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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일등 딸이 창피하다는 동료 교사

모과 2010. 1. 14. 21:16

남자 중학교에 재직을 할 때  함께 근무하던 동료 교사의 딸 이야기다.

 교사들은 겨울이면 난로가 앞에서 잡담을 하기도 한다.쉬는 시간에 잠시, 점심 먹고 잠시.교사라는 직업은 각자 맡은 학과와 학급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동료들과 수다를 떨 시간이 없다.

 음악 선생님이 난로가에서 뜬금없이 딸이야기를 꺼냈다.

" 요즘 문제야. 문제.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면 다 용서가 되는 거야.? 내 딸이지만 창피해. 공부만 잘하면 뭐 하나?  아 ! 제 방에 쓰레기 통이 넘쳐도 치울줄을 몰라요. 그위에다 또 버려서 쓰레기 통 밑에 쓰레기가 더 많아 넘쳐서..원. "

우리들은 그냥 빙그레 웃으며 말을 계속 들었다.

나는 그때 28세의 젊은 새댁이었고 두살 된 아들이 있어서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 아 글쎄 교복 치마단이 다 띁어졌는데 그걸 꿔매서 입지를  않고  옷핀으로 빙 돌려서 꽂고 나가는거야. 나갈 때보면  그렇게 단정하고 깔끔한 범생이가 없어요. 전교 일등이라고 참.  난 창피해. 공부 잘한다고 마누라가 잔소리도 못하게 하지. 우리 나라 주부들 문제야. 문제. 남편보다 애들이 우선이라니까"

 

* 영화 "몽정기2"에서 : 여중생의 모습이 별로 없어서 사용

 

며칠 전 컴퓨터를 배우러 복지관으로 가면서 남편 차의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양희은 강석우가 하는 아침 방송이었다.

어느 주부가 보낸 사연인데 아이들이 없으면 남편과 그냥 있는 반찬으로 한끼를 때운다고 했다. 나는 잘못들었나 생각했다. 계란 후라이를 하기도 귀찮다는 것이다. 그까짓 계란 한개에 100원정도하고 있다.

예전에는 남편이 늦게 오면 아이들과 있는 반찬으로 그냥 먹는다는 주부가 많았다.

나는 그때도 그러지는 않았다.

나를 위해서 없는  반찬이지만 궁리를 해서 예쁘게 차려 놓고 먹는다.

 주부가 요리만 잘하면 무얼하나 ?

남편 대접을 그따위로 하고 나중에 며느리나 사위에게 대접을 받기를 원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고3 때도 인생의 중요한 한 순간 일뿐이다.  아이들 공부를 위해서 남편보고 늦게 들어오라는 여자들도 있다.  남편들은  집에 와도  T V뉴스도 크게 못틀어 놓는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니까 어른도 못 본다는 것이다.

중3이 됐는데도 부모가 공부를 하라고 해서 하는 아이들은 공부에 취미가 없는 아이다. 어쩌면 엄마의 극성이 아이가 공부를 하기 싫게 했을 수도 있다.

 수험생이니까 모두다 해준다.  밥도 아빠보다 먼저 먹어야 하고 좋은 것도 먼저 먹어야하고 ...뭔가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

그냥 공부만 잘하고 성적만 좋으면 다 오케이다.

 

 

성장기에 예절은 집에서 훈련되는 것이다. 잘못했을 때 야단을 맞아야 바로 큰다.

학생들 스스로도 잘못했는데 야단을 안맞으면 이상하게 생각이  될 것이다.

 

우리가 여고에 다닐 때는  학교안에   있는 생활관에 2박3일 입소를 해서 기본 예절을 사감 선생님 에게 배웠다.

 아침 저녁 음식과 도시락 반찬도 우리가 만들었다.

가구도 우리가 바꾸어 변화를 주었다.

머리에 책을  올리고 이층에서 이층으로 다니게도 했다.

2박 3일간 긴장을 했지만 흥미있고 스릴있는 교육이었다.

 

아침에 등교 할 때는 어쩔 수가 없어도 주말에는 아빠를 대접하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 집에서 부모에게 편하게만 대했는데 다음에 결혼을 해서  처갓집이나 시댁에 잘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남녀평등은 기본적인 예절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냥 모든 것이 다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자녀들도 어머니를 존중하게 될 것이다.

요즘은 월급이 모두 통장으로 들어 가고 통장은 아내가 가지고 있다.

월간 잡지 하나도 남편이 살 수가 없는 경우를 종종 본다.

마치 남편의 어머니 같은 태도로 안된다고 말하고 그냥 가는 경우를 서점에서 종종 본다.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는데 잡지 한 권도 마음대로 못 사는 불쌍한 가장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고 그것을 얻으면 뭐가 좋아지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녀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자녀 교육을 망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 아닐까 ?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다.