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니! 몰라서 죄송해유.
나는 요즘 경상도와 충청도의 문화적인 차이에 당황을 하고 있다.
활달,솔직, 대범한 부산 시람들과 28년이란 긴 시간을 살았다.
처음에는 외국말 같이 알아 듣기 어려웠던 경상도 사투리가 마치 표준말 같이 정겨워졌고 못 알아 듣는 경상도 말이 거의 없게 됐을 때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를 오자마자 대전시내 버스노선이 전면적으로 개편이됐다.
버스 번호,노선이 바뀌고 없어진 버스도 있다..
사람들은 바뀌기 전보다 더 불편하고 시간도 더 걸린다고 불평들을 했다.
유성의 리베라호텔 옆에는 의료 보험 공단 사무실에 갔다 돌아 올 때의 일이다.
정부청사 근처의 프리머스 영화관쪽으로 갈 일이 있어서 버스정류장에 있는 시민에게 물어 보았다.
몇 명이 있었는데 모두 모른다고 했다.
"버스 노선이 바껴서 우리덜두 몰라유."
"정부 청사 쪽으로 갈려면 이쪽에서 타야합니까? 아니면 길 건너에서 타야 하나요?'
" 글씨 모른다니께요."
"제 말씀은 아무리 버스 노선이 바꼈어도 타는 곳이 이쪽인지, 저 쪽인지도 모르신다는게 이해가 안되네요?'
정부청사 쪽으로 가는 방향이야 바뀌지 않았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더니 갑자기 옆에 있던 30대 아저씨가 얼굴이 벌게지면서 말했다.
" 아줌니! 몰라서 죄송해유. 우리도 노선이 바꿔서 모른다니께유. 아줌니에게 꼭 야단 맞는 것 같으네요."
하더니 길을 건너서 가버렸다.
옆에 서 있던 대학생에게 물었더니 귀에 꽂고 있던 것을 빼고 답해 주었다.
"저는 서울에서 와서 모릅니다. 택시 타고 가시면 그리 멀지 않을 거예요"
부산 사람들 같으면 옆에 사람에게도 묻고 ,노선이 바껴서 불편하다고 서로 불평도 할 것 같았다.
속에 담아 두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고 , 목소리도 한 톤씩 높아서 보통 말을 해도 가끔씩 싸우는 것 같이 들리는 부산말.
버스를 타도 한 두명은 큰소리로 통화를 하거나 둘이서 큰 소리로 대화를 하는게 자연스런 모습이었다.
뭐든지 시원시원하게 그자리에서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한밭 평야에 위치한 대전은 어디를 가도 막히지 않는 평평하고 넓은 도시이다.
땅의 넓이에 비해서 인구가 적어서 어디를 가도 한적하고 평화롭다.
부산보다 땅의 넓이는 좀 큰데 인구는 160만명(부산은 380만명) 이니 버스의 배차 시간이 너무 길다.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끝 동네에는 일반버스가 16분 간격으로 ,직행버스는 5~6분 간격으로 온다.
대전에서는 먼 거리라도 30분이면 대부분 갈 수 있다.
차를 기다리는 데 익숙하고 버스 안은 자리가 넉넉한 편이어서 뛰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말소리도 느리고 조용한 편이어서 버스 속에서 몇몇 여학생들만 대화를 할 뿐 대부분 조용히 앉아 있다.
그런데 며칠전 서울에 가보니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이 북적대고 지하철을 탔더니 환승역에는 예전에 조회시간에 운동장에 나갈때같이 빽빽하게 여러 줄로 질서정연하게 빨리 움직이는 것이다.
지하철도 8호선까지 있어서 똑똑하고 행동이 재빠르지 않으면 돌아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약간 긴장을 한 얼굴들이고 어디를 가도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은 3호선 까지 있어서 마지막 환승 열차를 탈 때면 연산동과 덕천에서는 늘 뛰어야 했다.
대전은 지하철도 1호선이고 길이도 짧다.
대전만해도 사람들의 표정에 가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
얼굴 표정에 나이, 교육, 사는 정도가 다 나타나 보일 정도로 순수했다.
서울에서 자랐고 교육을 받았고, 잠시 안양에서 살다가 부산으로 가서 오래 살았고 이제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경상도 사투리에 익숙해졌는데 어디를 가도 충청도 사투리가 귀에 들어 온다.
학생들은 표준말을 쓰고 있다고 우기는데 내귀에는 충청도 사투리로 들린다.
목욕탕에 가서 사우나에 들어 가도 모두 조용히 말없이 앉아 있다.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넣어 놓고 무상으로 제공 한다.
사우나에는 흰소금이 늘 놓여 있다.
이제 내가 계속 살아 가야 할 남편의 고향인데 곧 충청도 사투리가 귀에 익숙 해 질 것이다.
늘 떠날 것이다고 생각하고 살아 왔던 부산을 떠나면 시원하기만 할 줄 알았다.
오래 살았기에 상처받은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기간을 충청도에서 살아도 상처는 똑같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T V에서 부산의 풍경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뭉클해진다.
그래서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정겨운 대전!
이제 내가 이도시에 다가가 정을 붙이고 친하게 지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