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한 아들이 하루 종일 하고 온 일
막내는 평범한 스팩 때문에 입사 원서를 내는 회사마다 거의 다 서류 전형에 떨어졌다.
들어 가고자 하는 회사에 전문대졸 채용에도 원서를 넣었었다.
최종 면접까지 간 같은 유통 회사의 대졸 공채에서는 떨어지고 , 전문대졸 채용에는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했다.
그 회사 계열의 대형 마트에서의 3년간의 알바,파트타이머의 경력이 가산점을 받은 듯했다.
실무를 위주로 하는 전문대졸 사원들에게는 연수 기간도 짧았다.
연수가 끝나고 바로 다음 날 부터 한 지점에 출근하라는 발령을 받았다.
같은 시에 사는 입사 동기와 함께 8시까지 출근을 하니 바로 마트 입구에서 굴비를 팔라고 마이크를 줬단다.
" 어머니! 굴비가 물이 참 좋아요. 굴비 한줄에 단돈 9,900원입니다. 하나 사십시요"
둘이서 하루 종일 (11시간동안) 추운 밖에서 굴비만 팔고 저녁밥도 못 먹고 밤늦게
집에 왔다.
남편과 함께 막걸리에 돼지고기 볶음을 먹으며 하루에 있었던 일을 줄줄 말했다.
" 엄마! 추워서 죽는 줄 알았어요. 입사 동기중에 벌써 한명 그만 뒀대요."
" 하루 굴비 팔라고 한다고 그만두는 건 너무 했다. 모두 다 파는 일을 하는 거야. 엄마,아빠는 책을 팔고, 형은 돈을 팔고 ,빌려주는 일을 하고 , 자동차 회사도 결국은 차를 팔기위해서 모든 기획 회의를 하는거고, 화장품 회사는 화장품을 팔고, 선생님들은 지식을 팔고,..결국 모두 장사야. 어떻게 팔면 많이 팔 수 있나를 연구해야지"
" 그럼, 많이 팔아야 돼. 어려움을 견디고 과정을 견뎌야 최고 관리자가 되면 전체를 파악 할 수 있으니까 현장 근무를 시키는 거지."
남편이 맞장구쳤다.
" 엄마는 춘천 강원대학교에서 3월 초에 학교 운동장에 텐트 세 동 치고 책을 파는데 정말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춘천은 정말 춥더라. 얼마나 추운지 머리속이 다 쩍쩍 갈라지는 줄 알았단다.아침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밖에서 책을 팔고 학교 구내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 몸이 녹아서 얼굴이 토마토색이 돼고 눈이 다 쑤시더라구. 그래도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지. 어떻게 해서라도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고 싶었지"
"그래. 엄마 고생 많이 했어. 학교에서 강의 듣고 친구들과 놀고 술도 마시고 편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일을 많이 해서 그렇지. 익숙해지면 괜찮을거야."
막내가 얼었던 얼굴이 녹아서 뻘개진 얼굴로 말했다.
" 아빠와 작은 아빠도 서점 오픈 하고 4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종일 일하셨잖아"
" 그래. 엄마! 나는 열심히 해서 꼭 인정 받을 거야. 나랑 입사한 친구도 참 좋은 애야. 영업 알바를 많이 해서인지 마이크 잡고 멘트도 잘해. 우리 둘이서 약속 했어.
서로 힘들 때 한 사람이 그만 두겠다고 하면 서로 격려 해주며 끝까지 함께 일하자고"
충청권에는 3명이 합격을 했다. 한명은 청주로 발령이 났다.
" 그럼 서로 연락 하면서 잘 지내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동기는 좋은 거야. 우리 막내는 엄마, 아빠 닮아서 독하게 잘 해 낼 거야."
"같은 일을 하는 데 대졸 공채와 연봉이 1,000만원이 차이가 나는 게 좀. 그래도 그 애들은 똑똑하니까.그리고 본사 직원이 그러는데 처음에는 줄 세우느라고 대졸, 전문대졸,비정규직, 알바....구분하지만 능력에 따라서 인정 받을 수 있는 직장 이라니까 나는 열심히 일해서 꼭 인정 받을 거야."
" 그래야지.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회사가 없지 않니. 엄마,아빠가 어학연수 못보내고 뒷바라지 못해서 미안하지. 영어만 잘 했으면 막둥이도 대졸에 합격했을 텐데"
" 엄마는 그 말 좀 그만 하셔요. 내가 부족해서 그렇지요. 굴비 팔고 있는데 입학 동기 여학생이 왔던데.. 엄마도 알지? OO라고"
"응. 그 시간에 왜 마트에 왔어?"
"몰라. 그 근처 중소기업에 다니나 봐요. 며칠 전 우리 친구들 7명이 모였는데 대기업 두 군데 합격한 애 하고 나만 취업이 됐어요. 대기업에 합격한 애는 구석에 박혀서 한마디도 안하고 있다 갔어요.모두 한 과목 F 받고 한 학기 더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 그래. 우리 막둥이는 나중에 꼭 인정 받고 ,진급도 하고 네가 대학교 1학년 때 목표했던 대로 될거야.앞으로 진급 할 기회와 가능성도 많은 회사고 대기업이라서 좋아"
막내가 다니는 대학교와 아주 가까운 소형 마트에 출근하는 막내 아들.
학교동기, 후배들도 많이 다녀 갔다고 하는데 그 들 중에는 아직도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구름잡는 소리들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 우리 같은 고급 두뇌들이 하기에는 좀 힘든 업종이야"
지방 국립대학교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물론 서울 명문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보다 유능한 학생들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막내가 다니는 회사의 회장님도 지방 사립대학교 출신이다.
그러나 우리 집 막둥이는 부모가 능력이 없어서 ,어학연수나 학원도 변변히 못 보내고 알바만 원 없이 시켰다.
어학이 뒤지는 대신 함께 어울리는 친화력과 어려운 사람 입장을 잘 이해하는 것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무엇 보다도 대졸 공채 최종 면접에서 만난 학생들의 뛰어난 어학 실력과 논리적인 말솜씨와 스팩을 인정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막둥이가 선택한 직업을 좋아하고 최선을 다해서 인정 받을 것을 나는 믿는다.
막내 아들이 졸업 전에 취업을 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