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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집 안의 실세인 엄마가 뿔이 났다.

모과 2009. 8. 10. 15:12

휴가 철이라서 시골집이 친척들의  예약으로 2주 째 못가고 있다.

남편은 아버님을 위해서 일요일에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큰형님 내외분과 부모님만 함께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16명의 대부대가 됐다.

서울에서 아기를  큰 집에 맡기려고 온 둘째 조카 부부와 시누이 가족,막내 시동생 가족까지 모두 모였다.

 

식당 문을 나서며 남편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다음 캐쉬 10만원 받아서 수영복 사서 내가 그돈으로 한 턱 낸거여"

막내와 남편이 수영복값과 수영 래슨비를 주기로 했었다.

음식값이 좀 많이 나와서 그런지 내눈치를 보며 말했다.

"나도  좋아. 신문사에서 고료를 받은 것도 합쳐서 한턱 냈다고 생각하지뭐"

"그려! 우리도 한 번은 내야 하는 건데"

 

이사를 와서 우연히 지역신문인 충청투데이 [따블뉴스]에 가입을 했다.

다음  view에 송고하면  자동으로 충청투데이 홈페이지에  송고돼서 [따블뉴스]인

듯하다.

운이 좋게 두 번 종이 신문에 게재되서 원고료도 받았다.

남편은 시간이 나면 내 블로그의 글을 읽고 수정 할 것을 지적해 주었다.

소재 제공을 한 큰 형님도 상금의 한 몫을 했다.

 

돼지 갈비로 저녁을 먹고 가까운 막내 시누이 집으로 갔다.

중학교 미술교사인 시누이 집은 아주 예쁘고 깨끗하게 해놓고 살았다.

37평의 아파트에서 공무원인 남편과 일남 일녀를 낳고 조용하고 평화롭게 사는 대전의 평균적인 가정 같았다.

나는 이사를 와서 처음으로 아가씨 집에 갔다.

 

주중에는 아가씨가 부여로 출근을 해서 못가고 주말엔 남편이 아버님을 모시고 시골집에 가면 아가씨가 석교동의 본가의 어머니한테 갔기 때문이다.

이사 오기 전부터 발목이 아파서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어서  석교동에는  잘 못갔다.

" 집이 굉장히 깨끗하네요. 와! 어떻게 이렇게 깨끗하게 해 놓고 살아요? 매일 치워요?"

잘 치우지 않는 내가 보기에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나는 몰러, 청소는 OO아빠가 허니까"

 막내 아가씨말에 서방님이 쑥스럽게 웃었다.

"저는 그냥 청소기로 돌리니까유."

그 때 큰아주버님이 재미있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나두 집에서는 청소 당번이여"

" 아이구! 이 양반은 청소를 하나마나여. 우리집은 청소기를 쓰지 않거든.이렇게 주섬 주섬 들었다 제자리에 놓고 마니 그게 어디 청소한 겨? 늘어 놓은 것 제자리에 그대로 둔거지""

큰 형님이 일어 섰다 앉았다 모션을 취하면서 웃으며 말했다.

 

" 아! 우리 지용이가 지 아빠한테 우리집 실세는 엄마라면서 엄마가 화나면 아빠하고 지하고는 내 눈치만 본다는 거야요. 하하하. 그러면서 조용히 각자 방에 들어가서 잔다는 거예요. 형님도 집안의  실세인가보네요?""

" 우리 집 실세도 엄마예요"

시누이 딸이 말하자 큰 아주버님이 크게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생각을 혀 봐. 청소하는 사람이 실세겠어?"

모두 크게 웃었다.

"요즘은  도와 주지 않으면 안돼. 생전 치우지 않던 쟤도(둘째 조카) 도와 준다는데"

둘째  조카며느리가 아기를 안고 옆에 와서 앉았다.

 

"맞벌이를 하면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지 . 남자가 여자보다 더 힘도 센데. 청소는 남자가 해야 돼"

큰형님이 말했다.

 

둘이다 늦게 퇴근을 하니까 집안일도 분담해서 해야 한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데  4개월 된 아기를 시댁인 큰집에 맡기러 온 것이다.

 

" 얘! 너는 왜 프린트를 안해 주니?"

아버님이  지난 주에 [사는 이야기] 특종이었던 [9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시댁의 장수 비결]을 프린트로 해 달라고 했었다.

'사진도 나오니?"

"네. 사진도 칼라로 나오게 제가 만들어서 가져다 드릴께요"

남편이 공손하게 대답을 했다.

"아버님 !  그 글을 잘 썼다고 DAUM에서 10만원을 줘서 수영복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받았어요"

아버님이 흐뭇하게 웃으셨다.

" 사람들이 댓글로 모범적인 가정이라고 많이 그랬어요. 저는 사실대로 쓰니까요. 오늘 그래서 한 턱 내는 거예요"

 

아버님은 88세가 되는 생신에 당신이 태어 난 시골집으로 친구 분들을 모시고 잔치를 하고 싶다고  하셨었다.

우리 형제들은 4년 전부터 매 달 큰형님께  송금을 한다.

그 날 잔치를 하기 위해서이다.

 

4년 전 부터 15년이나 비어있던 집에서 큰 아주버님이 주무시면서 일꾼을 시켜서 고치셨다.

그리고 주말이면 시간이 되는 형제들이 모였다. 집안 구석 구석 형제들의 손이 안간 데가 없게 정성껏 수리하고 보수했다.

골격만 남겨두고 집을 새로 짓는  것보다 더 힘들게  리모델링을 한 것이다.

수리하는 데  든 비용은 모두 아버님이 내셨다.

 

어느 날 며느리와 딸을  모아 놓고 말씀을 하셨다.

" 이 집은 누구 개인의 집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집이다. 누구나 미리 말만 하면 쓸 수 있는 집이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대전 집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들어 올 것이다"

 

그 내용을 그대로 블로그에 써서 그주의 특종을 한 것이다.

아버님은  프린트된 것을 친구 분들 모임에 가서 보여 주실 예정인 듯했다.

 

나는 우리 가족이 대전으로 합류하면서 대가족이 더 즐거워지기를 소망한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그래도 가족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DAUM에 블로그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받는 보너스가 너무 많다.

 

 

**부모님께 효도를 하게 해준  DAUM  view와  네티즌들의 댓글에 감사를 드립니다.**

딸이 할 일과 며느리가 할 일을 무심코 구별을 했었는데 ,댓글이 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댁에서 받기만 하는 며느리였는데 이제는 그 사랑을 돌려드리는 며느리가 되겠습니다..

58세인 제게 신혼 때부터 10년을 고추장,된장을 담어 준 큰 동서형님,,  남편이 시골집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김치를 계속 담어주신 시 고모님들과 큰 시누이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