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식의 한이 될 때도 있다.
노희경은 작으나 강한 여자로 보인다.
그녀의 작품 속에 나타난 아버지는 늘 무능력하면서도 바람을 계속 피는 남자로 등장 하곤 했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뒷심으로 살아 온 것 같은 강한 느낌을 느꼈다.
반면에 어머니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작품마다 애정을 뛰어 넘어 감동의 존재로 ,자식을 위해서 희생적이고 책임감 강한 바위같은 존재감으로 표현했다.
노희경이 표현한 어머니는 40대 이상인 자식들의 대부분의 어머니들의 모습이었다.
자식의 입장에서 돌아 가신 어머니를 회상하면 가슴 깊은 곳을 송곳이 꾹 천천히 밀고 들어 오든 듯한 아픔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부모도 자식의 한이 되더라*** 나 역시 고생만 하다 45세의 나이로 교통사고로 돌아 가신 어머니에 대한 한이 많다. 엄마 앞에서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한 일, 효도를 하지 못한 일, 친절하게 대하지 못한 일, 그래서 어머니 돌아 가시고 10년이 지나서야 어머니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노희경의 아버지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뒤지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 그러나 여리고 착한 나의 아버지는 딸에게 늘 미안해 하셨고,못 난 딸은 아버지를 너무 오랫동안 미워했다. 어머니는 돌아 가시고 미안해서 후회의 시간이 10년이 걸렸던 것은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늘 어머니의 빈 자리를 의식하고 슬펐으며 ,미안함을 느낀 기간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 때마다 살아 계시며 여자문제로 계속 큰 딸의 마음을 아프게 한 아버지를 미워했다. 10 몇년을....말기 신장암으로 돌아 가시기 전 한 달 동안 부산에서 매주 토요일 상경해서 새어머니라고 부를 수도 아주머니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분이 하루 쉬라고 아버지의 병상을 지켰다. 아버지의 고달프고 힘들었던 인생 역정은 할머니의 큰아버지에 대한 편애로 증조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무조건적인 사랑만 받아 온 것에 기인 했다는 것을 나는 두 아들을 키우며 깨달았다. 노력을 많이 했지만 나역시 큰 애에 대한 사랑의 1/3도 막내에게 못 주었다. 그것이 돈이나 시간이나 관계 없이 막내에겐 늘 부족한 에미였다. 주변 환경이 변했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지만 무조건 에미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나는 [기관지 확장증]으로 폐를 절단한지 6개월이 된 시기여서 몸이 많이 힘들었다. 물론 나의 수술 사실을 친정에는 알리지 않았었다. 결혼전에 친정 어머니가 돌아 가신 것은 친정에 대한 포기를 쉽게 하게 만든다. 노희경 역시 말기암인 아버지를 병원으로, 집으로 모시고 돌보므로서 아버지와 화혜의 시간을 보냈다. 형제가 많은 집의 여섯 째 딸로 태어 나서 출생의 순간부터 굶어 죽기를 바랐던 엄마는 그일은 할머니가 했다고 바꾸어서 말해 주었다. ,우둔할 만치 성실하고 착한 엄마와,우유부단한 아버지와 가난은 노희경을 방황하고 20대를 보내게 한다. 그러나 나이 40이 되서 젊은 날을 돌이켜 보면 시골에서 서울 마포로 상경해서 어렵게 지낸 어린 시절의 가난은 작가에겐 오히려 축복의 시간임을 고백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앞에 놓고 핏줄에 의한 끌림으로 점차적으로 화혜를 하고 편안하게 아버지를 보내드린다. 아버지의 입장에 서보고 아버지를 이해 하면서. 이제 노희경 작가는 아버지로 부터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나 또한 노희경 작가 같이 아버지에게 미안하다. 이 미안함의 발견이 이 책을 읽은 보람이다. ***버려 주어서 고맙다*** 첫 사랑에게 20년만에 보내는 편지에서 그녀는 20대의 열정적인 사랑의 경험이 ,한겨울에 맨발로 슬리퍼만 신고 사랑하는 남자집의 창문을 밤새 쳐다보고 있었던 20대의 순수한 사랑이 드라마에서 마음에 와 닻는 주옥 같은 대사를 창조해 내는 것 같다. 사랑을 할 때는 소유욕 또한 강하지만 비껴 간 사랑이 축복임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누구를 사랑한 것이 축복이지 누가 더 사랑을 했냐가 무에 큰 문제일까? 젊은 날에는 그 사랑의 깊이를 깨닫지 못한다. ***인생의 멘토를 만나다** 나문희씨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분위기의 배우이다. 그런데 역시 노희경 작가도 배우 나문희에게 길을 물어서 간다고 했다. *재래 시장에 많이 가자. 야채 파는 아줌마들을 봐. *대중탕에서 아줌마들의 수다에 귀를 기울이자. *주름이 예쁜 거다. *바람에 튼 살이 아름다운 거다., *골프를 치지 말자. *대본은 미리미리 쓰자. *책 많이 봐. *너무 잘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놀지마. *버스나 전철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 노희경은 이책을 새로 쓰지는 않아서 독자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노희경의 아버지에 대한 용서가 ,언니 식구들과 조카와 7명의 가족들과 함께 살게 한 것 같다. 가족은 자주 안부를 묻고 만나고 함께 살면서 정을 저축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사는 세상]에 나오는 현빈의 아버지는 자상하고 따뜻하며 말없는 아버지였다. 그러나 송혜교의 아버지와 드라마 국장은 바람을 피는 아버지로 나온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다 존경스런 아버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기에 미워하고 ,또 미워해도 결국에는 용서를 하게 되고 그 오랫동안 미워했음이 미안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로서 아픈기억은 많을 수록 좋고, 말로만 글로만 입으로만 사랑한다고, 이해한다고,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행동으로 해볼 거라고 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하기어려운 것은 자주 가슴과 마음이 엇 박자로 갈 때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노희경은 글보다 드라마로 만나는 것이 좋은 것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