 교도소 안으로 들어 갔다.
핸드백, 핸드폰 모든 소유물을 맡기고 명찰을 착용하고 들어갔다.
푸른 수의를 입은 모범수 두 명이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었다.
표정이 온화하고 인상도 좋아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그들도 공손히 인사를 했다.
막내 아들보다 어려보이는 25살 정도 되는 젊은이는 얼굴도 매우 잘 생겼다.
키도 180cm 가 넘어 보였다. 선입견과 달라서 무안해 진 순간이었다.
이상한 것은 죄명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들의 표정이 그만큼 평화로웠다.
과장과 면담을 해보니 하루 전 날 40대 여자 교수가 못하겠다고 돌아 갔다는 것이다. 나는 남편의 권유로 갔지만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직하게 말했다.
" 제가 면접을 보러 왔지만 지원자가 여러 명이면 그 분들(모범수) 에게 도움이 되는 분으로 정하십시요"
마음 속으로는 교리공부가 끝나고 영세를 받은 후에 하고싶었다.
과장은 가능하면 남자 교사로 하고 싶다고했다.
면담 후에 돌아 나오는 데 창 밖으로 죄수들이 운동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감방의 창문도 보이고 , 빨래를 해서 널어 놓은 것도 보였다.
며칠 후에 독서 토론은 좀 미루고 이론부터 배우기로 했는데 ,남자 봉사자에게 부탁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 영화 내용이 조금 나옵니다.
영화 "집행자"는 그래서 내게 관심이 더 가는 영화였다.
지금까지 영화가 죄수가 주인공이었다면 "집행자"는 교도관의 입장에서 보는 "사형제도"에 촛점을 맞춰진 것같았다.
교도관의 일상도 특별히 관심이 가게 했다.
교도관은 죄수도 아니면서 일생의 반을 교도소에 갇혀있는 죄수 아닌 죄수라는 글을 읽었었다.
책 이름이 "범털과 개털"과 "인생 9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등을 읽은 적이 있다.
영화는 신임 교도관인 윤계상(재경역)을 죄수들이 골탕을 먹이며 당황하게 한다.
신입 교도관인 윤계상에게 두 명의 선배 교도관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흉악한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보다 더 기가 쎄고 그들앞에서 군림해야 교정이 된다고 생각하는 조재헌(종호역)과 사형수와 친구같이 지내며 장기를 두는 박인환(김교위)이다
* 장기수로서 20 년을 한 교도소에 있던 사형수와 친구가 되서 장기를 두는 김교위.사형수는 자기가 만약 사형을 당하게 되면 친구가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 수의위에 빨간 명찰을 단 사람들은 살인을 한 사형수이다.
영화"집행자"는 법이 인정하는 살인자인 교도관의 애환을 담은 영화이다.
12년간 중지 됐던 사형 집행이 결정되면서 교도관들의 심적 갈등과 사형수들의 최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 꺼리는 집행자의 역할을 자청한 종호(조재현)와 제비뽑기에 걸려서 선발된 윤계상(재경)외 3명이 사형장에 들어 가서 "집행자"가 된다.
동거를 하고 있는 재경의 여자친구는 임신중인데 낳을 것인지 지울것인지를 선택해 달라고 한다.
종호에게 상담하니 "살아 있는 것을 어떻게 죽이냐? 그건 살인야!" 외치던 목소리가 영화가 끝나고도 오래 기억이 되고 있다.
재경은 입사하고 얼떨결에 "집행자"로 선택되서 정신적으로 갈등이 심했다.
그런 중에 재경의 동거녀는 혼자 아이를 지우고 혼자 자기 할 말만하고 집을 나가 버린다.
이 장면에서 나는 남편이 바깥 일 때문에 힘들 때 혼자 전혀 다른 생각하고 퍼부은적이 없나 생각해 봤다.
연쇄 살인 범등 악독한 죄를 져서 교도소에 격리 수감되어 감시당하던 죄수들 중에 사형 집행이 확정된 세명의 사형수들.
그 중에 김교위의 친구인 사형수도 명단에 들어 있다.
교도관중에 사형집행 경험이 있는 교도관은 김교위 뿐인데 그는 끝없는 갈등과 회의를 느낀다.
" 법적으로 사형 집행 명령"이 떨어지면 실시해야 하겠지만 그것도 엄밀히 따지면 살인이다.
며칠 전 "사형집행"을 한 교도관을 인터뷰한 기사를 쓴 블로그 뉴스를 봤다.
2,30년을 복역해도 교정해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사람을 벌레 잡듯이 무자비 하게 수십 명을 죽인 사람을 용서하기는 어렵다.
물론 그사람이 살아 온 환경때문에 악인이 됐겠지만 피해자가 당한 지울 수없는 상처는 어떻겠는가?
순간의 성격을 참지못해서 사고를 저지른 사람이 끝없이 반성하고 속죄하고 모범수가 되는 경우는 있다.
나는 "집행자"를 보면서 60세의 사형수가 선량해 보이고 죽음에도 순응하는 태도를 보고 사형 제도는 없애고 무기수로 영원히 격리 시키는 것이 더 낳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수십 명을 죽이고도 반성을 하지못하고 교도관에게도 포악을 떨고 제 성질에 못이겨서 자살을 시도한 사형수의 끔찍한 모습을 보며 사형 제도는 필요하기도 하다...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사형 제도를 찬성도 반대도 못하겠다. 그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영화 "집행자"는 교도관들의 어려움과 고마움을 느끼게 했다.
조재현의 눈빛연기는 "나쁜 남자"이후에 제일인 것 같았다.
사형 집행 후에 정신이 좀 돌아서 날뛰는데 그때의 핏발이 선 눈빛 연기는 오래 기억될 것같다.
윤계상이 벌써 32세가 됐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의 영화 "발레 교습소","6년째연애중"."비스티보이즈"를 보면서 연기를 생각보다 잘한다고 느꼈었다.
좋은 체격에 잘생긴 외모의 윤계상은 배우의 조건을 잘 타고 났다.
신입 교도관의 어색하고 떨리고 무섭기도한 갈등을 잘 연기했다.
재대 후 선택한 영화가 "집행자"여서 좀 놀라웠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다.
스타가 아닌 연기자가 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집행자"는 완성도 있고 내용도 꽉찬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전체가 어둡고 끔직하고 살벌해서 19세 이상으로 판정 받은 듯하다.
박스오피스 2위인 영화를 교차 상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워낭소리","똥파리" 같은 독립영화도 입소문으로 극장 수가 늘었다.
자식을 키우는 어른들이라면 한번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끔은 무게감있고 생각도 깊이 하는 영화를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녀 교육의 방향도 바로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형수들도 누군가의 자식들일 것이다.
영화 "집행자"를 본 가장 큰 소감은 올바른 가정교육이다.
가정에서 잘못키워서 사회에 내보내면 엄청난 불행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을 느끼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