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를 본 아들과 수다를 떨다.
" 엄마! 애자 봤어요."
" 그래 재미 있지?
" 응 . 최강희 연기 끝내주게 잘 하던데"
" 그래 . 나는 전도연의 뒤를 이을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해. 얼굴도 동안이고 33살이래"
" 나보다 한 살 더 많은데 동안이야 ,동안"
아들과 나는 종종 영화를 주제로 수다를 떤다.
서울에 있는 회사 숙소가 극장 앞이라서 아들은 종종 혼자 영화를 본다.
그리고 좋은 영화가 있으면 내게 전화를 해서 보라고 권유한다.
나는 영화를 매우 좋아 한다.
40여 년이 넘는 취미 생활이다.
영화 내용이 감동적이거나, 배우가 멋지거나, 배경이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나,전쟁영화 .....공포 영화는 보지 않는다.
아들들이 어릴 때 부터 극장을 데리고 다녔다.
중학교에 들어 가면서 친구들과 다니라고 적극 권유했다.
시험이 끝난 날은 영화, 햄버거, 오락실 값을 15,000원씩 주었다.
15세 이상은 모두 보내 주었다.
시험을 잘보고 못보고는 관계가 없었다.
노력한 것은 잘 알기 때문이다.
영화가 아이들 정서에 가장 좋은 매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두 아이들이 모두 영화광이 됐다.
서울에 ,대전에 있던 아이들이 영화 때문에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를 보면 엄마가 생각이 나서 전화로 영화를 보라고 전화로 권유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서로 영화에 대한 수다를 떨다가 일상에 대한 대화도 한다.
나와 아들의 대화를 무심코 듣던 사람이 어느 아줌마와 저렇게 수다를 떠나 ? 생각했다고 했다.
" 큰 아들이예요" 하면 모두 다 놀라는 표정이다.
우리 집 아들들은 자라면서 나를 속 상하게 하지 않았다.
군대에 가서 알게 됐는데 자기들이 참 조용하고 평안한 학창 생활을 보낸 것을 알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아이들 때문에 마음 고생한 것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엄마를 배려하고 따뜻하게 감싸 주는 아들들이다.
아들이 재수를 하면서 매주 토요일이면 통닭과 맥주를 마셨다.
재수의 어려움과 갈등을 다 들어 주었다.
맥주를 한 병을 둘이 마시다가 나중에는 각자 한 병 반씩 마시는 주량이 됐다.
때론 술을 소주로 바꿔서 먹었다. 삼겹살을 안주로 ...아들의 주량은 소주 한병이었다.
큰 아들은 성적이 놀랍게 향상되서 서울의 사립대학 장학생으로 특차 입학을 했다.
서울로 보낼 때 너의 주량을 알고 있으니 그이상은 마시지 말라고 가르쳤다.
대학 입학 후부터 아들은 자기 주량이 다 됐으면 조용히 술잔을 받아서 탁자 밑의 그릇에 버렸다고 했다.
재수 시절에 아빠는 직장 관계로 떨어져 있었다.
남편은 영화보다는 집에서 인터넷 바둑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그냥 두는 것도 사랑이다.
아들에게서 [애자]같은 딸에게서 받는 애절함은 없지만 속으로 엄마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엄마의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면 멋쟁이 할매를 만들어 주겠다고 해서 웃는다.
보너스를 타면 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돈을 송금해 준다.
서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부모를 생각하고 다음에 꼭 데리고 가서 사준다.
" 엄마! 나도 처음 먹어 봤는데 ..참 맛있지요"
" 너무 비싼 것 아니니?"
" 엄마는 ~ 나도 이 정도는 사드릴 수가 있어요 ^^"
아빠가 서울에 가도 똑 같은 음식을 대접해 준다.
큰 아들은 다정다감하며 ,목소리도 좋고 따뜻한 성격이다.
나는 딸 있는 엄마가 부러운 적이 없었다.
막내도 형보다 전화는 덜 하지만 늘 엄마를 배려하며 우선적으로 생각하는게 습관이 됐다.
그런데 영화 [애자]를 보니 아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을 알았다.
큰 아들과 [애자]에 대해서 대화를 계속했다.
" 엄마! 애자는 여자들이 보는 영화 같아"
" 그래. 엄마가 딸있는 엄마가 처음으로 부러웠다니까"
" 흠~~(웃는 소리) 어쩌겠어. 영화는 재미 있었어"
" 그래! 김영애가 부산 여자라서 사투리 작살이지? 최강희는 서울 여자인데 야! 정말 연기 잘하더라"
그러고 한 동안 애자 이야기, 김영애 이야기 ,장진영 이야기를 했다.
" 엄마! 내 건강 검진 결과 금요일에 나와요"
" 그래 나는 자식이 아픈 것은 못 볼 것 같아. 엄마가 외 할머니 속상하게 많이 했지. 아파서 ..너무 여러 번.."
" 그러니까 엄마도 건강 잘 챙기세요. 본가 어른들은 장수 체질이니까 아빠는 장수 할 거야. 그러니까 엄마도 건강 관리 잘해야 돼"
" 그래. 그런데 대장 내시경 해야 하는것 아니야?"
" 우선 피 검사 결과를 보고 한대요."
" 그래. 몸이 피곤하다시프면 무조건 맛있는 것 사먹어"
"네 엄마 들어 가세요"
영화를 감동 깊게 본것은 본 것이고 나는 영화 속에서 배수빈이 자꾸 눈에 들어 왔다.
애자 같이 남자를 휘두르는 여자는 며느리로 별로라는 생각도 했다.
아들만 둘 있는 엄마의 생각이다.
큰 아들은 [과민성 대장 증]으로 좀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염을 앓는다.
계속 밥을 먹지 못해서 회복이 늦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서울로 유학을 가서 집의 밥을 먹지 못하고 식당 밥을 먹고 있다.
청력이 다른 사람의 두 배로 잘 들리는 아들은 2인 1실의 숙소에서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그런 아들이 집에 오면 한번도 안 깨고 푹 잔다.
동생과 함께 자는데도 그렇다.
엄마가 음식 솜씨도 없고 집이 넓은 것도 아닌데.....그게 부모와 자식 사이인 것 같다.
우리 막내는 29살이라도 철이 좀 없고 아기 같이 겁도 많다.
막내도 나와 대화를 많이 한다.
주로 회사에서 고객들과 있었던 일과 친구들 이야기다.
어느 날 막내가 심각하게 말햇다.
" 만약 엄마가 없다고 생각을 해 봤어. 눈앞이 캄캄한 거야.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 아쭈~ 대학 4년간 혼자 잘도 살았구만"
" 엄마는 그것하고는 다른 문제지. 하여튼 나는 엄마 돌아 가시면 무척 많이 울 것같아"
" 야! 이놈아! 엄마가 죽었는데 안 우는 아들이 어디에 있니?"
" 엄마는 그런 뜻이 아니고 엄마가 고생 하시던 모습이 떠 올라서 ..." 하며 심각해 진 적이 있다.
막내는 내가 권유해서 [해운대]를 봤고 큰 아들은 [국가 대표]를 봤다.
나는 큰아들과 함께 [인사동 스캔들]을 봤다.
막내 아들과는 [강철중]을 봤다.
영화는 우리 모자들의 대화에 절대로 필요한 매체이다.
드라마 ,예능 ..모두 화제가 된다.
그 사이 사이에 여자 친구 이야기도 한다.
60세 할아버지인 남편과는 벌초 이야기, 시골 집 고치는 이야기,막걸리 이야기, 시댁이야기,. 누가 .아픈 이야기를 한다.
내가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얼른 채널을 [뉴스 채널]로 바꿔 놓으며 잔소리를 한다.
"뭘 애 들 보는 걸 보냐? 뉴스 좀 보자,뉴스"
그리고 곧 코를 골고 잔다.
내가 현처라서 꾹 참고 산다. 늘 내가 남편을 봐주고 사는데 자기가 잘난 줄 착각을 하고 사는 남자다.
나이가 두 살 밖에 차이가 안나지만 나와 남편은 즐거움의 질이 다르다.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