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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해야] 성당에 가겠다고 협박하는 남편

모과 2009. 8. 5. 22:23

6개월간의 교리 공부도 마쳐 가고  대모님과 세레명도 정했다.

매주 목요일 교리 공부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세 번을 결석했다.

한 시간 씩 예습을 해 가면  교제가 이해가 잘 됐다.

이제  두 번만 나가면 8월 16일에 세례를 받는다.

 

 

오늘 대모님이 방문을 한다고 해서 어제 난리가 났다.

늘 여기 저기 늘어 놓고 치우지 않는 내가 [정리 정돈]에 들어 갔다.

 

퇴근한 남편이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지저분하게 놓여 있던 물건들을 재빠르게 제 자리에 집어 넣었다.

필요 없는 물건은 모두 버리고, 걸레로 빡빡 닦았다.

아내의 돌변한 행동에  놀란 남편도 합심해서 걸레를 가지고 빡빡 닦았다

 

남편과 아들에게 호박과 정구지와 버섯을 넣고 부침개를 만들어 술상을 차려 주었다.

가스 랜지 위의 타일에 튄 기름때도 쇠 수세미로 빡빡 닦고 ,화장실도 전체적으로 다 청소를 했다.

 

" 여보! 당신도 와서 한 잔 하지!"

 

남편이 기분이 좋은 목소리로 부르길래 가서 두 손으로 공손히 막걸리 한 잔을 받았다.서로 친구 같이 반말을 하지만 행동으로는  내가 남편을 높여 주는 편이다.

 

" 내일 대모님이 오신다는데 그래도 깨끗히 해놔야지. 당신도 나중에 성당에 나가야 한다"

 

"대모는 또 뭐 하는 사람인데?'

 

"나도 아직 자세히 모르겠는데 신앙적으로 이끌어 주는 분 같아. 하하하. 대모님이 한 달에 한 번 오시면 좋겠다. 집안이 깨끗해 졌잖아."

 

" 당신 하는 거 보고 잘 하면 가고, 똑바로 해!"  하며 소리 나지 않게 웃는다.

 

"  생전 잘 치우지도 않던 내가 집안을 깨끗하게 치우는 것 봐. 내가 이사 와서 너무 아팠는데 이제 정신이 나는 것 같아. 매주 교리 공부를 하면서 정신이 제대로 돌아 온  것 같아"

 

" 천주교는  웃겨! 대모는 뭐고, 세레명은 뭐냐?'

 

 가만이 있으면  중간이나 가는데 남편은 중간 이하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 나도 지금 세례를 받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나는 신앙이 필요해.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줘야지. 그리고 자식에 대한 집착도 빨리 버려야 하고 . 장준하 박사 같은 분은 평생 고생한 아내를 위해서 개종을 했다는데 ?"

 

"나는 장준하가 아니니까 당신 하는 것 보고 할 거야"

 

" 지금까지 고생 시킨 것만으로도   당장 개종하겠다"

 

 

 

나는 어제 새벽 1시 부터 3시까지  여기저기 묵은 때를 닦아냈다.

오늘 아침에 발목 때문에 [물리치료]를 하고 와서 또 두 시간을 치웠다.

이사 온지 9개월만에 제대로 치우는 것 같았다.

이사를 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라 힘들기도 했고  매일 병원에 다녔고 , 근본적으로 살림에 큰 취미가 없었다.

그러니 남의 집에 대해서도 부러운 게 별로 없다.

 

" 당신은 34평 살 때나 17평 살 때나 치우지 않는 것은 같어. "

나의 큰 문제는  아주 똑똑해서  집안 일을 하지 않고 살던지, 아니면 집안일을 제대로 하던지 해야 하는 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뜨기 라는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치우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 블로그에 순 엉터리로 써놨냐?"

 "뭘 엉터리로 써?"

"해미읍성을 혜미 읍성으로 썼잖아?"

" 아! 그것 다 바르게 고쳐 놨는데 , 그것 때문에 전화를 했어?"

"응! 처음에 혜미라고 써 있는데?"

" 아이참 , 지금 치우느라고 바빠 죽겠는데 ,전화 끓어"

 

 남편은 나의 블로그의 글을 모두 읽고 맞춤법을 고쳐주고 ,시골집에 대해서 잘 모르고 쓴 내용이 있으면 시정해 주곤 한다.  지난 번에 해미 읍성에 갔던 글을 이제 보는 모양이었다.

 

내게 신앙이란 부족함을 채우는 기도이며 매일을 살아 가는 기본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오늘  방문한 데레사 대모님(66세)과 글라나 형님(72세)은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 나이에 비해서 젊고 피부가 깨끗해서 복숭아 같이 이쁘다"

 

그것은 청소하느라고 땀을 많이 흘려서 방금 목욕을 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살아 온 과정을 짤막하게 말씀을 드렸더니 정겹게 웃으며 말해주었다.

 

" 사업에 실패 했다는 사람이 표정이 왜 이리 밝아요?'

 

늘 듣는 소리다. 걱정이라고는 없는 사람 같다고....물질에 큰 욕심이 없는 것이 얼마나 편안하고 평화로운가를  아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오늘  내가 인복이 있음을 다시 느꼈다.

대모님은 인자하고 편안한 인상이었다.

 

" 내가 혼자 웃으며 하느님에게 말했어요. 사라는 80살에도 아들을 낳았는데 ..나는 언제까지 딸을 낳아야 하느냐고?  나중에 하늘나라에 갔을 때 다산을 했다고 꾸중하시지나 마십시요" 하며 맑게 웃었다.

 

성당 분위기에 익숙하려면 [레지오 마리애]에 가입하라고 해서 순종을 했다.

그분이 나를 참 편하게 그리고 잘 인도 해 줄 거라는 확신이 섰다.

 

나는 8월 16일에 세례를 받으며 [모니카]로 새로 태어 난다.

지난  굴곡있던  질병의 아픔과  정신적, 물질적인 고난을  모두 극복하고 남편의 고향에 와서  개종을 한다. 그 과거는  세례를 받는 순간  다  묻어 두겠다.

 

나의  변화 된 생활을 보고 남편과 두 아들이  성당에 나가도록 열심히 살 것이다.

집안을 깨끗이,음식은 정성껏, 그리고 집안을 더 화목하게  만들도록 노력 할 것이다.

아들과 남편, 그리고 시댁과 친정 ,이웃들을 위해서 기도를 할 것이다.

진실로 성실한 신앙 생활로 ,일상 생활로  감동을 받아서 남편이 성당에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노력은 하는 사람임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은 꼭 성당에 함께 나가게 될 것이다.

 

내가 하는 기도는 대부분  이뤄졌다..

이번에도  굳게 믿는다.

그 후에 이웃을 위해서 봉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